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송태후 (10) 시야 점점 좁아져 “시력 회복해 주세요” 절박한 기도

송태후(왼쪽 두 번째) 장로가 1995년 러시아 모스크바 쁘리스뿔리나야교회 앞에서 이 교회를 개척한 남윤환(맨 왼쪽) 선교사, 교회 성도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남 선교사는 송 장로가 모스크바 포드록안과종합병원에서 안과 치료를 받도록 도와줬다.


나는 1965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야맹증과 약해진 시력으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밤에는 활동을 자제하며 학업에 충실했다.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전문 안과 병원을 가보지 못했다.

73년 교사 발령을 받은 뒤, 첫 여름방학을 맞아 전문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교사 활동은 대부분 낮에 이뤄지기에 30대 중반까지는 교육자로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밤에 외출할 때는 도시에서도 손전등을 들고 다니며 활동했다.

30대 후반부터 시야가 점점 좁아지면서 보행 중 물체에 부딪혀 안경이 깨진 일도 다반사였다. 유명 안과 병원을 찾아다니며 검사했으나 진단은 같았다. 망막 시신경이 잠식돼 시야가 좁아지고 색 분별이 어려워졌다. 초점도 점점 흐려졌다.

95년 여름방학엔 러시아 모스크바의 세계 최고 안과 병원인 포드록안과종합병원에 갔다. 모스크바에서 4년째 사역 중이던 남윤환 선교사 가정에서 도움을 받으며 병원에 다녔다. 그곳에서 20일간 검사하며 눈과 뇌를 연결하는 혈관 확장 수술까지 받았다. 효과가 있는 듯했지만 3~4개월이 지나자 다시 원상태가 됐다. 의학적 치료법을 다 써봤으나 회복되지 않았다.

나는 예수를 인격적으로 만날 때부터 연약한 눈을 위해 하나님께 치열하게 기도했다. 수련회나 개인 금식기도 기간에도 “시신경을 살려주십시오. 시력을 회복시켜 주십시오”라고 기도를 드렸다. 신유 은사가 있는 목사님들로부터 안수기도도 받았다.

96년 1월엔 시력 회복을 위해서만 7일간 금식 기도했다. 마지막 날 밤까지도 눈 상태는 여전했다. 실망한 채 신음의 기도를 하면서 누워있었다. 그때 성경 말씀이 선광처럼 뇌리에 들렸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고후 12:9) 반복적으로 들리는 이 말씀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이것이 내게 주신 주님의 음성입니까”라고 계속 물었다. 기도할 때 절망했던 마음은 평안함으로 변했다. 목이 터지라 찬송하며 “육체의 가시로 인해 약한 바울을 온전한 능력으로 쓰신 하나님께서 내 약한 시력이 하나님의 온전한 능력으로 선을 이루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그 이후부터 나는 눈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기도하지 않았다.

91년 안좌박지분교에 근무할 때였다. 월요일마다 20여명의 교사들이 관광선(船)으로 도착한다. 이날은 조류 사정으로 평소보다 20분 늦게 도착했다. 나는 급한 마음에 배를 대기도 전에 뛰어내렸다. 그때 모든 교사가 내가 바다로 떨어지는 줄 알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난 안전하게 선착장에 내려 학교까지 갔다. 학교에 도착한 후 선생님들의 전화를 받고서야 천사가 나를 떠받쳐 준 것이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시 91:11~12)

지금까지 하늘의 천사들과 땅의 준비된 사람들로 인해 살고 있다. 하나님의 특별한 보호 하심으로 안전하게 살면서 복음의 길을 걷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뿐이다. 나는 96년 4월 15일 22년의 교사 일을 그만두고 전문서점 경영인으로 재출발했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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