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국창 (17) 조직관리 패러다임 바꾸며… ‘정직하고 공평한’ 경영 고수

강국창(앞줄 가운데) 장로가 2002년 10월 중국 웨이하이에서 열린 원창전자 유한공사 설립 준공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동국전자라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패러다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동국전자가 업계 상위권에 진입하기까지는 재창업 후 1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행이 원천기술이 있었던 터라 제조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1990년대 호황기를 지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 회사는 부품 다양화를 비롯해 기술력이 뒷받침된 제품을 선보였다. 냉장고 뿐만 아니라 세탁기, 정수기, 비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의 부품을 생산하면서 특허개발과 실용신안 등 재산권도 늘어났다. 시장점유율도 부품에 따라 50~70%를 유지하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자만할 틈은 없었다.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임을 경험한 터라 사업이 잘된다고 교만하거나 사업이 안된다고 낙담하는 일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전략경영이란 패러다임이 떠올랐다. 과거 경영을 잘 몰라 어려움을 겪었던 때를 떠올리며 조직 관리와 경영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우리 회사의 특징은 적은 인원이 모여 비교적 집중적인 분야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장점을 강화하려면 신속성이 최우선되어야 했다. 그러면서 패러다임에 세가지 변화를 주었다. 첫째 ‘저스트 인 타임’, 즉 주문량만큼 자재를 구입하고 먼저 만들어 놓지 않는다. 둘째는 ‘무창고주의’다. 주문과 동시에 생산하고 그 양만큼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셋째 ‘자동화와 신기술 개발 투자’다.

처음엔 내부에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너무 촉박하게 일하는 것 아니냐’부터 ‘물건 쌓아 놓는 게 당연한데 왜 우리만 그렇게 하느냐’같은 의견이 나왔다. 나는 거래처와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토론하고 설득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변화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고,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자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해외시장 개척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1983년 동국전자 창업 이후 90년대 국내 공장 네 곳을 짓고 2000년대 들어서는 해외 네 곳에 공장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이같은 패러다임은 유효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 또 다시 패러다임의 변화를 줘야 할 시기도 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동국전자 창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현재 머물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쳐간 사람들도 동국전자에서 일했던 시절을 아름답게 추억하곤 한다. 회사가 정직했고 공평했기 때문이란다.

‘과연 나는 공평하게 회사를 경영했나?’ 그런 이야기가 들려올 때면 곰곰히 지난 날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기도로 하나님께 묻기도 한다. 한창 어렵게 공장을 열었을 때 몇 명 되지 않는 직원들을 모아 놓고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월급은 많이 못줄지언정 제때 줄 것이고, 여자라고 남자라고 업무에 차별도 두지 않겠습니다. 도전하고 싶을 때 도전할 수 있도록 귀를 열겠습니다. 또 그에 따른 결과는 함께 나누겠습니다.” 이같은 경영 철학은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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