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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우 칼럼] 코로나 민심의 승자가 되려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최대 이슈로 떠오른 코로나19
과학의 영역 코로나 문제에 정치적 잣대·감정 이입하면 해결의 실마리 더 꼬여


1,469,023.

지난 5일 마감한 ‘문재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사람 수다. 지난해 183만1900명이 참여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다음으로 많다. 청원의 주된 이유는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로 요약된다. 부연하면 ①국내에서 마스크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고 품절상태가 지속돼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어려운데 대통령이 마스크 300만개를 중국에 지원했고 ②마스크 가격 폭등에 대한 어떤 조치도 내놓지 않았으며 ③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청원이 시작된 2월 4일 이후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사정 변화가 생겼다. 중국의 보답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가 500만 달러 규모의 마스크와 안면보호구 등을 지원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마스크 110만개, 방호복 1만벌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중단했던 마스크 수출도 재개했다. 특히 인천시로부터 마스크 2만개를 지원받은 웨이하이시는 그 10배인 마스크 20만개를 인천에 보냈다.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옛말이 헛말이 아니었음을 실감케 해준다. 마스크 대책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5부제 시행에 이르렀다. 다만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1,300,000+α. 대통령 탄핵 청원에 대한 맞불로 시작된 ‘문 대통령 응원’ 청와대 청원 참여자가 10일 13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 마감(3월 27일)까지 보름여가 남아 현 추세대로라면 탄핵 청원 규모를 뛰어넘을 게 확실시된다. 이와 함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또 하나의 청원이 ‘신천지 해체’ 건이다. 오는 23일 마감되는 이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126만여명에 달한다.

현재 100만명 이상이 참여한 ‘대통령 탄핵’ ‘대통령 응원’ ‘신천지 해체’ 청원은 모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있다.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도 두 달 가까이 흘렀다.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역량이 곧 여론의 척도가 됐다. 35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의 최대 이슈도 코로나 문제에 집중될 게 명약관화하다. 흔히 선거의 승패를 가늠하는 요소로 인물, 구도, 바람 세 가지를 꼽는다. 여야의 공천이 거의 마무리된 지금 인물과 구도를 고정 변수라고 한다면 ‘코로나 민심’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바람이 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끝으로 2015년부터 낙인효과를 우려해 병명에 지역 이름을 넣는 것을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은 ‘우한 코로나’를 고집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우한 코로나로 부르지 못한다는 주장인데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명칭임은 분명하다. 현 정부가 아무리 미덥지 못하다고 굳이 중국과 각을 세워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마스크를 못 사 뿔난 이가 주변에 수두룩하다. 3년 전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졌던 “이게 나라냐”는 아우성도 적잖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올랐다. 갤럽 조사(3~5일)에선 전주에 비해 2% 포인트 오른 44%, 리얼미터 조사(3월 첫주)에선 1.8% 포인트 상승한 47.9%를 기록했다. 부정평가가 오차범위 내에서 여전히 높지만 40% 안팎이었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메르스 사태 3주차에 29%까지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보는 이에 따라 정부 대처가 미흡할 수 있다.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라 곳곳에서 혼란과 허점이 노출된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일본에서와 같은 축소, 은폐 논란은 없다. 정부가 매일 두 차례 발표하는 코로나19 통계에 대해서도 신뢰성을 의심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메르스 학습효과다. 우리나라와 달리 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이탈리아에서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중국인 입국 금지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는 과학의 영역이다. 과학의 영역에 정치적 잣대, 감정을 이입하면 해결의 실마리만 더 꼬이게 할 뿐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세한연후(歲寒然後)의 송백(松柏)이 누구일지 한 달 후 판가름 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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