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신약성경 에베소서 전반부(1~2장)에서 자신이 깨달은 하나님의 경륜(經倫)과 그 비밀에 관해 설명한다. 그리고 후반부(4~6장)에서는 에베소 성도들을 향한 직접적인 권면을 제시한다.
이 둘 사이에 있는 3장에서 바울은 자신의 소명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나님의 놀라운 구원의 경륜과 에베소 성도들의 구원 이야기 사이에 바울의 사명 이야기가 자리해 있는 것이다.
바울은 이방인을 위한 사도라는 직분을 받았다. 특별히 바울의 직분은 그에게 계시를 통해 주어진 비밀과 관련돼 있었다. 그 비밀은 이방인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상속자가 되고, 함께 지체가 되며, 함께 약속에 참여하는 자가 되는 것이다. 바울은 이 놀라운 비밀의 통로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한 일꾼으로 부름을 받았다고 밝힌다.
바울은 이러한 자신의 직분을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이자 선물로 여겼다. 왜냐하면 바울은 전혀 그러한 직분을 받을 만한 자격이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때 교회를 모질게 핍박했던 사람이었다. 바울이 스스로 지극히 작은 자 중에서도 작은 자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선교가 사람에게 있지 않고 하나님의 능력에 있음을 보여주시기 위해 오히려 바울 같은 인물을 택하셨다. 그 자신이 도무지 형언할 수 없는 큰 은혜를 입었기에 바울은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함을 이방인들에게 전하는 일꾼이 됐다. 이렇게 바울의 직분 이야기는 이방인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라는 놀라운 경륜 안에 자리하게 됐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이런저런 모양의 직분과 책임의 자리를 맡겨주셨다. 이것들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당장 눈에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우리 각자의 인생이 하나님의 경륜 안에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자리를 흔들림 없이 감당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져야 할 신앙적 자세다.
한편 바울은 자신의 사명 이야기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여러 환난에 대해 낙심하지 말 것을 에베소 성도들에게 부탁한다. 왜 바울의 투옥이 그들에게 낙심이 됐던 것일까. 1세기의 ‘명예-수치 문화’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투옥은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바울의 투옥은 명예-수치 문화에서 살아가던 에베소 성도들에게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바울은 단지 지인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사도이며 스승이었기에 바울의 투옥으로 인한 낙심과 불안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바울은 자신이 당한 환난이 에베소 성도들의 ‘영광’이라고 말한다. 바울은 그의 환난이 에베소 성도들에게 복음에 참여하는 영광을 가져다줬음을 상기시키고자 하였다. 바울이 받은 직분과 사명은 수많은 환난과 고난으로 점철되었다. 그러나 바울이 사명의 여정을 돌이켜보니 그 모든 환난은 에베소 성도를 포함한 이방인의 구원 영광을 위한 것임이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가장 부요한 자로서 우리를 위해 가난하게 되셨고 그분의 가난하게 되심이 우리의 부요가 됐다. 마찬가지로 바울의 사명 중 환난은 이방인 성도들의 영광이 됐다. 우리의 삶 또한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수고하며 짊어지는 짐을 통해 살아나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것이 하나님의 경륜에 담긴 구원의 원리이며 환난이 영광인 이유다. 하나님은 이 놀라운 그분의 경륜 속에 우리를 초대하여 부르시고 직분과 책임을 맡겨 주셨음을 확신하며 나아가길 소원한다.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