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트루디 (23) 교회 미화원으로 오해 “어디서 구했어, 일 잘하네”

트루디 사모가 2000년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에서 왼손에 청소 바구니를 들고 청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니 사모님, 세계적인 목사님 사모님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하세요. 저는 높은 사모님이 이런 일 하시는 거 처음 봤어요. 어머나 세상에.”

교회 건물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내 모습을 본 성도들의 반응이다. 어릴 때부터 집 안 청소하는 습관 때문에 딱히 의식하진 못했지만, 성도들 눈에는 특별하게 보인 모양이다. 칭찬을 듣자고 하는 일이 아닌데도 성도들이 내 앞에서 감탄하면 도리어 민망해질 때가 많다.

한번은 교회에서 한 자매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왔다.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그 자매는 자신이 수원JC클럽(사단법인 한국청년회의소) 회원의 아내라고 했다. 그는 “10여년 전 JC클럽에서 우리 교회를 빌려 노인들을 대접할 때 일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회 식당에서 JC클럽 부인들이 음식 준비를 하는데 사모님도 함께 계셨어요. 그때 음식 찌꺼기 때문에 하수구가 막혀 물이 내려가지 않자 몇 사람이 젓가락을 들고 낑낑댔었죠. 그런데 사모님이 맨손으로 혼자서 음식물 찌꺼기를 전부 긁어내셨잖아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런 분이 다니는 교회라면 나도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제가 가족과 친척들을 전도해서 모두 교회에 나가게 됐어요.”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그때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워낙 그렇게 청소하는 게 몸에 배어서 이날도 딱히 의식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사소한 행동을 통해 그 자매와 가족들이 예수를 믿게 됐다는 말에 마음에 기쁨이 샘솟았다.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마태복음 5장 16절 말씀처럼 부족한 나를 통해 예수님이 영광을 받으신 것만 같아 삶의 보람과 기쁨이 넘쳤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가끔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교회 미화원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큰아들 김요셉 목사가 세운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가 개교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이다. 큰 며느리와 둘이서 학교 내 수영장 청소를 하고 있었다. 수영장 바닥을 닦고 화분을 옮기는데 어떤 자매가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머, 저 외국인 청소부 어디서 구했어요. 굉장히 열심히 일하네.”

그 말을 들은 며느리는 웃으면서 “저분은 제 시어머니세요”라고 대답했다. 그 자매는 민망한 얼굴로 내게 “몰라 봬서 죄송하다”며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학교에 외국인 선생이 많았는데 청소부도 외국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우리 학교와 원천침례교회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틈만 나면 청소를 한다. 청소하는데 누구나 적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는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근본적인 의무이기도 하지만, 작은 일에서도 주님의 영광을 드러낼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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