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삼 (14)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하던 면민들, 반색하며 “짝짝짝”

거제 정원노인요양원 어르신들이 최근 요양원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만약 대출을 받지 못했으면 요양병원은 부도를 피할 수 없었다. 요양병원이 부도로 넘어가면 기존에 운영하던 요양원과 양로원 모두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대출의 길이 열리면서 결국 요양병원이 무사히 문을 열게 됐다. 사실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었다. 만약 서울 종로 예장통합 총회에서 열린 전국 노회장 모임에 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거기서 OO은행장을 소개해 준 고마운 장로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 모두 주님의 인도하심이었다.

대출을 받아 건설회사에 줘야 할 잔금을 모두 치르고 개원식을 열었다. 요양병원은 빠르게 자리 잡았다. 무엇보다 왕복 60㎞ 거리를 오가야 했던 요양원 어르신들이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게 감사했다.

하지만 대출보다 앞서 요양병원 허가 직후 사업 자체가 무산될 뻔했던 일이 있었다. 거제면민들이 동네에 혐오 시설이 들어온다고 반대에 나선 것이었다. 요양병원이 혐오 시설이라니 기가 막혔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이장님들과 지역 유지들이 면사무소에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민 끝에 면장님께 전화했다.

“면장님, 제가 오늘 모임에 참석해 이장님들께 요양병원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드려도 되겠습니꺼. 요양병원이 주민들에게 좋으면 좋았지 절대 혐오시설이 아닙니더. 기회를 주이소.” 면장님은 나를 모임에 초대해 주셨다.

나를 노려보는 이장님들 앞에 설계 조감도를 펼쳐 벽에 건 뒤 인사를 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들어보이소. 집에서 치매 노인 돌볼 수 있습니꺼. 못 합니더. 그 일을 우리 요양원과 요양병원은 할 수 있습니더. 우리 직원들은 모두 전문가들이고 부모님처럼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더. 믿고 맡겨도 됩니더. 물론 외래 환자도 받는 병원입니더. 여러분들도 불편한 데 있으시면 언제든 와서 진료받을 수 있심더. 동네에 큰 병원 하나 새로 생긴 기지, 절대 혐오 시설 아닙니더. 오히려 기다리던 병원이 생긴 겁니더.”

이렇게 설명하자 그 자리에 모인 이장님들은 “대체 누가 혐오 시설이라 했노”라면서 박수를 보내 주셨다. 오히려 동네에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면서 반색하셨다. 반대하시던 면민들이 모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었다. 이뿐 아니었다. 요양병원이 들어설 나지막한 언덕에는 면민들이 오랜 세월 알음알음 묘지를 써 무려 180기 가까운 묘가 있었다. 이장을 두고 옥신각신하며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었는데 면사무소 설명회 이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이장을 하는 게 아닌가. 사실 기적은 대출 이전에 경험했다.

이런 난관을 넘어 거제도 유일의 노인 종합 복지 시설을 일궜다. 중증 치매 환자나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집에서 모시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효자, 불효자를 떠나 힘든 일이다. 그 일을 우리가 대신 하는 것이었다.

지재유경(志在有逕)은 나의 좌우명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뜻이다.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끄시는 주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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