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장순흥 (20) ‘하나님의 대학’ 한동대 차기 총장 권유에 고민

장순흥(오른쪽) 한동대 총장이 2014년 2월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2대 총장 취임식에서 김영길(왼쪽) 초대 총장, 김범일 전 이사장과 함께했다.


2012년 12월 19일 실시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대통령 당선인은 나에게 인수위에서 함께 일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를 책임지는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인수위 활동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미래창조과학부(현 정보통신과학기술부)를 기획·발족하게 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 내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중요한 일들을 감당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시 과학기술 분야에 중요한 정책들을 제시한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카이스트에서도 해야 할 일들도 많았다. 카이스트에서 30년간 연구와 교육에 전념을 다 한 교수이자 10년 이상 주요 보직을 경험했기에 카이스트의 연구 교육 행정 정책수립 등 여러 분야에서 할 일이 많았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UAE원전 수출 이후 진행 예정이던 여러 연구 등 할 일이 산적했다. 비슷한 시기 몇몇 한동대 이사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장 교수님, 차기 한동대 총장에 응모해 주십시오.”

개교 초기부터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시고 한동대의 놀라운 발전을 끌어낸 김영길 총장님도 전화해서 강력히 권유했다. “이제 나는 한동대 총장으로서의 그 임무를 내려놓습니다. 장 교수께서 차기 총장 공모에 응해 주십시오.”

사실 나는 한동대 개교 초기부터 김영길 총장님, 노희천 교수와의 인연으로 많은 관심을 두고 있었다. 특히 97년 한동대가 무척 어려울 때 학교 측에 ‘갈대상자’ 후원자 모집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학교가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2007년부턴 한동대 이사, 이사장으로서 학교 관련해 많은 일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한동대가 가진 경쟁력과 장점부터 어려움과 고난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책임지고 미래창조과학부라는 큰 그림을 그린 사람으로서, 교육과 연구를 이끌어 온 카이스트 교수로서, 그리고 국가의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원자력 전문가로서 고민이 컸다. 마지막으론 ‘하나님의 대학’인 한동대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기,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하나님의 대학으로서 다시금 우뚝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몰려왔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에 대해 혼란스럽던 시기였다.

국가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주요 요직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많았다. 그 길은 모두가 생각하는 넓고 편한 길이었다. 하지만 한동대 총장직은 달랐다. 내부적으로 선린병원 분리로 발생한 부채 해결 등의 문제가 있었다. 또 지난 19년간 한동대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세계적인 글로벌 대학으로 이끌어 오신 김영길 총장님 이후, 첫 변화를 겪어야 하는 자리라 부담감도 상당했다.

대외적으로는 학령인구 감소와 반값 등록금 문제 등 재정적으로 지방의 사립대가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산적하던 시기였다. 이때 나는 말씀을 붙잡고 기도로써 나의 갈 길을 알려 주시기를 하나님께 간구하기 시작했다. “주님, 제가 어디로 가야 합니까. 주님이 원하시는 길이 어디입니까.”

한동대 이사회는 두 차례 총장 공모에도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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