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삼 (15) 자립 복지 꿈꾸며 목공회사 설립… 판로 없어 망할 뻔

경상남도 고성에 있는 목공회사 ‘요셉’ 전경. 훗날 회사 이름을 ‘JSF’로 바꿨다.


나는 복지 사업을 한다면서 여기저기에 도움을 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립 복지를 꿈꾼 이유다. 이 연장 선상에서 목공회사를 설립하기로 마음먹고 경남 고성군의 깊은 산 중에 중소기업 대출 10억원을 받아 공장을 마련했다. 회사 이름은 ‘요셉’이었다.

가구를 만들어 대우조선이 만드는 대형 선박에 납품하는 게 목적이었다. 마침 친구가 실력 좋은 목수여서 제품에 대한 자신감도 웬만큼 있었다. 납품이 문제였다. 평소 알고 지내던 대우조선 전무님을 만나 납품 가능성을 타진했다. 2002년 초의 일이었다.

“전무님, 저희가 노인 복지 사업을 하면서 자립하기 위해 목공회사를 만들려고 합니더. 저희가 만든 가구를 대우조선이 만드는 선박에 납품할 수 있을까예?”

전무는 흔쾌히 좋다고 말하고는 가구 담당 팀장을 불렀다. 팀장도 알겠다고 답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가구 팀장이 자기 사무실로 가자 냉대하는 것이었다. “아니 전무님이 소개하면 납품이 진행됩니까. 아닙니다. 이미 내년에 납품받을 물량은 확보했으니 내년 이맘때 오시든지 그러세요.”

하늘이 노래졌다. 이미 공장도 세우고 각종 목공 기계도 다 들여놓은 뒤였다. 공장 문을 열자마자 망하게 생긴 것이었다.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다 보니 엄청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매일 산속 목공회사에 들러 앉아 있다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두 달쯤 지나 성탄절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다.

“여기 대우조선 가구 팀인데요. 고성 목공회사엘 가봐도 될까요?”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오시라고 했다. 잠시 후 여러 명의 직원이 회사를 찾아와 각종 시설과 설비들을 꼼꼼히 확인하더니 돌아갔다. 그날 오후 다시 전화가 왔는데 철판 위에 까는 나무 발판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이튿날에는 같은 물건을 100만원 어치 더 만들어 달라고 하고 며칠 지나서는 300만원 추가 주문을 했다.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우조선에 많은 물량의 가구를 납품하던 A업체 대표가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기자 직장을 폐쇄해 버렸다. 당장 납품받을 공장이 사라져, 급한 나머지 우리에게까지 연락한 것이었다.

게다가 A회사 직원들이 직장 폐쇄 후 갈 곳이 없자 우리 회사로 이직을 했다. 기술자들이 넘쳐 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새로 온 직원들을 잘 대우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드는 대신 높은 품질의 가구로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회사를 팔았지만 당시 우리 법인이 운영하던 회사는 연 매출이 3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복지법인이 자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사업가로서의 수완이 있고 노련했다면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재에 밝지 못한 순박함이 이런 일을 벌이고 또 성공시킨 동력이 됐다.

목공회사 요셉을 운영하던 그사이 회사 앞으로 산업도로가 생기면서 매각할 때는 공장 용지 가격도 상당히 올랐다. 회사를 팔아 마련한 기금은 훗날 종합병원인 맑은샘병원을 설립하는 데 종잣돈이 됐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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