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삼 (11) ‘거제 사랑의 집’ 개원… 소외된 어르신들 보살펴

거제시 거제면의 거제사랑의집 양로원 전경. 이종삼 목사의 복지 사역이 출발한 곳이다.


1999년부터 어르신들을 돌아보게 됐다. 당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7%를 넘어서면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는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고령화 사회란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7%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90년까지만 해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5.1%에 불과했지만 노인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불과 45년 뒤인 2067년이면 49.5%가 노인이라는 충격적인 데이터까지 나왔다.

90년대 말 노인 복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시의적절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전문성이 없었다. 열심만 있었지 복지 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기본 재산도 마땅하지 않았다. ‘갈릴리 사랑의 집’이라는 사회복지법인을 경상남도청에 등록하기 전 매일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위해 기도하던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왔다.

이른 아침이었다. 교회를 찾은 감리교 소속의 양정호 목사라는 분이었다. 초면이었지만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을 했다.

“알고 지내는 기도원 원장님이 2만평 정도 되는 땅을 기부할 테니 노인복지를 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제가 이 분야에 너무 문외한이라 거제에서 시민사회 운동에 앞장서셨던 목사님이 생각나 상의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마치 은인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거기가 어딘지 당장 가보입시더.” 나는 바로 일어나 양 목사님과 길을 나섰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양로원을 세우기에 안성맞춤인 땅이었다. 하지만 2만평에 달하는 전체 부지가 다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았다. 대신 중심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임야 3500평만 있으면 노인복지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땅을 기부하려던 기도원 원장님을 만나자마자 말이 터져 나왔다.

“원장님, 너무 좋은 장소입니더. 마침 우리 교회가 양로원을 하려는데 3500평 정도 땅만 있으면 될 것 같습니더. 이 땅에 양로원을 한번 세워 보겠심니더.” 그러면서 거제에 양로원이 필요한 이유와 장기적으로 어떤 유익이 있을지에 대해서도 설명해 드렸다. 원장님은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 주셨고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원장님이 내주신 3500평을 기본 재산으로 경상남도청에 법인 등록을 했다.

양로원 건립 비용도 문제였는데 거제시와 대우조선이 발 벗고 나섰다. 각각 4억원과 2억원이라는 거액을 보내 주셨다. 대우조선은 노조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큰 기금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체 모금도 1억원을 했다.

7억원 가까운 기금을 가지고 양로원을 짓기 시작해 2000년 개원했다. 양로원 이름은 ‘거제사랑의집 무료 양로원’이었다. 거제에서는 최초의 양로원으로 기록됐다.

양로원은 자식이 없거나 의지할 곳 없는 독거노인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복지 시설이다. 이런 시설은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을 품는 둥지와도 같은 공간이다. 양로원을 통해 거제의 소외된 어르신들을 보살핀다는 보람과 자부심이 무척 컸다. 양로원은 시작일 뿐이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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