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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코로나 이후 뉴노멀 시대가 온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기자실이 폐쇄돼 한 달간 재택근무를 했다. 중3 아들은 첫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서로가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가야 했다. 답답하고 불편했지만 새로운 경험도 했다. 특히 국제사회가 우리 방역체계에 주목하고 세계적 모범으로 평가하는 것에 자긍심을 느꼈다.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한 한국의 방역 시스템은 대량 검사, 과학적인 역학조사, 적극적인 치료,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핵심이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21대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내 ‘안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추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 5일까지 연장됐지만 생활방역 체제로 전환될 날이 멀지 않았다. 돌아보면 코로나19의 확산은 평범했던 우리 일상을 크게 바꿔놨다. 비대면 구매가 가능한 온라인 쇼핑과 배송이 일상화되고, 집에서의 문화 콘텐츠 소비도 대폭 늘었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고 화상회의를 도입하는 곳이 많아졌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실직과 매출 급감으로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신속하고 과감한 대처로 방역에 성공했듯 경제 살리기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의 폭풍은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는 상당 기간, 어쩌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뉴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말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가속화되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바이러스와의 동거 등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19혁명 60주년 기념사에서 “정부는 통합된 국민의 힘으로 ‘포스트 코로나’의 새로운 일상, 새로운 세계 질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시민의 집단지성으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사회에 대해 토론하고,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감염병과 사회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5월 초 ‘서울시민회의’라는 정책 공론장을 연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이후의 세계’라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지금 내리는 선택이 앞으로 오랜 시간 우리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결과를 고려하면서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노멀 시대를 준비하면서 토론해야 할 주제가 많다. 향후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건강의 가치가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코로나19 이후 심화될 수 있는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재난 기본소득은 필요한가. 안전 못지않게 중요한 게 일자리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일자리와 안전이 지구적 차원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정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당겨진 미래사회 적응을 위해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 민간 기업이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만들 때 당국의 신속한 승인으로 앞서갔던 경험을 살려 코로나19 이후에도 민·관이 협력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규제 혁신을 도모한다면 경제, 교육, 보건, 안전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적 규범과 표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14세기 유럽에 흑사병이 몰아쳐 많은 목숨을 앗아갔지만 이후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미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할 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재중 사회2부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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