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삼 (18)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 건축… 계획 차질 우왕좌왕

예장통합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 공사가 한창 진행되는 모습.


2009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제94회 정기총회에서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을 짓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건축위원회까지 조직했다. 100회 총회는 2015년이었는데 100주년 기념관을 지어 새로운 100년의 청사진을 그리자는 뜻이 모아졌다.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서울 명성교회가 총회 맞은편,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부지를 기증하면서 건축 여론이 급물살을 타기도 했지만, 그 땅은 총회 본부를 모두 이전할 건물을 짓기엔 조금 좁았다. 게다가 기존 총회 본부 바로 앞에 건물이 서면 두 건물 사이에 골목이 생기면서 동네 자체가 갑갑해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3년 김동엽 총회장 시절 나는 총회 임원회에서 부회록서기로 활동하고 있었다. 임원회에서도 수시로 건축 문제가 나왔다.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제가 건축위원회에 한번 가 보겠습니다. 저를 위원으로 파송해 주이소.” 다들 꺼리는 건축위원을 자원해 맡았다.

총회를 위해 헌신하고 싶었던 게 첫 번째 이유였고 큰 무리 없이 완공할 길이 보였던 게 두 번째 이유였다. 건물을 지어본 사람에게 보이는 그런 길이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총회가 큰 대출을 받지 않고 분명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당초 완공을 목표했던 2015년까지 기공식도 갖지 못한 채 100회 총회를 맞았다. 이 총회에서 또다시 100주년 기념관 건축 결의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공사를 선정한 것이었다.

총회 집행부의 고민은 더 커졌다. 공사비가 마련되지 않아서였다. 전국 교회 모금을 통해 공사비를 마련한다는 기본 계획만 있었지, 모금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었다. 더욱이 전반적인 교세 감소로 모금이 원활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건축위원회 내부에서도 모금을 먼저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오정호 이창연 장로를 비롯해 내 생각은 달랐다. 우리는 초지일관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지용수 위원장은 건축위원회 서기였던 내게 부위원장을 맡으라 하면서 전권을 주셨다.

우여곡절 끝에 이듬해 4월 기공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새 건물은 기존 총회 본부 정원에 짓기로 했다. 이 자리에 건물을 어떻게 짓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설계 결과 충분히 넉넉한 면적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전히 공사비가 문제였다.

예장통합 총회는 9월마다 정기총회를 열고 총회의 대소사를 다루는데 여기서 모금을 마친 뒤 건축하라는 말이 나올 게 분명했다. 건축위원회 회의에서 무조건 그 전에 토목 공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시 냈다.

결국, 건축위원회도 공사에 속도를 내기로 하고 토목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 뒤 처음 맞는 교단 정기총회에서 예상대로 총대들이 공사비 걱정을 많이 하셨다. 물론 토목 공사를 모두 마쳐 되돌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사이 총회 감사위원회도 두 차례나 “공사비 모금을 마친 뒤 공사를 진행하라”는 감사 의견을 냈다. 모두 총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 결정들이었다. 갑론을박 중에도 공사는 힘겹게 진행됐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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