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국창 (14) “강 사장님, 재기하는 데 도움 드리고 싶습니다”

강국창 장로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특강에서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청중들과 나누고 있다.


‘그래. 다시 나가서 해봐라.’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미세한 음성이 들려왔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이런 경험은 ‘전능하신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시는구나’하는 든든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기도원에서 집에 돌아온 나는 달라졌다. 다시금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동시에 내가 만난 예수를 전하는데도 열심이었다. 그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영적으로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변화된 나를 보며 놀라워했다.

성령을 받으면 복음의 좋은 소식을 전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기에 가장 가까운 부모 형제에게 복음을 전하게 된다. 나 역시 함께 살고 있던, 아니 내가 얹혀 살던 부모님을 교회로 모시고 나갔고 그 뒤로 차차 형제들까지 전도하게 됐다.

부도가 난 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가로 들어갔다. 부모님 형편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으나 고꾸라진 아들을 안타까워하시며 나의 가족을 거두어주셨다. 내가 전도할 때도 순순히 내 말을 믿어주셨다. 아들이 믿는 예수를 자신들이 믿어야 아들도 잘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이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일본에서 편지가 한통 왔다. ‘일본? 일본 도시바? 도시바에서 내게 왜 연락을 했을까?’ 발신인은 도시바에서 근무하는 아리마라는 사람이었다. 순간 무릎을 탁 쳤다. 도시바의 해외영업 담당자인 아리마는 수년 전 우리와 기술제휴를 하면서 우리가 한국 업체를 소개해줬고, 도시바 부품이 삼성 엘지 대우 같은 대기업에 공급됐다. 당시 도시바 측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강 사장님, 어쨌든 사장님 덕에 우리 부품을 한국 업체에 납품하게 되었으니 그에 대한 커미션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강 사장님이 부품 개발에 성공하면 당연히 강 사장님 회사 제품이 납품되겠지만 그전까지는 저희 측에서 (업체) 소개비를 지불하겠습니다.”

그렇게 계약을 한지 1년도 안된 시점에 회사가 망한 것이다. 하루 아침에 회사가 풍비박산이 났으니 그들과의 계약도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었다. 나 역시 그 계약 건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지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했던 약속을 끝까지 지키길 원했다. 아마 사업이 망했다는 소식에 더욱 나를 돕고 싶어했던 것 같다.

‘강 사장님, 저희는 조금이나마 사장님이 재기하는데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편지를 받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것은 국가 차원의 민족 감정이 아닌, 기업인 대 기업인으로서 느껴지는 의리요, 따뜻한 마음이었다. 매월 통장에 잔고가 쌓이기 시작하자 나는 하나님 앞에 약속한 것을 먼저 지킬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 약속은 사업 재기가 아닌 하나님의 몸 된 성전인 교회를 먼저 짓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부모님을 전도하면서 집에서 가까운 작은 교회로 옮겼다. 직분도 얻고 교회 건축에 소망을 품고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은 빈털터리였던 나의 서원기도에 예비된 사람을 만나게 하셔서 재정으로 부어주셨고, 성전을 건립하게 하셨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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