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장순흥 (25) 포항 지진으로 대학 외벽 붕괴에도 인명 피해는 없어

장순흥(오른쪽) 한동대 총장이 2017년 11월 16일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이낙연(가운데) 국무총리와 김관용 경북도지사에게 재난 현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7년 11월 15일. 한동대 총장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터졌다.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그날은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하에 국무총리 자문기구인 국민안전안심위원회의 발족식과 첫 번째 회의가 있었다.

국민안전안심위원회는 각종 재난 상황을 예방·관리하고 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는 자문기구이다. 위원회는 18인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었는데, 나는 원자력 안전 전문가로 참석했다. 그날 회의에서 재난은 예방하는 게 가장 좋고 예방을 한다 해도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조치하고 복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히고 있었다.

회의 직후인 오후 2시 29분이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전례 없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더더욱 놀란 것은 진앙지가 한동대가 위치한 경북 포항 흥해읍이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재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발족한 날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

휴대전화 불이 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긴급 상황 보고 절차에 따라 총장인 나에게 상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교내 느헤미야홀의 외벽 벽돌이 떨어지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방송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제발 한동대에는 어떠한 인명 피해도 없고 모두 무사할 수 있도록 지켜 주세요.” 기도가 저절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길로 포항으로 향했다. 포항으로 내려오는 길에도 기도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최종적으로 인명피해는 없다는 연락을 받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저녁이 돼서야 포항에 도착했다. 무너진 학교를 재건하고 그에 따른 비용, 학교를 떠나 각자의 보금자리로 대피한 학생에게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갖가지 인간적 고민이 머릿속에 온통 가득했다. 밤을 새우고 어느덧 새벽이 밝아왔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행 3:6) 이 말씀을 읊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새벽기도를 드리고 난 후, 학교 건물들을 직접 돌아보기 시작했다. 무너진 학교 내부를 돌아보며 하나님의 대학, 한동대를 어떻게든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생겼다. 4시간 동안 학교 전체 건물을 살펴봤다. 2개의 건물을 제외하고는 기둥의 상태가 양호했다.

아침이 되어 교내 리더십을 불러 긴급 교무회의를 진행했다. 다들 붕괴의 위험성 때문인지 건축한 지 20년이 넘은 본관(현동홀)에서 회의하는 것을 주저했다. 하지만 추가 붕괴 위험은 없다고 확신했고 무엇보다도 빠른 행정의 정상화를 위해 리더십부터 솔선수범해 본관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행정업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대학본부 건물부터 정상화 돼야 학교 전반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 무엇보다도 구주 되시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지켜주시기 때문에 지금 겪는 이 지진으로 인해 우리는 오히려 더 큰 축복을 내려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나도 모르게 맘속에서 샘솟았다. 이러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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