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26) 57세 여름, 발레 도전…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는 시간

방송인 서정희 씨는 50대 후반에 발레를 처음 접했다. 사진은 서씨가 발레 학원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는 모습.


발레를 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에 배워지지 않는다. 고통이 필요하다. 나는 안다. 이미 돌같이 굳은 상태의 몸이라는 것을. 그래도 57세 여름, 멋진 발레 공연을 관람한 뒤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리나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그냥 발레가 좋다. 꽃을 바라보면 좋은 것처럼.

이혼 후 고통 속에 있을 때다. 취미로 발레를 하면서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었다.

“주께서 나의 슬픔이 변하여 내게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우셨나이다.”(시 30:11)

발레 음악을 듣고 배우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그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발레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딸 동주와 길을 걷다 우연히 발레 샵이 보였다. 들어가 연습용 토슈즈를 만지작거리다 하나 샀다. 토슈즈는 발레에서 여성 무용수가 춤을 출 때 싣는 신발이다. 가슴이 쿵쾅 거렸다. 기분이 좋아 흥얼거리며 길거리에서 뱅글뱅글 돌며 집까지 왔다.

집에서 토슈즈를 실내화처럼 신고 다녔다. 사뿐히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현대 무용의 창시자 이사도라 던컨이 맨발로 춤추는 것을 흉내 냈다.

수업에 필요한 발레복 레오타드도 샀다. 이 나이에 발레 한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냥 선물용이라고 말하고 구입했다.

발레 학원을 알아볼 때도 “딸이 발레 시작하려고요”라고 말했다. 학원에서는 건강을 위해 ‘스트레칭 발레’를 권했다. 개인 지도를 8번 받았다.

그런데 두 달 만에 그만뒀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레슨비가 비쌌다. 한 동작 한 동작이 어려웠고, 발레 용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발레 배우기가 쉽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하지만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다.

꽃을 잘 그리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가 한 말이 있다.

“아무도 꽃을 보지 않는다. 정말이다. 너무 작아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무언가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발레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도 발레 친구가 되기 위해 스트레칭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세도 많이 좋아졌다. 뻣뻣한 어깨가 펴지고 구부정한 허리도 펼 수 있다. 1년을 배우니 다리가 일자로 찢어졌다. 발레를 늦게 시작했지만 ‘발레 신동’이란 말도 들었다.

발레는 ‘춤을 추다’는 거다. 그냥 춤추면 된다. 마음 가는 대로 음악을 들으며 즐거움을 표현하면 된다.

발레는 나를 기쁘게 한다. 음악적 취향이나 분별력은 필요 없다. 좋으면 하고 싫음 안 하면 된다. 발레의 역사와 이야기를 알아 가는 게 좋다. FM 라디오를 틀고 스트레칭 발레로 아침을 깨운다. 피곤한 몸이 풀리고 키도 커지는 느낌이다. 엄청 시원하다. 발레는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매번 이렇게 발레와 행복한 아침을 맞는다.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도 춤출 것이다. “다윗이 여호와 앞에서 힘을 다하여 춤을 추는데.”(삼하 6:14)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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