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석학인 짐 콜린스는 20여년 전 ‘Good to Great’라는 책을 펴냈다. 한국에서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으로 번역됐다. 책의 요지는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현재 상황을 좋게 여기고 만족하고 그 너머의 위대한 삶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으면 다 망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교훈을 남겼다.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Good is the enemy of Great)
라젠드라 시소디어와 데이비드 울프는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라는 책을 공저했다. 위대한 기업은 어떤 비전을 이루기 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잘 구축돼 있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앞으로는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관련된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 투자자, 고객 모두 스스로 만족하고 사랑할 만한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업도 미래를 보장받는다고 역설한다.
한국교회 역시 위대한 교회를 넘어 사랑받는 교회가 돼야 한다. 한국교회는 단시간 위대한 부흥과 위상을 이뤄내며 제1의 종교가 됐다. 그러나 최근 국민일보가 발표한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를 보면 종교 호감도에서 타 종교와 비교해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그뿐만 아니라 종교를 상징하는 이미지 단어 분석 결과 타 종교는 ‘도덕적’ ‘헌신적’ ‘포용’ ‘상생’ 등 모두 긍정적 단어들이었다.
반면 기독교는 ‘배타적’ ‘이기적’ ‘위선적’ ‘세속적’ 등 부정적인 단어로 가득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코로나를 거치면서 한국교회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가 코로나19, 확진자, 집단감염, 집합금지 명령, 배타적 집회 등이었다. 국민 정서와 여론에 반하는 교회의 부정적 뉴스가 계속 보도되면서 부정적 이미지와 여론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한국교회 신뢰도는 코로나 이전(31.8%)보다 13.7% 포인트 떨어져 18.1%밖에 되지 않았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현대사회에 있어 제1의 재산은 토지와 자본, 제2의 재산은 정보와 지식, 제3의 재산은 이미지이다. 그리고 제4의 재산은 브랜드이다. 그만큼 이미지와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분열하고 다투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이미지와 브랜드가 크게 손상됐다. 사회에서도 사랑받지 못한 기업들이 무너지는데 하물며 교회라고 다를까.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드라마 ‘수리남’이 흥행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약 밀매업자가 남아메리카 수리남에 밀입국해 코카인을 판매하는 범죄스릴러 드라마인데, 조봉행이라는 마약왕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드라마 속에 나오는 전요환(조봉행의 드라마 속 인물)은 목사를 가장한 범죄 집단의 잔인한 수괴로 나온다. 실제로 조봉행은 목사도 아니었고 사실과 전혀 다른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악의적으로 교회와 신앙을 조롱하는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런 부정적 대중문화가 쌓이면 현대인의 뇌리에 각인된다. 한국교회는 진리를 지키고 반기독교 악법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운동도 지혜롭고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독선적 발언과 행위로 국민에게 반감을 주거나 혐오감을 주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반기독교적 흐름과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등으로 교회 영향력은 자꾸 줄어들 것이다. 혐오가 축적되다 보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초기 한국교회는 소수였고 위대한 모습도 아니었다. 그러나 민족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주며 희망을 심는 사랑받는 교회였다. 한국교회는 다시 사랑받는 교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거룩한 새 영토를 확장할 수 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