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25) 집은 커다란 도화지… 열심히 가꾸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

방송인 서정희 씨는 늘 창의적으로 물건을 정리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꾸민다. 사진은 각종 생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서 씨의 침대.


‘그까짓 것’에 열중하는 나를 한심하게 보는 친구가 있었다. 작고 사소한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청소와 정리 따위, 쓸고 닦고 후벼 파고 다시 내일이면 쌓일 먼지를 터는 따위 등.

요즘은 집이나 물건을 정리해주는 TV 프로그램도 있는 것 같다. 정리해주는 전문가들도 인기다. ‘내가 출연해야 하는 프로인데’ 생각하면서 볼 때마다 훈수 중이다.

‘미래적 현실’ 좋아하는 표현이다. 교회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

이 성경 말씀은 기독교인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현실이 미래의 나의 모습인 거니까 말이다.

사실 내 현실은 ‘하찮은 것’ 투성이었다. 그러나 그 작고 사소한 것들을 통해 지금 많은 것을 이루고 있다. 춥고 아프고 외로웠던 시간에 글을 썼다. 집안 살림도 전부 ‘하찮은 것’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다. 이제 그 하찮은 현실을 소개해 보려 한다.

나는 집을 커다란 도화지라고 여겼다. 그래서 청소, 요리 등 반복하는 집안일에서도 좀 더 창조적인 방법을 생각했다.

집은 멋진 작품이다. 집을 이렇게 저렇게 바꾸고 꾸미고 디자인하는 일이 흥미로웠다. 꼭 돈이 많아야 멋진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월세를 살아도 허투루 꾸미지 않았다. 포장지와 끈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일반 주부가 아니라 전문적이고 직업적인 ‘프로페셔널’한 주부가 되려고 노력했다. 시간을 함부로 쓰는 게 싫었다. 매일 일과를 계획하고 시간을 쪼개 사용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가 만든 ‘프랭클린 플래너’ 다이어리를 사용했다. 요즘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메모하고 기록한다.

어린 시절, 사탕이나 양갱 같은 과자가 가득 든 ‘종합선물세트’가 선물로 들어오곤 했다. 다른 형제들은 과자에 달려들었지만, 나는 상자가 우선이었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종합선물세트 상자는 어린 내게 꿈의 공간이었다. 과자상자를 올리고 접고 색종이를 붙이며 주방이나 방을 만들었다.

그 안에 앙증맞은 테이블이나 작은 침대도 만들었다. 의자를 넣고 옷장도 만들어 옷을 걸었다. 이 작은 공간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나만의 공간이었다.

성인이 돼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집은 종합선물세트였고 일터요, 쉼의 공간이었다. 집을 열심히 가꾸다보니 어느새 인테리어 전문가가 됐다. 조명의 다양한 역할과 가족 구성원들의 움직이는 동선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자재의 특성도 익혔다.

평범한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실천이 나를 인테리어 전문가로 만들었던 것이다. 만약 ‘그 까짓 것’을 무시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오늘도 ‘하찮은 것’들과 마주한다.

이혼 후 죽을 것같이 힘들었던 공간, 오피스텔 방. 그 광야 같은 공간을 주님의 은혜와 믿음으로 채웠다.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하찮은 것’ ‘그까짓 것’을 찾아보자.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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