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국창 (12) “하나님은 어떤 분?”… 수많은 인파에 호기심 발동

강국창 장로가 처음 교회에 나가게 된 계기는 친구의 권유 덕분이었다. 사진은 1980년대 초 여의도순복음교회 전경.


“국창아, 나랑 교회나 한번 가보자.” “교회? 거긴 뭐하러 가. 그런 데는 어디 나사 하나 빠진 사람들이나 가는데 아니냐?”

“그런 건 아니고…. 나도 그렇게 교회 열심히 나가지는 않지만 한번 나가봐라. 더 이상 갈 데도 없잖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같이 가보자.”

지금은 캐나다에 이민을 가 있는 그 친구는 당시 사업을 하고 있어서 가깝게 지냈는데, 독실한 신자는 아니었다. 친구 아내가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친구를 전도했고, 친구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다녀주고’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내게 교회에 가보자고 이끌었으니, 주님의 부르심이 그 친구를 통해 왔던 것 같다.

“국창아. 네가 종교에 비판적인 거 알고 있어. 우리 같은 공대생은 눈에 보이는 현상만 중요하게 생각하잖아. 나도 알아. 그래도 기적이라는 것도 있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병도 고치고 그런다더라. 밑져야 본전이니 가보자고.”

그렇게 나는 교회라는 곳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살던 곳이 바로 여의도 옆 원효로에 있는 산호아파트, 그러니까 전 세계에서 단일 교회로 가장 크다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근처가 거주지였다. 당시 그 교회가 얼마나 폭발적으로 부흥하고 있는지는 나도 익히 알고 있었다.

“와.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왔냐?” “정말 대단하지? 하나님 믿으러 온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처음엔 나사 하나쯤 빠진 사람들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데, 막상 예배당에 들어가보니 예상을 뒤엎는 광경이 펼쳐졌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그때는 직업별로 예배 드리는 자리가 구분되어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에는 법조인석, 외교관석, 의료인석 등의 글자가 적혀 있었고, 그 곳에는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저 사람들은 여기에 왜 오는 걸까? 하나님이 어떤 분이기에 저렇게 높은 사람들도 와서 얘배를 드리는 걸까.’ 그날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과연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게 과연 과학적으로 논리에 맞는 걸까’ 등등 온갖 궁금증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교회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호기심이 더 생겼다. 이상했다. 어찌보면 나보다 더 높은 사람들, 사회적 명망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그 후로도 교회에서 예배라는 것을 드리고 더듬거리며 기도라는 것을 했다. 모든 게 증명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본성을 자제하고, 믿음의 사람들을 따라 해보자고 마음 먹은 뒤였다.

다행히 아내도 나보다 먼저 전도를 받아 교회를 다니고 있었던 터라 어느새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신앙을 갖게 되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누가 기도원을 가보자고 했다. 그때는 강퍅했던 마음이 좀 꺾인 상태라, 어딘지도 모르는 기도원에 간다는 말에 순종하며 버스에 올랐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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