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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코로나發 국제관계 후유증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전 세계 국가들이 국경의 장벽을 높임으로써 국제관계는 불안 연쇄의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 수요 급감, 공급망 폐쇄에서 시작된 불안 연쇄는 경제의 혈관인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각국의 상호 불신과 차별의식이 국제협력을 막고 있어 국제관계는 파탄 직전이다.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요국 정치 지도자들이 감염 대책, 백신 개발 그리고 경제 위기 등에 협력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재 국제관계에서 가장 결여된 부분이 협력이다. 각국이 자국우선주의와 국내 인기 위주의 포퓰리즘에 매몰돼 국제협력을 도외시하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의 위기는 기존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제1막이 시작됐다. 제2막은 미·중 경제전쟁 격화로 인한 국제관계의 균열이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제관계의 관리 부재와 동반 추락이라는 제3막이 현실화되고 있다. 마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무질서와 마찬가지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미·중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미·중의 대립은 국제관계 협력을 더욱더 어렵게 하고 있다. 올 1월 미·중은 무역전쟁을 잠시 휴전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대립은 다시 촉발됐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신속한 조치는 중국으로부터의 입국금지였다. 중국 정부는 미국 조치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미군이 코로나를 중국에 퍼트렸다는 음모설까지 제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면서 중국 책임을 부각시키고자 했다. 급기야 지난 18일에는 중국 정부가 중국 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의 미국 기자 전원에 대한 국외 추방을 발표하게 됐다.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외국인 기자 추방이다. 미·중 관계가 최악이었던 1989년 천안문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은 귀를 닫고 미국 비난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이다.

미·중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결속에도 금이 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가 EU 본부를 통해 몇 주 전부터 각국에 의료 지원을 요청했지만, 각국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이탈리아는 다급한 나머지 중국에까지 손을 벌리게 됐다. 현지에서는 ‘EU는 이탈리아를 버렸다’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세계의 질병본부가 돼야 할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 눈치를 보면서 코로나 대응에 우왕좌왕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또한 국제관계의 혼란은 코로나에 대한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간 공방에서도 엿보인다. 중국은 미디어 통제로 비판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하면서 시진핑 정권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대응에 대해 ‘민주주의 모델보다 중국 공산당 통치가 뛰어나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강권적인 수법은 러시아 북한 등에서도 보인다. 한편 민주주의 국가인 유럽과 미국에서는 혼란이 느껴진다. 그러나 권위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정보의 차단이나 불투명성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대응에서도 체제 경쟁이 격화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코로나 이후 국제관계는 미·중 대립과 국제관계 관리 부재로 더 많은 혼란과 불투명성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 이상으로 국제관계에서 자국우선주의와 강권적 정치가 횡행할 것 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국제관계의 변화 추이에 주도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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