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장순흥 (26) 포항의 미래 걸린 지진 원인 규명… 촉발 지진으로 확인

장순흥(오른쪽 두 번째) 한동대 총장이 2018년 4월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열린 ‘지진·지열발전 관련 공동연구단 출범식’에서 포항 지진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지진으로 학생들은 각자 집이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교내에서 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차피 모든 건물을 보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차선책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다. 이때 시작한 온라인 수업이 훗날 코로나19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팬데믹 상황 속 많은 대학이 개강을 늦추고 겨우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구축해 학기를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한동대는 지진 때 터득한 온라인 강의 노하우가 있기에 예정 시기에 맞춰 새 학기를 시작했다.

지진 이후 하나님께선 우리가 상상도 못 한 또 다른 큰 축복을 준비하고 계셨다. 지진 발생 1년 전인 2016년 9월 대한민국 지진 관측 이래 가장 심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했다.

그래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경주 지역 전반에 지진계를 설치하고 계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내 최고의 지진 관련 원자력 안전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진한(고려대) 김광희(부산대) 교수가 있었다. 두 분에게 경주 인근에 지진계를 설치해 달라고 간청했다. 그래서 포항 인근에도 많은 지진계가 설치됐다.

포항 지진 직후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원래 포항이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있으므로 자연 지진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진한 김광희 교수팀의 데이터를 분석하니 지진 진앙지가 포항에 위치한 지열발전소 근처였다. 진앙의 깊이도 10㎞ 이내였다.

‘아, 이건 자연 지진이 아니다. 지열 발전에 따른 촉발(유발)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 나는 즉각 한동대 교수진을 중심으로 지진특별조사단을 꾸렸다. 그리고 외부 지진 전문가와 함께 공동 조사를 시작했다.

외부에선 회의론이 많았다. “한국에서 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된 적이 있습니까.” “자연 지진이냐 인공 지진이냐는 문제는 포항의 미래가 걸린 문제입니다. 훗날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입니다.”

결국, 적극적인 조사 요구로 정부 주도하에 지진 원인 규명에 들어갔다. 국내외 저명한 지진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 주관 포항지진특별조사단은 1년 5개월간 조사 활동을 벌였다. 그리고 2019년 3월 20일 “포항 지진은 지열 발전으로 유발(촉발) 지진이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여파는 컸다. 지진 도시라는 오명을 씻었다.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포항 지역의 경제와 관광 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한동대 역시 지진 피해에도 불구하고 19일 만에 전반적인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 대피했던 학생을 다시 학교로 불러올 수 있게 됐고 남은 2017학년도 2학기를 잘 마무리했다.

또한, 2018학년도 입시도 지진의 여파와 지방 사립대라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예년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복구에 필요한 60억원 가량의 비용도 하나님께서 차고 넘치게 채워주셨다. 한동대 개교 이래 가장 큰 위기와 고난의 순간에 하나님은 당신의 대학인 한동대를 잊지 않으시고 더 큰 축복을 준비해 주셨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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