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종생 (12) 한국교회봉사단,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 상처 보살펴

김종생(가운데) 목사가 2009년 서울 논현동에서 벌어진 고시원 살인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은 서해안에서 기름띠 제거 방제작업 자원봉사와 함께 지역 주민을 위로하기 위해 쌀과 생필품 지원사업, 무료진료사업, 조손가정 어린이 돌봄 사업도 벌였다. 2008년 5월에는 만리포해수욕장에서 자원봉사자 1만여명과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 위로와 소망의 날’을 개최했다.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태안 지역에서 생태여름수련회를 가지도록 홍보하고 독려하기도 했다.

기독교 연합단체인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태안 현장에서 방제작업에 참여한 교회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담당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사회복지 단체인 성민원은 태안 현장에서 수많은 봉사자에게 식사와 간식을 제공했다. 특히 눈에 띄는 단체는 한국교회희망연대였다. 한교봉과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단체로, 기름유출 현장에서 자원봉사단을 꾸려 방제작업을 하는 단체였다.

한교봉과 한국교회희망연대는 서로 호흡을 맞추다가 결국엔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하나 된 힘을 바탕으로 세상의 낮은 곳을 주님의 사랑으로 섬기기 위해서였다. 2010년 한국교회희망연대의 ‘희망’을 ‘한국교회봉사단’의 중간에 삽입해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한교봉을 통해 자원봉사에 참여한 교회는 2000여곳, 성도 수는 17만여명에 달했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한 교회와 기독교 관련 단체를 합하면 모두 8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기름유출 사고 당시 서해안으로 달려간 전체 봉사자 120만명 가운데 3분의 2가 기독교인이었던 셈이다.

2008년 10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시원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3명이 숨지고 6명이 크게 다쳤다.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동동거리는 이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함께하는 논현동 고시원 참사 희생자 장례예배’를 드렸다. 나는 이런 활동을 벌인 한교봉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뜻깊은 일들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이듬해에는 용산 참사가 있었다. 서울시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용산에서는 철거 작업이 진행됐는데, 일부 철거민 세입자들이 투쟁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었다. 진상규명과 책임 소재를 두고 서울시와 용산구, 재개발조합과 피해 유족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중재를 위해 피해 유족의 남일당 농성 현장으로 출근하곤 했다. 인명진 목사의 소개로 서울시 도시개발국장을 만났고, 피해 유족과 재개발조합의 관계자와 대화하면서 해법을 모색했다. 종교계가 모두 이 문제에 참여하는 형식을 띠기 위해 천주교와 불교 관계자들도 동참하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린 중재와 합의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최종 합의 내용에 따르면,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키로 했다. 유가족 위로금과 철거민 피해보상금, 장례 비용 등은 재개발조합이 부담하기로 했다. 이렇듯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참사가 남긴 상처는 너무나 크고 깊었다. 유가족 자녀 학비 지원을 포함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