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명품 바이올린은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이다. 18세기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제작한 이 바이올린은 현재 100여대만이 남아있고 그중에서 연주에 쓰일 만한 것은 50여대뿐이다. 가격은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이 악기의 음색을 현대의 과학으로 풀어 더 좋은 악기를 만들려고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소리에 대해 몇몇 사람이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나무 나이테 전문가인 미국 테네시대의 헨리 그리시노마이어와 기후학자인 컬럼비아대의 로이드 버클 박사는 이 악기를 만든 나무 재질에 소리의 열쇠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태양 흑점 활동의 변화로 유럽에서는 1400~1800년 중반까지 소빙하기가 지속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추웠던 기간은 1645년부터 1715년까지 70년이었다. 이 기간의 기후 현상을 연구하고 기록한 사람은 19세기 천문학자 E W 마운더였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이 기간을 ‘마운더 극소기’라고 부른다. 이 기간 추위를 이기기 위해 나무들은 내밀하게 아주 조금씩 성장했고, 나무들 중에서도 알프스의 가문비나무들이 특히 최고밀도를 가지게 됐다. 바로 이 나무들이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에 쓰였고 혹한을 견디면서 성장한 나무로부터 이 악기의 소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명품 소리는 고통을 이겨낸 인고(忍苦)의 소리이다. 죽음 같은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성장한 나무들의 ‘환희의 송가’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고통 없는 열매는 없다’(No Pain, No Gain)는 것이다.
인생에 고난이 있고 고통이 끊이지 않는다. 산다는 것은 고난과의 싸움이다. 고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내하며 노력한 사람은 정신적으로 내밀한 성장을 하며 단단하고 알이 꽉 찬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사람들의 입지전적 인생 이야기는 너무 아름다워서 듣는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준다.
오스트리아의 신경정신과 전문의였던 빅터 프랭클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에 끌려가 3년 동안 고초를 겪었다.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살아가던 어느 날 프랭클은 그의 옷 속에서 먼저 그 옷을 입었던 죽은 포로가 쓴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거기엔 유대인이 매일 암송하는 ‘쉐마’인 성경 구절이 적혀 있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신 6:4~5) 그는 이 성경 구절을 하나님이 주신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고난의 세월을 견뎠고, 나치 정권이 망한 후에 석방됐다.
프랭클은 그의 경험과 정신치료이론을 정리해 책을 출판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1억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책의 이름은 독일어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하여 “예”라고 말할 수 있다’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번역됐다.
고난을 이긴 인간으로부터 우리는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 소리를 듣는다. 고난의 사람 욥은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신앙고백을 들려주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욥 23:10, 개역한글)
산다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다. 그리고 고난은 우리를 단련된 정금처럼, 내밀해진 나무처럼 만든다. 고난이 유익을 남기고 갈 때 그것을 잡아 아름다운 삶을 가꾸고 감동적인 인생 고백을 만들어보자.
문성모 강남제일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