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종생 (15·끝)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의 ‘작은 위로자’ 됐으면…

베트남 출신 여성 윤민주씨의 고향 지인들이 2019년 1월 21일 베트남 현지에서 열린 ‘암소은행 2차 전달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5년 12월 벌어진 일이다. 당시 서른한 살이던, 베트남 출신 여성 윤민주씨가 남편한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곱 살이던 딸도 목숨을 잃었다. 윤씨에게 남편은 편집증 증세를 보였고, 2014년 살해 시도를 했었는데 당시 법원은 접근 금지명령을 내렸지만 허사였다. 남편은 모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씨의 한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부부갈등과 고부갈등, 가정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이주민 여성과 자녀를 위한 쉼터 ‘유니게의 집’에서 3개월 넘게 머물렀다. ‘유니게’는 사도 바울의 제자였던 디모데의 어머니로, 그리스인 남편을 둔 성경 속 다문화가정 여성이다. 쉼터는 명성교회가 후원해 2013년 3월 연 곳으로 여기엔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몽골 필리핀에서 온 여성과 이들의 자녀 40여 가정이 거쳐 갔다.

2016년 11월, 윤씨의 1주기를 즈음해 그의 고향을 찾아 추모 행사를 열었다. 고인의 이름으로 의미 있는 일을 진행하기 위해 그가 나온 초등학교 시설을 보수해주었고, 주민센터엔 컴퓨터를 기증했다. 형편이 어려운 그곳 주민들을 위한 ‘암소 은행 사업’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분양해준 송아지가 성장해 새끼를 낳으면, 이 새끼를 은행에 갚는 형태였다.

당시 나는 윤씨의 고향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호티리(윤민주)의 죽음은 비극적이지만 슬픔이 승화돼 아름다운 선물을 남기게 된 것처럼 좋은 선물을 남기는 인생이 되자. 베트남과 한국이 교류하며 함께 희망을 만들어 나가자.”

이후에도 나의 관심은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로 향했다. 이들에게 사고와 질병은 예고 없이 닥쳤고 재해는 이들의 일상을 뒤집어놓곤 했다. ‘백성의 작은 위로자’가 될 것을 사명으로 알고 살아온 나는 이런 아픈 사연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2019년 화재로 교회 건물이 전소된 전남 여수의 낭도교회, 같은 해 사고로 두 딸을 잃은 전남 신안 새생명교회의 이성진 목사님 등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의 달란트를 이웃에게 흘려보내는 일이 곧 섬김이고 나눔일 것이다. 힘들 때마다 나를 격려하고 위로했던 성경 말씀을 떠올려 본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파괴된 기초를 쌓으리니 너를 일컬어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 하리라.”(사 58:12) 이런 말씀들은 내게 큰 힘이 돼주곤 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엔 갖가지 사연으로 울고 있는 이들이 많다. 나는 그들 곁으로 가고 싶다. 나는 그들이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가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찬양인 ‘예수님은 누구신가’의 노랫말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지막 인사를 갈음하고 싶다. “…우는 자의 위로와 없는 자의 풍성이며 천한 자의 높음과 잡힌 자의 놓임 되신 주님, …약한 자의 강함과 눈먼 자의 빛이시며 병든 자의 고침과 죽은 자의 부활되신 주님….”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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