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 ‘구름 같은 이 세상’ 483장(통 532)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마가복음 6장 7~13절
말씀 : 예수님은 열두 제자들이 전도여행을 하는 동안 가지고 다녀야 할 것과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할 것을 상세하게 일러줍니다. 예수님이 허락하신 품목은 지팡이와 신발뿐입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발가락이 돌부리에 채이거나 가시에 찔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신발이 필요하고, 수풀을 헤쳐 나가거나 사나운 짐승을 내쫓기 위해서는 지팡이가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 물건 말고는 모든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양식, 배낭, 전대의 돈, 두 벌 옷 등을 가지고 다녀서는 안 됩니다.
또 한 가지, 마을에 들어가서 어느 집에 묵게 되거든 그 집에서 진득하게 지내라고 당부하십니다. 더 좋은 집에서 더 좋은 대접을 받으려고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전도여행을 하는 제자들은 모든 욕심을 다 버려야 합니다. 소유를 버려야 하고, 누구한테서 대접을 받을 생각도 말끔히 버려야 합니다. 전도자는 티끌 같은 욕심조차 다 내어버리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스 철학의 여러 학파 중에 ‘견유(犬儒)학파’가 있습니다. 헬라어로는 ‘퀴니코스’인데 이는 ‘개(퀴온)’라는 말에서 나온 형용사로 ‘개 같은’이라는 뜻입니다. 견유학파는 비교적 점잖게 번역한 것이고 제대로 말하자면 ‘개 같은 학파’라고 해야 맞습니다. 우리에게 ‘개 같은’이라는 말은 욕처럼 들리지만, 이들은 개같이 사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디오게네스가 견유학파입니다. 디오게네스는 개집 같은 곳에서 살면서 물을 떠먹는 바가지 하나만 달랑 들고 다녔는데, 어느 날 개가 바가지도 없이 물을 핥아 먹는 것을 보고 바가지도 깨뜨려 버렸다고 합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 살았을까요.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인간의 욕망을 끊어버리고 가장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습니다. 이들은 교단에서 사람들을 가르칠 때 자주 개 짖는 소리를 내질렀다고 합니다. 개가 도둑놈을 꾸짖듯이 탐욕으로 가득 찬 세상을 꾸짖는 상징적인 행위였습니다.
욕심을 버리려고 한 점에서 예수님의 가르침과 견유학파의 가르침은 서로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아무것도 가지지 말고 빈털터리로 다니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오늘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는 과연 이 말씀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약 우리가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는 개같이 살고자 했던 견유학파만도 못한 사람들이 됩니다. ‘개 같은 사람’이 아니라 ‘개만도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개만도 못한 사람, 이보다 더 심한 욕은 없습니다. 예수님의 고상한 가르침을 따른다고 하는 기독교인들이 개만도 못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기도 : 하나님, 세상 욕심을 다 거두어 주시고 하늘의 은혜로 채워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군산 대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