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18) 웅변학원 한번 안 다니고 ‘반공 웅변대회’서 입상

방송인 서정희씨는 유튜브 ‘서정희와 함께하는 성경낭독’을 매일 아침 올리고 있다. 사진은 유튜브 화면.


특별한 이력이 하나 있는데, 바로 교내 웅변대회 입상이다. 중학교 때는 ‘반공 포스터’ ‘반공 글짓기’ ‘반공 웅변대회’ 등 반공(反共) 관련 행사가 유행이었다. 웅변대회 원고가 뽑혔지만,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내가 앞자리에 앉아 걸핏하면 빈혈로 쓰러지고 약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을 들어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웅변대회가 열리고 최고 대상은 아니지만, 입상을 하고 나니 반 친구들이 신기하다며 기뻐해 주었다.

화장실에서 ‘벌벌’ 떨며 준비한 시간이 떠오른다. 웅변학원을 한번도 안 다닌 내가 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의 웅변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둔 덕분이다.

웅변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꼼꼼하게 살폈다. 어느 시점에서 팔을 올리고 어필하는지, 어떻게 호소력 있게 소리치는지, 머릿속에 입력해 그대로 연습했다. 집안 형편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반대로 무엇이든 배우고 잘하고 싶은 열정이 강했다.

지금도 뭘 하든 그대로 흉내 내는 걸 잘한다. 골프 치러 필드에 나갔을 때 일행들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처음치고는 스윙 자세가 너무 정확하다는 이유였다.

“모르고 하는 거라 겁이 없어 그래”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 TV 골프 채널을 한동안 관찰했다. 그립 잡는 방법, 어드레스, 드라이버 치는 법, 체중 이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골프 용어와 매너 등 요샛말로 스캔을 끝낸 상태였다.

며칠 전 다시 필드 라운딩을 했다. 유방암 절제 수술을 해 겨드랑이도 잘 올려지지 않고, 손가락이 ‘퉁퉁’ 부어 팔꿈치까지 부기가 올라왔다. 근육통약을 계속 바르고 있다. 그런데도 친구를 비롯해 유튜브, TV 골프 채널 등을 통해 열심히 레슨 받고 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 크다. 주부생활만 하던 나는 열심히 뒤따르고 달려야 한다. 건강을 주님께 맡긴다. “내가 날 때부터 주께 맡긴 바 되었고 모태에서 나올 때부터 주는 나의 하나님이 되셨나이다.”(시 22:10)

아픈 몸만 묵상하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왜 이렇게 몸이 부었지. 머리카락은 왜 빨리 안 나지. 멍든 손톱은 왜 안 자라지. 두통이 왜 안 가라앉지. 뼈가 약해 부러지면 어쩌지.’ 걱정으로 의기소침해 게을러진 마음을 재정비 중이다.

다음 달 가슴 복원 수술로 또 입원해야 한다. 입원을 앞두고 있고 표적치료와 약물치료를 한다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아픔만 묵상하지 않을 것이다.

‘딱’하고 골프공을 멀리 날려 버릴 것을 상상하며 이번 달을 즐길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는가. 그렇다. 불타는 청춘이 있었던 것을 잊지 말자. 쓸데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주님은 때를 따라 우리를 도구로 사용하신다. 이것저것 따라 하다 나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생긴 것처럼 어린 시절 웅변을 통해 유튜브 ‘서정희와 함께 읽는 성경낭독’을 또박또박 낭독한다. 또 독서를 통해 이렇게 글을 열심히 쓰고 있으니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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