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종생 (13) 지구촌 아픔의 현장 함께한 한국교회… 구호·재건 총력

김종생(왼쪽 다섯 번째) 목사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현지인들과 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중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아이티는 한국인에겐 생소한 나라다. 아이들이 진흙 쿠키로 허기를 달랜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로 가난한 국가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2010년 1월 12일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일어났다. 지진을 겪어본 나라도 아니고 경제적 기반까지 열악하며,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된 건물이 없는 곳이기에 피해는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통신 회선이 다 끊겼고 육로로 피해 지역에 접근하기 힘든 곳도 많았다. 구호를 위해 아이티를 찾는 비행기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공항은 포화 상태가 됐다. 민간 비행기의 착륙을 통제할 정도였다. 아이티 수도에는 교도소들이 있었는데, 이곳들이 다 무너지면서 재소자(약 4500명)가 대규모로 탈출해 곳곳에 불을 지르고 약탈을 일삼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31만명을 웃돌았고 이재민은 300만명에 달했다. 그리고 이런 아픔의 현장에 한국교회가 있었다.

한국교회 역사상 이렇게 많은 교회가 낯선 이국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나선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아이티 구호와 지원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원탁회의를 열었다. 아이티를 돕기 위해 주요 교단과 기독교 NGO들이 ‘한국교회아이티연합’을 구성했고, 대표에 손인웅 목사를 추대했다. 구호의 ‘중복’과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통상부, 코이카와 함께 아이티에 코리아타운을 공동으로 세우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은 이 조직의 간사 역할을 맡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교봉이 한국교회가 벌이는 아이티 구호 프로그램의 심부름꾼이 된 셈이다.

한국교회에는 당시 140억원에 달하는 성금이 답지했다. 각 교단과 기독교 NGO들은 각자가 벌일 사업의 규모와 내용을 공유했다. 여러 차례 모여 아이티에 대해 공부했고 여러 정보를 나눴다. 이때 일은 한국교회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교봉은 아이티 구호와 재건을 위해 국민일보와 함께 공동모금을 시작해 37억원을 모았다. 긴급구호 사업을 벌였고 현지 NGO와 아이티 개신교협의회, 미국교회 등과 협력해 콜레라 퇴치사업과 고아원 설립, 70여개 교회 재건 사업 등도 진행했다.

아울러 25억원을 투자해 아이티 최고의 시설물로 평가받는 직업학교(KHAPS)를 설립하기도 했다. KHAPS는 1만5750㎡(4764평) 부지에 2233㎡(675평)의 강의실과 교직원 숙소, 기숙사, 커뮤니티센터(예배실 등) 등을 갖춘 시설이다. 현재도 이 학교는 매년 4개월씩 3학기 과정으로 영어 컴퓨터 스페인어 등을 가르치고 있다. 아이티에서 전기 관련 사업을 하는 최상민 사장이 이사장을 맡아줘 매우 큰 힘이 됐다는 사실을 이 지면을 통해 감사드리고 싶다. 한국교회의 관심은 아이티 구호와 재건 사업에 큰 보탬이 됐을 것이다.

당시 아이티 구호 활동을 벌이면서 이 나라가 처한 상황을 보며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KHAPS의 경우 5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고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교의 원활한 운영과 여기서 배출되는 인재들의 육성에 한국교회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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