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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성 목사의 하루 묵상] 담담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요즘 뉴스는 당선인의 행보를 담아내느라 바쁩니다. 당선인의 동선과 그의 말들, 심지어 식사 메뉴와 당선인과 산책을 한 반려동물 이름까지 보도됩니다.

당선인을 가까운 곳에서 도왔던 이들은 물론이고 당선인과 새 정부를 위해 준비하는 이들, 당선인에게 표를 줬던 국민도 들떠 있습니다. 반면 지지했던 후보가 낙선해 힘들어하는 이도 많을 것입니다. 후보자 본인은 물론, 주변 인사들과 지지했던 국민도 낙심해 있을 것입니다. 선거가 있는 한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모두 좀 담담해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담담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차분하고 평온하다. 사사롭지 않고 객관적이다. 물의 흐름 따위가 그윽하고 평온하다’입니다. 담담하다는 것은 열정이 없고 미지근한 태도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담담함이라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걸 점점 느끼고 있습니다. 담담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세상의 일은 쉽게 판단할 수 없고 오늘 일을 가지고 내일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 잠언 27장 1절은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고 하셨습니다. 대선 승리가 곧 있을 지방선거의 승리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더구나 다음 총선의 결과도 알 수 없습니다.

둘째, 사람은 다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정권을 내놓게 된 측이나 정권을 얻게 된 측이나 사람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가지고 있는 생각과 노선의 차이가 많은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겠지만 사람은 신이 아닙니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의 인사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셋째,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은 사람이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 게 많기 때문입니다. 지구촌의 전쟁과 강대국들의 첨예한 대립과 경쟁,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 그리고 얽히고설킨 부동산과 교육 문제, 노사 갈등은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 있기에 쉽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회 구성원 일부가 좋아하더라도 반대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성과가 있겠지만 해결되지 않은 채 남는 영역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돼 발표되던 날 많은 이들의 입장이 바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비판하던 이들은 비판을 받게 될 것이고, 비판을 받던 이들은 비판하게 될 것입니다. 당선인을 지지하던 이들은 당선인이 비판받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할 것입니다. 승리의 기쁨은 잠시뿐입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다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담담해야 합니다. 작은 일 하나에 일희일비하면 고통스러워 살 수 없습니다. 새털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말하는 대신 깊이 있고 그윽하게, 마음의 평정심이 흐트러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즉 담담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여기에 겸손이 추가됐으면 합니다. 권력을 잡은 이들은 잃은 이들의 처지에서 배워야 합니다. 언제든지 잃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겸손해야 합니다. 겸손은 표현을 절제하게 해주고 성실히 일하게 할 것이고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게 도울 것이며 궁극적으로 자신을 지키는 성이 돼줄 것입니다.

담담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산다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자극적 뉴스는 줄어들 것이며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만물의 영장임을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더 사랑스러운 나라가 될 것입니다.

(서울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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