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국창 (5) ROTC 장교로 군 복무 마치고 사회인으로 첫발

강국창(오른쪽) 장로가 1965년 3월 열린 ROTC 임관식을 마친 뒤 지인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학 3학년이 되면서 군대 문제와 맞닥뜨렸다. 입대를 하느냐, 학군단(ROTC)에 들어가느냐를 두고 고심했다. 복무 기간은 좀 길더라도 학군단이 좋겠다고 판단했는데, 아무래도 학교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나는 지역 장학금을 받는 수혜자 입장이라 학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했다. 하지만 워낙 공사가 다망하다 보니 어떤 과목은 담당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 사정을 해서 성적 관리를 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ROTC에 지원하기에는 충분한 성적이라 당당히 지원했고 합격했다.

3학년부터 제복을 입고 캠퍼스를 누볐다. 제복이 주는 무게감은 달랐다. 이 제도가 소위로 임관하기 위한 예비 과정인 만큼 장교로서 갖춰야 할 능력과 자질, 리더십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인간관계, 사람 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이론과 함께 훈련을 통한 실질적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다.

수업은 수업대로, 훈련은 훈련대로 받는 학군단 활동이 때로는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나름 즐거웠다. 대학 3, 4학년 동안 ROTC 훈련을 받았다. 이어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돼 ROTC 3기로 군 복무를 마쳤다.

많은 사람이 내가 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 물어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뾰족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리더십은 대단히 특별한 데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장교 훈련 기회를 통해 학습하고 익혔던 것, 즉 나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과 가치관으로 조국과 민족을 수호하는 정신이 곧 리더십의 기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보태자면 주어진 자리에서 사람을 중시하고, 개인보다 공의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런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리더로 서 있는 것 같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해는 1967년, 우리나라가 한창 산업 발전기에 들어서고 있던 때였다. 기업에는 많은 인재가 필요했다. 졸업을 앞두고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무엇보다 전공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유리하겠다고 판단해 동신화학에 지원했다.

당시 동신화학은 타이어, 치약 등을 생산하고 아연 제련 공장도 갖춘 대기업이었고, 가전제품 생산도 준비하는 회사였다. 경쟁률이 치열해 합격하리라는 확신이 없었다. 드디어 발표 날짜가 됐고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어 합격 여부를 물었다. 수화기 너머로 “축하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실공히 사회인이 된 것이다. 강원도 탄광촌에서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대학 생활과 군 복무까지 마치고 사회인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 뿌듯했다. 입사 뒤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일을 배워나갔다.

나의 생존법은 무조건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생각으로 되도록 많이 경험하려고 노력했다. 엔지니어로 입사했지만 영업 부서 일이나 총무과, 경리과 할 것 없이 직원들과의 유대 관계를 넓히는 동시에 어깨너머로 그들의 일을 배워나갔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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