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송태후 (11) 1급 시각장애 이겨내고 전문경영인으로 거듭나

김준곤(왼쪽 네 번째) 목사가 2006년 당시 목포에서 열린 집회를 마치고 송태후(왼쪽 두 번째) 장로가 운영 중인 기독교 서점 ‘예수마을’을 찾았을 때 CCC 나사렛형제들과 함께 기념 촬영한 모습.


전남 목포에서 교사로 근무하면서 1986년 2월 10평 남짓한 기독교 서점을 열어 직원을 두고 관리했다. 그해 3월에는 다니던 목포제일교회에서 35세란 젊은 나이에 장로로 임직을 받았다.

서점 사업은 점점 번창했다. 88년에는 두 배로 확장했고 91년엔 40평 규모로 확장, 이전했다. 2000년에는 60평 규모로까지 커져 시내 중심가로 확장, 이전할 수 있었다. 지금의 자리에는 2005년부터 자리 잡았다. 당시 신도시 중심 도로변에 있는 3층 건물을 매입해 2층에 75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상호도 기독교전문점 ‘예수마을’로 개명했다.

86년부터 95년까지 낮에는 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퇴근 후에는 서점을 관리하며 경영을 익혀갔다. 결국 96년 교사를 사임하고 전문서점 경영인으로 거듭났다.

22년간 오직 다음세대 교육과 전도에 집중하던 마음을 사업가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았다. 3개월 정도의 경영을 하면서 부딪치는 출판사, 거래처 관계나 재정난 등의 스트레스는 극복하기가 힘든 난관이었다.

나는 매일 점심을 먹고 나서 가까운 유달산에 올라 2시간씩 경영인의 ‘마인드’를 달라고 하나님께 매달렸다. 감사하게도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신 하나님께서 그해 가을부터 자신감을 주시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주셨다. 매장 디스플레이, 직원 관리, 출판사와 고객과의 관계 등에 적극적이며 공격적으로 일하게 하셨다. 교회나 고객과의 관계도 계속 넓혀주셔서 2005년 결국 신도시에 건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전문 권서인으로 사용하신 하나님의 은혜로 나는 매장에 오는 고객들에게 각자 신앙 수준에 맞는 책을 추천해줬다. 많은 목회자나 성도들로부터 좋은 책을 추천받아 감사하다며 또 다른 책의 권서(勸書)를 부탁받을 때의 마음은 무척 뿌듯했다. 하나님의 영광도 경험했다.

98년 1급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되면서 장애인으로서의 삶도 시작했다. 성경도 청독(聽讀)에 중점을 뒀고 2005년부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기 도구인 ‘책마루’로 각종 책을 섭렵했다. ‘책마루’는 글을 사진으로 찍은 이미지 파일을 음성파일로 들려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 기기다. 이 고마운 장치 때문에 들음으로써 책을 읽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시각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불편은 해도 결코 불행하지는 않다. 하나님은 내게 장애인으로서 세상을 변화시키라는 비전을 품게 하셨다. 장애인이나 장애인과 함께하는 가족들에게도 미래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라는 사명도 주셨다. 나를 만지시고 붙드시는 주님을 바라보면서 시각장애인으로 살았던 강영욱 박사님을 떠올리며 살고 있다.

강 박사님이 하신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장애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나는 장애가 인생의 걸림돌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나에게 장애는 축복이었습니다. 나는 단순히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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