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법정 전염병에 포함시킨 건 지난 1월 20일이었다. 당국은 3일 뒤인 23일 바이러스의 진원지 후베이성 우한의 하늘길과 철길을 막고 도로에는 바리케이드를 쳤다. 전격적인 도시 봉쇄였다. 진출입을 막는 봉쇄는 이틀 뒤 인근 도시로, 2주 뒤엔 주변 성의 14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17일에는 후베이성 전역에 외출금지령이 내려졌다. 도시 봉쇄선은 총 든 공안이 지키고, 주택단지 정문에서는 보안요원이 24시간 외출증 검사를 했다. 미국 언론의 추산으로는 14억4000만명 인구 중 절반인 7억6000만명이 이런 완벽한 관리 시스템의 통제를 받았다. 중국식 밀봉 전략은 효과를 낸 듯 보인다. 16일 기준 중국 신규 확진자 수는 16명으로 줄었다.
봉쇄와 폐쇄의 중국식 모델 반대편에는 한국 모델이 있다. 한국은 지난달 4일부터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을 거친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코로나 사태 후 한국 정부가 내린 유일한 입국금지 조치다. 후베이 외 중국에 대해서도,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선 이탈리아와 1만2000명을 돌파한 이란에 대해서도 특별입국절차란 문턱만 둔 채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내부도 마찬가지다. 국내 확진자의 대략 90%가 발생한 대구·경북 봉쇄는 금기어에 가깝다. 외부를 향해 문을 활짝 열고, 내부에는 어떤 벽도 세우지 않은 채 한국은 모든 역량을 바이러스 검사와 확진자 추적에 쏟아부었다. 독일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검사하고 검사하고 또 검사하는 것으로 봉쇄를 대신한 것이다. 한국식 모델 역시 성과를 내는 중이다. 코로나19 추가 확진자는 지난달 29일 909명을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16일에는 이틀 연속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치사율도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선택이 얼마나 야심찬 도전인지는 유럽이 움직인 뒤 깨달았다. 중국의 극단적 폐쇄 정책을 인권침해라고 비판하던 서구권은 자국 내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자 앞다퉈 문을 닫아걸기 시작했다. 이탈리아가 롬바르디주 로디시의 11개 마을을 봉쇄한 건 지난달 21일. 누적 확진자가 고작 20명이던 때였다. 봉쇄는 2주 만에 전국으로 확대됐는데, 누구든 집 밖으로 나가려면 서류를 지참해야 한다. 중국식 봉쇄 모델이다. 스페인도 뒤를 따랐다.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16일부터는 스페인 전역에서 15일간 불필요한 외출이 금지됐다. 프랑스와 벨기에, 폴란드는 상점 문을 닫아걸었다. 도시가 사실상 멈춰서는 셈이다. 국경도 속속 닫히고 있다. 덴마크, 체코, 폴란드, 리투아니아, 노르웨이는 모든 외국인 입국을 전면금지하는 자발적 고립을 선택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밖으로는 유럽발 입국을 막고, 안에서는 소규모 도시 봉쇄가 시작됐다. 시민적 자유와 다문화를 외치던 그들은 다급해지자 누구보다 빨리 중국식으로 돌아섰다.
봉쇄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더 큰 희생을 막는 차선책이라는 옹호론부터 대가가 혹독하다는 반박과 방역 효과 자체에 대한 회의론까지 뒤섞여 있다. 자유를 제한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면서, 피해는 최소화하기. 한국 모델은 성공할까. 누구도 답을 모른다. 바깥의 칭찬에는 “한국의 도전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섞인 게 사실이다. 중국 모델을 손에 쥔 채 혹시나, 한국을 쳐다보는 거다. 한국은 압도적 실험실 역량과 정보기술(IT), 투명성, 시민 협조라는 4박자를 갖춘 드문 나라다. 그러니 우리가 실패하면 누구도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답은 현장 의료진과 방역 전문가, 환자,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이영미 온라인뉴스부장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