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를 보곤 했다. 그 집에 전세를 사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물론 사글세를 사는 사람의 이름도 아니다. 문패는 그 이름의 사람이 그 집의 주인이며 그 집안에 지금 살고 있음을 나타낸다.
지나가다 대궐같이 크고 멋진 집에 걸린 문패를 볼 때 나도 저런 집에 내 이름을 새긴 문패를 걸고 살았으면 했던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나님도 그 이름을 걸어두고 싶으신 집이 있으셨다. 어딜까. 성전이다.
“내 이름을 둘 만한 집을 건축하기 위하여…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고.”(왕상 8:16, 20) 성전은 하나님의 이름이 걸려 있는 곳이다. 하나님은 어떤 이름을 갖고 계신가. 세상의 문패처럼 하나의 이름만 갖고 계신 것이 아니다.
“알파와 오메가, 엘샤다이(전능하신 하나님), 엘로이(감찰하시는 하나님), 엘올람(영원하신 하나님), 엘엘리온(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여호와이레, 여호와닛시, 여호와샬롬, 여호와라파, 여호와삼마, 임마누엘, 창조자, 구원자, 심판자, 아버지, 주, 목자, 피난처, 산성, 요새, 소망, 힘, 용사, 방패, 기업….”
하나님의 이름은 하나님의 성품을 일러준다.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준다. 하나님의 행사(行事)를 나타낸다. 하나님의 이름은 지극히 거룩한 이름이며 우리가 부르고 부르다 죽어도 좋을 이름들이다. 그 찬란한 이름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는 곳이 성전이요 자랑스레 붙어있는 곳이 교회다. 모든 집 앞의 문패는 언제가 그 이름이 바뀐다. 그러나 성전에 걸려 있는 여호와의 이름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
예배란 무엇인가. 하나님의 이름이 걸려있는 성전에서 그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리는 것이 예배다. “여호와께 그의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리며 거룩한 옷을 입고 여호와께 예배할지어다.”(시 29:2)
하나님의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린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하나님 이름을 자랑하는 것이다. “너희는 여호와께 감사하며 그의 이름을 불러 아뢰며… 그의 성호를 자랑하라 여호와를 구하는 자마다 마음이 즐거울지로다.”(대상 16:8, 10)
자기의 이름을 자랑하고자 하는 콘서트(concert) 끝에는 말 못 할 공허함이 찾아오고, 하나님의 이름을 자랑하고자 하는 예배의 마지막은 형용 못 할 기쁨으로 채워진다. 요란했지만 콘서트 같은 예배도 경험했고 조용했지만 하나님의 임재로 가득한 예배도 참석했다. 무엇이 그 차이였을까.
예배의 플러그(plug)에 그 비밀이 있었다. 땅에 플러그를 꽂는 예배는 여지없이 콘서트다. 땅에 플러그를 꽂음이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는 예배라는 말이다. 찬양 사역자가 주목을 받고, 설교자가 거의 추앙을 받고, 사람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계속 강조되는 예배는 땅에 플러그를 꽂았기 때문이다.
하늘에 플러그를 꽂은 예배는 온전히 하늘의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이 선포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은혜로우신 이름들이 예배 가운데 계속 찬양을 받으신다.
지난주일 예배 때였다. 헌금 특송을 하던 자매가 찬양 가운데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다 목이 멨다. 나도 강단 뒤에서 함께 울었다. 너무나 힘든 뉴욕의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부르니 위로와 소망이 넘쳤다. 그 자매가 부른 찬송의 가사는 이렇다.
“아무것도 두려워 말라 주 나의 하나님이 지켜주시네 놀라지 마라 겁내지 마라 주님 나를 지켜주시네… 주님은 나의 산성 주님은 나의 요새 주님은 나의 소망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
그날 나는 분명히 예배를 드렸다. 하늘로 플러그가 꽂혀있는.
김성국 미국 퀸즈장로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