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에게 “목사님이 잘해서 내수동교회에서 많은 목회자가 배출된 것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 외 다른 답은 생각나지 않는다. 혹시 비결이 있다면 담당 교역자들에게 부서를 맡긴 뒤 일절 간섭을 하지 않았다는 정도일 것이다.
목회할 때 내게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1982년 말부터 83년 초였다. 내가 교회를 사임할 정도로 심각한 난국에 처했다. 작은 일이 중첩되고 오해가 쌓이면서 위기에 몰린 것이다. 나는 그때 ‘결코 사람을 찾아다니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떠오른 말씀이 시편 38편 13절이다. “나는 못 듣는 자 같이 듣지 아니하고 말 못 하는 자 같이 입을 열지 아니하오니.” 온갖 험한 말이 들려올 때 다윗은 귀먹은 자 같이 듣지 않고 입을 열지 않고 오직 하나님 앞에서 어려움을 아뢰었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때 스스로 붙인 별명이 ‘말하는 벙어리’였다. 하나님께만 말하고 사람 앞에서는 언어장애인이 되자는 결심이었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괴로움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신학교에 있는 내 연구실로 갔다. 3일 금식기도를 했다. 금식기도가 끝나는 새벽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무거운 걸 끌어올리는 윈치가 뭔가를 들어 올리는 환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 ‘구석에 몰린 나를 하나님이 윈치를 이용해 위로 끌어올리시는 걸까.’ 실제로 그다음 주부터 문제가 해결됐다. 많은 목회자가 ‘목회는 기도로 한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라 생각하기 쉽다. 어려움이 없을 때는 이 말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큰 어려움에 부닥쳐 간절히 기도하고 그 기도에 응답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목회는 기도로 한다는 말을 실감했다.
목회자는 평소 말씀을 가까이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1950년 1월 1일부터 성경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매일 시편 5편과 잠언 1장씩을 따로 읽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 거의 10시간 안팎이니 한 달이면 1독(讀)을 할 수 있는 속도다. 나름 열심히 읽었어도 나는 그저 태산 같은 성경의 한 모퉁이를 손가락으로 긁다 만 정도라고 느껴진다.
성경은 간단하게 점령되는 책이 아니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해 읽어야 한다. 나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강의할 때 항상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학을 공부하는 3년 동안 최소한 하루에 구약 3장, 신약 1장을 읽어야 한다. 신대원 3년을 마치면 전문가가 된다고 착각하지 마라. 신학교 졸업하고 목사고시 마친 다음 날 여러분은 ‘성경 유치원’에 재입학해야 한다. 그때부터 목숨을 걸고 성경을 연구해야 한다.”
참기름병을 기울이면 참기름이 나오고 석유통을 기울이면 석유가 나온다. 성경을 먹어야 성경이 나온다. 목사는 매일매일 성경으로 가득 채우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설교를 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후배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다. 나는 목숨 걸고 성경 읽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님의 은혜와 여러 은인 덕분에 그렇게 살 수 있었고 여기까지 왔다. 모두 감사하다.
정리=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