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 338장(통 364)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잠언 27장 17절
말씀 : 쫓기는 삶을 살았던 다윗에게 쫓기던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가 다 그에게로 모였습니다.(삼상 22:2) 다윗은 당대의 아웃사이더 400명과 아둘람 동굴에 숨어 지내며 광야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 광경은 얼핏 보면 멋있습니다. 마치 홍길동을 중심으로 모인 활빈당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면 그리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400명 모두 한결같이 거칠고 투박하고 상처 많은 사람입니다. 기구한 운명을 가진 인생들 사이에 갈등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싸우고 울고 비난하고 아파했을 겁니다. 다윗은 이 진흙탕 같은 공동체를 이끌어야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 가운데서 다윗의 인격을 빚어가셨습니다. 다윗은 한계 많은 공동체 속에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배웠을 것입니다. 갈등을 중재하는 방법도 익히고, 불같이 일어나는 화도 억지로 참아야 했을 것입니다. 다윗의 인격으로 공동체는 조금씩 변화되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이스라엘의 왕으로 준비될 때까지 말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제자들도 비슷한 형편입니다. 12명이 3년 동안 함께 먹고 자고 지내며 얼마나 자주 갈등했을까요. 복음서 곳곳에서 제자들이 서로 싸우던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예수님께서 남기신 마지막 당부가 “서로 사랑하라”였을까요. 갈릴리의 거친 어부들, 사회의 왕따 출신 세리, 배신자 가룟 유다까지. 예수님은 왜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을 한 공동체로 부르셨을까요. 그래야만 서로가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 갈등 속에서 그 사람도 깎이고 나도 깎이게 됩니다.(잠 27:17) 그 과정 중에 자신의 연약함을 발견하게 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더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한 마리 고고한 학이 돼서는 안 됩니다. 흙탕물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 하면 세상의 독보적인 지도자는 될지 모르겠지만 주님이 쓰시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그 흙탕물에서 함께 뒹굴면서 함께 바보가 돼야 합니다. 가시 돋친 고슴도치도 품에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공동체로 부르셨던 것입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 속에 있습니까. 하나님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기 바랍니다. 우리를 더 성숙하게 만드시기 위해 갈등 속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을 기억하십시오. 갈등 속에서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지금 이 순간이 하나님이 우리를 아름답게 빚어가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기도 : 사랑의 주님, 지금도 저를 빚어가시는 주님의 섬세한 손길에 감사드립니다. 사람과의 갈등 때문에 힘겨워하지만, 이 순간 역시 저를 다듬어 가시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갈등 속에서 더욱 성숙한 삶으로 인도하실 주님을 찬양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이사무엘 목사(서울 창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