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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참으로 특별한 선거



“우리 지역은 ‘누구는 얼마 주던데’라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쥐어주는 후보가 당선된다.” 전직 국회의원의 말이다. 옛날에 그랬었다고 한다. 지금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국면에서 난데없이 합법적으로 이뤄지는 현금 살포 경쟁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심판론이나 인물론에서 어느 한 정당이 압도하지 못한 선거판에 긴급재난지원금 레이스가 떠오른 것이다. 거대 여야 정당은 앞다퉈 더 많은 국민에게 더 빨리 돈을 쥐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보수야당은 모든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100만원씩 특별재난장학금을 지급하라는 제안까지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걱정하지 않고 매표 행위를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거”라는 자조적인 말도 나온다.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내 손에 돈이 들어오게 하는 혹은 더 많은 돈이 들어오게 하는 쪽을 찍겠다’는 유권자들도 없지 않다.

비교적 조용한 총선 기간에 정권 심판론을 띄우려고 안간힘을 쓰던 보수야당이 잇따른 막말 파문에 되레 심판의 대상으로 지목된 점도 특별해 보인다. 더구나 20대 국회에서 무기력하게 밀리는 모습을 주로 보여줬던 이들이 정권 후반기 총선에서 심판의 타깃으로 되고 있는 상황도 이례적이다. 대입을 앞둔 고교 3학년 유권자들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관심사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그 자체가 이번 총선에만 적용되는 특별한 제도다. 이 제도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국민 의사의 왜곡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등장했다. 이 덕분에 유권자들은 실로 다양한 정치세력을 투표용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정당을 찍는 투표용지 길이가 무려 48.1㎝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 많은 정당의 공약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쉽지 않으며 그럴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운 정당도 눈에 띈다. 차별화된 공약보다는 공허한 구호만 크게 들린다고 말할 수도 있다. 더욱이 여야의 비례대표 전용 정당이 나타난 마당에 정치세력 다변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워진 상태다.

무엇보다 4·15 총선은 초유의 감염병 확산 국면에서 치러진다. 투표 절차는 좀 번거로워졌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입장하기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을 확인받아야 한다. 투표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해야 한다.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은 서로 1m 이상의 거리를 둬야 한다는 수칙도 제시돼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투표소에 가지 않는 유권자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특별한 이 선거에 빠질 수 없다. 한번 선거 공보물을 훑어보면 대략 뭘 하겠다는 정당이나 뭘 할 생각도 없는 정당은 가려낼 수 있다. 일단 여당은 코로나 전쟁을 함께 극복하자면서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수야당은 무너진 나라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거대 여야 정당을 모두 심판하겠다는 정당, 여당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야당, 이념이나 정책적으로는 튀어 보이지만 현실정치와는 거리가 먼 정당, 정당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급조된 정당들도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 한 표가 오롯이 국회 의석 배분에 반영되도록 하자는 이번 선거제도의 취지를 살리기는 이미 어려워진 것 같다.

4월 15일에 투표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사전투표가 10일부터 이틀간 전국 3500여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결국 이 특별한 선거를 정말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김경택 정치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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