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21) 설정해 놓은 삶 쉼 없이 달려… 일방통행 자녀 교육 후회

방송인 서정희씨가 유치원생이던 딸 동주, 아들 종우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거리 나들이를 하고 있다.


“잘 자라 우리 아가/앞뜰과 뒷동산에…♬♪”

자장가를 불러주면 딸과 아들은 내 품에서 곤히 잠이 들었다. 양팔에 베고 잠든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다. 모차르트 자장가가 끝나면 브람스 자장가로 넘어갔다. 또 슈베르트 자장가로 이어졌다가 “우리 아기 착한 아기 소록소록 잠든다. 하늘나라 아기별도 엄마 품에 잠든다” 김대현 작곡의 자장가까지.

자장가를 열심히 부르고 있으면 마치 내가 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아이들을 통해 나도 위로받았다. 교회에 다니고 자장가가 자연스레 찬송가로 바뀌었다.

음악은 전진만 하는 내게 위로가 됐다.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었다. 피아노와 첼로 연주곡, 무반주 바이올린, 무반주 쳄발로 곡을 좋아했다.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그래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나’를 계속 들었다. 아이가 악기를 잘 다루려면 엄마가 음악과 악기를 좋아하고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안일을 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클래식을 틀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무척 행복했다.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차근차근 여러 가지를 배웠다.

후회되는 것이 있다.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면서도 즐기라고 하기보다 최고로 잘해야 한다고 채근한 점이다. 콩쿠르에 나가 입상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 의견을 관철했다.

“이번 대회가 어떤 대회인지 알지? 기회를 놓치면 절대 안 돼”라는 외침이 마음속에 울렸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했던 말에 책임지며 살아야 했기에 더 치열하게 나를 채찍질했다. 설정해놓은 삶에 생각과 행동을 하나하나 맞췄다. 새벽기도를 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먹이고 입히고 모든 정성을 쏟아부었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엄마 그동안 뭐했어. 결과가 이게 뭐야”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하루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그건 착오였다. 잘못된 교육이었다. 만약 다시 아이들을 키운다면 절대 그렇게 교육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조급했다. 아이들이 쉬고 싶어 할 때 쉬게 하지 않았다. 진짜 사랑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걸 미리 알았어야 하는데, 후회하고 있다.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힘들구나. 그래 오늘은 좀 쉬자”라고 말했어야 했다. 지나치게 챙기는 바람에 틈을 주지 못했다. 일방통행 사랑이었던 셈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후회하고 있다. 아이코. 내 삶은 후회의 연속이다. 많은 분이 자녀교육에 관해 묻는다. 나는 답한다.

“저처럼 안 하시면 돼요.”

지난 삶이 부끄럽다. 모든 것에서 내 잘못을 인정하고 정직하게 주님 앞에 용서를 구한다. 지금부터의 삶은 주님이 인도하실 수 있도록 비워 놓을 것이다. 꽉꽉 채워 터질 부대에 무엇을 담겠는가.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하시니라.”(막 2:22)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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