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국창 (13) “하나님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울며불며 매달려

1980년대 중반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 대성전을 찾은 성도들이 뜨겁게 기도하고 있는 모습.
 
기도원내 기도굴로 불리는 개인 기도실.


기도원을 또 다른 교회 쯤으로 생각하고 가게 된 곳은 바로 경기도 파주에 있는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기도원으로, 1980년대 초반 한국교회 부흥의 교두보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여긴 하루 종일 물만 먹고 금식하면서 기도하는 곳이에요. 예배드리는 홀에서 생활하시면 될 겁니다.”

성경에 보면 금식기도라는 것이 나온다. 예수님도 금식기도를 하셨고 성경 속 여러 인물들이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금식기도를 드렸다. 인간의 본성 중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식욕을 억제하는 고난을 감내하며 기도 드릴 때 하나님은 그 간절함을 크게 보신다. 그래서 간절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기도원을 찾곤 한다. 나 역시 간절함으로 치자면 못할 일이 없었으니 기도할 이유가 충분했다.

금식기도가 시작됐다. 처음 하루는 견딜 만했다. 하루 다섯 번씩 드리는 기도원 예배와 기도 시간에 맞춰 생활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기도원에 와서 며칠씩 기도하는 이들의 절박한 모습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 병자가 고침을 받기도 하고, 현실 세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성경의 임재가 찬양으로, 기도로, 다양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슴 한구석에 기도에 대한 도전이 생겼다. 그래서 아주 작은 기도 공간인 기도굴에 들어갔다. 기도굴은 한마디로 토굴 같은 공간으로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너비에 출입문 외에는 사방에는 막혀 있었다. 벽에 달린 십자가만 바라보며 기도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나는 온전히 하나님과 만나는 그 곳으로 들어가 기도를 시작했다. 화려한 기도도 할 줄 몰랐고,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기도도 할 줄 몰랐다. 다만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기회를 달라고 외쳤다.

“하나님, 정말 살아계신 하나님이 맞습니까. 그렇다면 저에게 그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기회를 주십시오.”

이때까지 그렇게 목청껏 외쳐본 일이 있었을까. 사업을 하면서도 그렇게 간절했던 때가 없었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부르짖었던 때는 없었다. 아마 이런 나를 볼 사람이 없었고, 하나님과 나만이 만나는 시간이었기에 하나도 거리낄 게 없었다. 그렇게 기도하면서 나는 신앙인의 길로 다가서고 있었다.

얼마나 울고불고 기도했는지 모른다. 이미 며칠 째 금식 중이라 기진맥진한 상태였는데도 정말이지 죽을 것 같은 심정으로 도와달라고 부르짖었다. 하나님은 그 간절한 기도를 통해 내 마음을 비워내도록 하셨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배신을 곱씹으며 사람을 원망했던 것, 화려한 성공을 그리워했던 것, 사람에 기대어 요행을 바랐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주셨고, 회개하도록 이끄셨다.

그리고 얼마 뒤였다. 마치 청량한 바람이 부는 것처럼 마음이 시원해지더니 기쁨이 샘물처럼 솟아올랐다. 특별히 환경이 변한 것도 아닌데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 만으로 그렇게 든든하고 행복할 수 없었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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