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교회 예배당은 조금 이상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찬양 대원이 설교자 뒤에 앉습니다. 좌우에도 성도들이 앉고, 2층에서 보이도록 하려고 강단을 높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단이 하늘에 높이 매달린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영락교회 강단에 서면 경험이 많은 목사님도 경직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한 경직한다’는 말이 생겼습니다. 그럴 때마다 영락교회를 세우신 한경직 목사님이 떠올라 웃습니다. 경직, 굳어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얼마 전 교계 모임에서 색다른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픈 스페이스 테크놀로지(Open Space Technology)’라는 소통을 장려하는 회의 방식이었습니다. 1985년 해리슨 오웬의 커피 브레이크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틀과 격식을 벗어난 자유로움과 훌륭한 회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회의 방법 및 의사결정 방법이라고 합니다.
회의가 꽉 막혀 잘되지 않을 때 사용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의견 대립으로 회의가 지연될 때, 상황이 복잡할 때, 다양한 견해가 정리되지 않을 때,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좋은 결정을 위해 이해 당사자들의 열린 마음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약 50여명의 참석자들이 반원으로 둘러앉아 함께 참여했습니다. 평소에 나누고 싶은 의제를 제시하고, 다양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정답을 전제한 것도 아니고 특정한 답이 나와야 만족하는 것도 아닌, 누구라도 자유롭게, 그리고 어떤 견해도 존중받고 어떤 결론도 수용하는 대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경험을 교회에 적용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장로님들의 모임이든 목회자들의 회의든 경직되기 쉽습니다. 경직되면 참석자들은 의견을 말하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에게 가장 좋은 시간이 언제였느냐고 물으면 쉬는 시간이라고 말한답니다.
쉴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가진 생각을 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마치 쉬듯이 회의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설교자가 맨 앞에 혼자 서 있고 청중은 설교자를 바라보는 구조이므로 설교자 혼자 말하는 게 익숙합니다. 이런 구조가 예배 후에도 적용되어 소통이 잘 안 될 때가 많습니다.
이제는 교회에서도 소통을 중시해야 하겠습니다. 자유롭게, 사랑하면서, 편하게, 주님을 위하는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담임목사로 오래 지내다 보면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이것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굳어집니다. 담임 교역자와 부교역자 사이에도, 성도와 성도 사이에서도 소통이 원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한 권위를 존중하되, 권위주의는 배격해야 합니다. 경직된 근육을 풀 듯이 굳어진 마음들도 풀어주어야 하겠습니다. 부드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주님이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주님께서는 ‘뭐든지 말해 봐. 네 소원을 말해 봐. 귀를 열고 네 말을 들으려 한다’고 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마음을 활짝 열고 계시기에, 우리는 어떤 눈물 어린 사연이든 주님께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주님은 다 들어 주십니다. 그리고 ‘네 소원대로 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할 때입니다. 교회 안에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으로 소통해 하나 되길 원합니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 다른 이들을 안으로 들어오게 할 때입니다.
(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