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 한동대 교수가 최근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란 책을 냈습니다. 이 교수를 위해 안수기도하던 날 “지난날 간증이 너무나 귀하지만 이제부터의 삶은 더 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나온 기도여서 내심 놀랐고 주님께서 주신 예언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이 교수의 간증은 ‘기도했더니 온몸이 한순간에 깨끗해졌다’는 기적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감사와 기쁨과 희망을 붙잡은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기적입니다. 그 간증은 많은 이에게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음에도 좌절에 빠진 자신을 회개하게 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사를 깨닫게 함으로 낙심에서 일어날 희망을 주었습니다. 끔찍했던 사고 이야기와 그 트라우마를 극복했던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교수가 ‘오늘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앞으로 살아갈 희망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이 그 일을 이루시겠다는 예언의 약속처럼 여겨졌습니다.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란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주님께서 기도하게 하신 것을 이루셨음을 깨달았습니다.
책은 끔찍했던 사고 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뿐 아니라 유학 생활을 거쳐 대학교수가 되고, 교수가 된 뒤 겪은 일 등을 담았습니다. 그 많은 어려움을 극복했고 결국 대학교수가 됐다는 성공담이나 그래서 해피엔딩이라는 게 아닙니다. 이 교수는 책에서 “살아남았다. 그래서 슬펐던 날도 있었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았던 날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책 분위기는 예상외로 너무 밝고 유쾌하기까지 합니다. 책에는 ‘콧물이 흐른다’는 글이 있습니다. 매년 두세 차례의 피부이식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데, 콧구멍 내부를 넓히는 수술 후 밤의 이야기입니다. “콧물이 주르르 흘러내린 것이다. 20년 만의 일이었다. 콧물이 흐른다. 기쁘다. 밤새 입을 다물고 양쪽 코로 숨을 쉬며 잔다는 게 신기하고 놀랍다.” 여전히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만 기적이 아니라 일상의 삶 그 자체가 기적이며 해피엔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 그녀에게는 기쁨입니다. 그래서 더 강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이것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고 하나님께서 지금도 이 교수를 통해 이루고 계시는 기적입니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사실 특별한 하루입니다. 일상은 행복한 것이고 기쁜 것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화염 속에서 저를 구해낸 오빠, 일부러 화장을 지우고 허름한 옷을 골라 입고 병문안 왔던 친구들, 까다로운 수술을 20년간 맡아준 의사 선생님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려고 어려운 유학의 길을 떠났으며, 6년 차 교수인 지금도 소외된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는 코미디언 송은이, 가수 션, 강원FC 이영표 대표 등과 함께 부모가 수감 중인 청소년들을 돕고 있습니다. 피부이식수술 후 땀 배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 최초 어린이 재활병원을 짓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두 차례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이 교수는 책을 통해 ‘지금 고통스러운 순간을 통과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웃을 날이 더 많아질 거예요. 여기가 끝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와 동행하시는 주님께서 은퇴를 앞둔 저에게도 “조금만 기다려 봐. 웃을 날이 더 많아져. 여기가 끝이 아니야”라고 격려하시는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