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정희 (27) “주님, 아버지 없이 자란 제게 아버지 돼 줘 고맙습니다”

방송인 서정희씨는 둘째 종우를 낳고 교회 부흥회에 참석해 예수님을 영접했다. 사진은 꿈에 천국을 보고 그린 그림과 글 ‘서정희의 인생 여정’.


2004년 병원에서 자다 천국 꿈을 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새벽기도를 가다 하혈을 심하게 하고 쓰러졌다. 자궁에 종양이 있었다. 대학병원에 입원했고 암은 아니었지만, 자궁적출 수술을 했다.

한 지인은 “너는 하나님 딸로 그렇게 열심히 산다면서 왜 병이 났니”라고 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새벽기도와 철야, 구역예배, 주일 성수, 기도와 묵상을 빼놓지 않던 내가 병에 걸렸다고 하니 주변에서 수군댔다.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이동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병실에서 울다 잠이 들었다. 그때 꿈속에서 천국을 봤다. 금으로 치장한 성들이 보였다. 내 모습이 보였다. 성 아래 아름다운 마을이 펼쳐졌다.

‘저 마을엔 누가 살지?’

성이 내 집이라는 걸 느꼈다. 하늘에서 꽃이 눈처럼 계속 쏟아졌다. 떨어지는 꽃들 사이에 거대한 꽃이 보였다. 꽃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한 순간, 그 꽃이 내 품에 가볍게 안겼다. 한 아름 꽃을 안은 채 꿈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거였네요. 주님, 천국 소망을 버리지 않을게요. 나의 처소를 보여주셨네요. 예루살렘 성처럼 아름다운 나의 본향, 나의 성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려요”라고.

천국에 소망을 두고 예수님을 영접한 건 둘째 종우를 낳고 한달 반 만이었다. 1985년 여름 서울 강동구에 있는 교회 부흥회에 참석했다.

영 어색했다. 뒷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교인들이 큰 소리로 찬양을 부르기 시작했다. 왠지 낯설었다.

“중·고등학교 때 미션스쿨을 다녔는데 왜 이렇게 낯설지?”

교인들은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기도했다. 조금 무서웠다. 지금이야 내가 방언을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때는 방언이 무엇인지 몰랐다. 찬양을 따라 하고 목회자의 설교를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성령님이 나를 만지고 계셨다.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살면서 지은 죄가 계속 생각났다. 하나하나 죄를 회개했다. 그러자 마음이 평안해졌다. 누군가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아∼. 이것이 하나님의 손길이구나. 아버지 없이 자란 나에게 아버지가 돼 주시는구나. 하나님 아버지 고맙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게 됐다. 부흥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는 전혀 딴사람이었다. ‘붕붕’ 날아갈 듯 신이 났다. 거리의 나무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사랑한다, 정희야.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한다.”

“주님. 저도 주님을 사랑해요.”

이후 첫째 딸 동주를 등에 업고, 둘째 종우를 가슴에 안고 열심히 교회를 다녔다. 젖병과 기저귀, 이유식 방석 등 온갖 걸 싸서 들고 다녔다. 등에 업고 다닌 딸 동주가 이제 40세, 아들이 38세이다. 꿈에서 본 천국 소망을 잃지 않고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살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 2:10)

정리=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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