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토요일마다 서울 광화문광장은 수만명의 시위대가 점령하면서 교통 통제와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처단합시다’ ‘퇴진하라’ 등의 귀를 찢는 구호는 청명한 가을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의 평온한 휴일을 빼앗아 버렸다. 숲과 녹지로 재단장한 광화문광장은 사라지고 태극기와 성조기, ‘주사파 척결 자유통일로’ ‘문재인 이재명 구속’ 등 손팻말들이 나부낀다. 꽹과리와 날카로운 확성기 소음은 남북 분단도 모자라 두 동강 난 대한민국의 현실을 자각시켜준다.
수년째 광화문에서 보수단체 집회를 주도하는 이는 전광훈이다. 자신을 나치 히틀러 치하에서 저항하다 순교한 독일 실천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에 빗대어 지난 문재인 정권에선 ‘순교자’ 코스프레를 했다.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본회퍼 목사의 명언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문 대통령 하야를 외쳤던 그는 매주 토요일 ‘주사파 척결 천만 국민대회’를 열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그는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수십억원을 들여 자유일보를 발행하고 있다. 딸을 발행인으로 앉히고 유튜브 영상에선 기독교를 대변하는 국민일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기가 만든 신문에 헌금을 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매주 한두 차례씩 주요 일간지에는 ‘1천만명이 나올 때까지 매주 토요 국민대회’를 열겠다며 집회 안내와 회비 납부 계좌번호가 적힌 광고를 싣고 있다.
그가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지난달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철거보상금 500억원을 받았다. 교회는 서울시의 감정가액(82억원)보다 월등히 높은 563억원을 조합에 보상금으로 요구하며 버텼다. 조합은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해 1·2·3심 모두 승소하고 강제집행을 여섯 차례나 시도했지만 교인들의 극렬한 물리적 저항에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조합이 울며 겨자 먹기로 거액의 보상금을 주면서 ‘알박기’의 나쁜 선례를 남겼다.
법도 무시하고 여론도 무시하는 안하무인격 태도다. 그는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예수의 족보에 나온 여성들 모두 창녀” 등의 망언으로 하나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고 자신을 성령의 본체라고 주장한다. 이미 2019년 9월 소속 교단인 예장 백석에서 제명됐다. 예장 고신은 전광훈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며 그가 주최하는 집회의 참여 금지를 결의했다. 예장 합동, 통합도 집회 참여 금지를 결의하거나 권고했다. 자신을 신격화 우상화하고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데 대한 거리두기다.
전광훈의 행태가 TV 신문 등에 보도되면서 기독교에 대한 반감과 혐오를 키운 것은 자명하다. 기독교 관련 기사에 악플이 넘쳐나고 개그 프로그램이나 넷플릭스 드라마 등에서 목사를 풍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전광훈 같은 가짜 목사들이 세상을 활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탄은 묵묵히 하나님만 바라보며 빛과 소금의 사역을 감당하는 수많은 교회들이 맞고 있다. 지난 6일 국민일보가 ‘리(Re)처치, 세상 속으로’를 주제로 개최한 ‘국민미션포럼’에 참석한 한 작은 교회 목사는 “쫓겨나게 돼서 교회를 이전해야 하는데 공간을 주지 않는다. 10군데 중 9군데가 교회라고 하면 집주인이 모두 거절한다. 이게 작은 교회의 현실이다. 선교 이전에 교회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토로했다. 포럼에선 어느 교회 목회자 청빙공고가 나왔는데 ‘예수 잘 믿는 목사님’을 구한다는 웃픈 현실도 소개됐다.
미국 북부의 어느 교회는 예배에 참석하면 돈을 준다고 한다. 유럽의 교회들은 술집으로 바뀌었다. 수십년 전 미국과 유럽의 전철을 한국교회도 밟고 있다. 풍요로움 속에 신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신학교는 지원자를 찾기 어렵고 목회자들이 조롱받는 시대다. 일부 정치 목사들의 일탈과 신천지 등 이단들의 준동이 교회를 멀리하게 한 가장 큰 요인이다.
어떻게 다시 신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교회를 되살려야 할까. “목회자를 포함한 그리스도인 모두가 윤리적이고 경건하게 살면서 사회봉사와 구제 활동에 힘써야 한다. 존 웨슬리의 말처럼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선을 행해야 한다.”(신국원 총신대 명예교수) “한국교회가 하나님을 만나는 ‘골방’과 세상을 만나는 ‘광장’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김은호 오륜교회 목사) 한국교회가 귀담아들어야 할 국민미션포럼에서 나온 해법들이다. mheel@kmib.co.kr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