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종교 지형도를 살필 수 있는 최고의 자료는 통계청이 벌이는 인구주택총조사일 것이다. 이 조사에서 ‘종교 분포 조사’는 10년 주기로 실시되는데, 가장 최근 발표된 데이터는 2015년 조사 결과로 당시 눈여겨봄 직한 포인트는 2개였다. ①해당 조사를 실시한 이후 국내 무종교인 비율이 56.1%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절반을 넘겼다. ②크리스천 비율이 19.7%(967만여명)로 집계돼 개신교가 불교(15.5%)를 따돌리고 대한민국에서 첫손에 꼽히는 종교가 됐다.
①번은 세계적 현상일 수도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문제는 ②번이다. 불교나 천주교에선 곧바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종교 신자는 급감했는데 어째서 개신교만 100만명 넘게 폭증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2005년 조사에서 개신교인 규모는 844만여명이었다). 조사 방식에 딴죽을 거는 이도 많았다. 전수조사가 아니어서 신뢰할 수 없다거나 인터넷 설문에 일부 고령층이 정확한 답변을 못 내놨을 거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 조사는 표본이 1000만명에 달했으니 신뢰성은 얼마간 담보됐다고 볼 수 있다. 이단으로 규정되는 종파들이 개신교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컸지만 그래도 개신교의 파워는 얼마쯤 입증됐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약 1000만명에 달하는 성도를 보유한 집단인가. 만약 이게 진실이라면 교회마다 성도가 바글대고 교회의 위기 운운하며 죽는소리를 하는 이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언젠가 한 신학대 교수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한국교회에서 가장 큰 교단이 어딘지 아느냐고 물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이나 통합 아니겠냐고 답했더니 그 교수는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한국교회에 가장 큰 교단은 ‘가나안’이죠. 국내 개신교인 중엔 교회에 안 나가는 가나안 성도가 가장 많으니까요. 아마 20%가 넘을 겁니다. 한국교회는 갈수록 쪼그라들 거예요.”
실제로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019년 내놓은 자료를 보면 가나안 성도 비율은 23%에 달한다. 코로나19 탓에 많은 교회가 대면 예배를 드리지 못한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으니 현재 그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게 불문가지다. 가나안 성도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더 많다. 최근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30, 40대 크리스천 70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32.9%가 가나안 성도였다. 3040 크리스천 3명 중 1명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 셈이다. 어떤 목회자는 이렇게 말한다. 국내에서 교회에 나가는 성도는 600만명 수준일 거라고.
통계청 조사를 빌리지 않더라도 한국교회의 교인 규모를 파악할 방법은 있다. 각 교단의 교세 현황 자료들에 실린 교인 수를 더하면 된다. 문제는 이들 자료가 엉터리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료의 주요 교단 소속 교인만 합해도 1200만명을 웃돌 것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대형교회 관계자들도 저마다 등록 교인이 수만명에 달한다는 식으로 자랑하곤 하는데, 교회에 가보면 그곳의 초라한 현실을 마주할 때가 많다.
교단이나 교회가 허깨비 같은 통계를 내놓는 이유는 세를 과시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행태는 한국교회가 마주한 현실을 흐릿하게 만들면서 장기 선교 전략을 세우는 데 방해물만 된다. 최근 만난 한 목회자는 관행이 돼버린 교계의 뻥튀기 통계에 우려의 뜻을 표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교단 데이터엔 허세만 한가득 담긴 경우가 많아 이젠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제대로 된 통계도 못 만드는 상황에서 무슨 해법을 만들 수 있겠냐고.
그의 말마따나 정확한 통계는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 할 때 갖춰야 할 기본 중 기본이다. 통계가 허술하면 어떤 문제든 해결이 난망해진다. 그러니 지금의 한국교회가 위기를 돌파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우선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는 정확히 몇 명인가.
박지훈 종교부 차장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