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답게’ 살고 싶지 않은 성도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약성경 에베소서 4장에서 바울은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이야기한다. 에베소 성도를 향해 부르심에 합당하게 행하라(걸으라)는 것으로 압축된다. ‘행하다’ ‘걷다’는 말은 라이프 스타일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리스도 밖에 있을 때 성도들은 ‘죄와 허물’ 가운데서 걸어왔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걸어가도록 부르셨다. 그렇기에 바울은 성도 삶의 기준을 그 ‘부르심’에 두기를 소원한다.

부르심에 걸맞은 삶의 방식에 대해 바울은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서로 용납하는 것이다. 둘째, 하나 됨을 힘써 지키는 것이다. 너무 시시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부르심과 사명을 생각하면 거창한 것들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바울은 거창한 걸 말하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 서로를 받아들이면서, 교회의 하나 됨을 힘써 지키는 게 바울이 말하는 성도의 합당한 삶이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해 알고 있듯이, 이 일은 절대 만만치 않다. 많은 초기 교회는 이방인과 유대인이 함께 이루는 이른바 다민족 교회였다. 더욱이 다양한 계층과 성별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뤘다. 한 식구도 다투는데 하물며 다른 문화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모여 하나 됨을 이루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교회의 하나 됨은 교회의 어떤 전략이나 정책으로 되지 않는다. 오직 성도 전체의 인격과 성품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모든 성도가 겸손과 온유, 그리고 오래 참음으로 옷 입을 때 용납할 수 있다. 이것은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성품이다. 애초에 교회의 하나 됨은 성령님께서 이루신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지 않고 우리 스스로에게서 그것을 유지할 힘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나 됨이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대로 많은 초기 교회 공동체는 매우 다양했다. 다양성은 충돌을 만들어내기 쉽다. 그렇다고 통일하는 것이 하나 됨인가. 그렇지 않다. 바울이 말하려는 하나 됨은 다양성 속에서의 하나 됨이다. 다시 말해 조화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다양성 속에서 하나 됨과 조화를 만들어 내는 예술가이시다. 하나님은 모든 것들 위에서 다스리시고, 모든 것을 통해 일하시고, 모든 것에게 생명과 힘을 공급하신다. 그래서 다양한 인종·사회적 특성을 가졌더라도 하나님 안에서 조화로울 수 있다. 특별히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교회 안에 각양의 은사와 직분을 주셨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같은 음을 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음을 모아 하나의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그 화음을 끌어내는 지휘자이시다. 그러므로 성도들이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교회의 지휘자이신 그리스도의 손에 붙들려야 한다. 그래야 교회는 다양성 속에서 아름다운 하나 됨을 이룰 수 있다. 지금도 삼위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위해 그 일을 이루고 계신다. 말씀으로 교회를 다스리시며, 성령께서 이루신 하나 됨을 위해 서로 섬기게 하신다.

각자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교회가 아름답게 세워지지 않는다. 한 사람은 한 번에 하나의 소리밖에 내지 못한다. 그래서 자기 열심에 빠진 사람들이 교회 전체 화음을 어긋나게 하는 걸 자주 목격한다. 오직 교회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즐거이 순종하면서 그리스도의 지휘를 따르려는 사람들을 통해 세워진다.

다양성 속에서 하나 됨을 이루는 사람들, 곧 교회야말로 온 세상을 충만케 하는 도구로 쓰임받을 수 있다. 교회 안에서 그 일을 이루지 못하면서, 세상의 갈등을 치유하고 화평을 일구겠다고 나서는 건 순서에 맞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 참된 하나 됨과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분열되고 상처로 가득한 세상에도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될 것이다.

(삼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