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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책 읽는 그리스도인



“선교사들께 사도신경의 삼위일체 교리를 강의하도록 기획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통찰력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내주셨고, 마지막으로 관대한 독자들께서 읽어주신 것 같습니다.”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우리가 믿는 것들에 대하여’(복있는사람)의 저자 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조직신학 교수의 소감이다. 국민일보 미션탐사부는 12월 한 달간 기독출판사 편집자 및 한국교회 주요 저자를 대상으로 2022 올해의 책을 추천받았다. 중복을 포함해 580권 넘는 책들이 추천됐고, 이 가운데 김 교수의 책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김 교수는 2019년 ‘질문하는 신학’으로 당시에도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 저자에 선정됐다.

사도신경은 주일 예배 때마다 교회에서 반복하지만, 결코 해설하기 쉽지 않은 고대의 신앙고백이다. 김 교수는 유일신 개념이 더 강력한 이슬람권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삼위의 하나님 교리를 ‘자기를 내어주심’이란 사랑의 언어로 풀어내 이 지역 선교사들에게 소개했다. 소감도 강의를 기획한 우드베리연구소, 출판사 복있는사람 그리고 관대한 독자들까지 삼위 차원에서 감사를 표했다.

‘한국 교회 트렌드 2023’(규장)은 지용근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가 주도한 기획물로 ‘목회 신학 국내’ 부문 올해의 책이다. 트렌드 서적 열풍 속 ‘목회마저 트렌드가 있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코로나로 더 어려움에 부닥친 한국교회가 정직한 통계를 직시하며 건강한 목회를 꿈꾸도록 도왔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지 대표는 “팬데믹 이후 가중된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든 길을 찾으려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현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목회 신학 국내’ 부문 또 다른 선정 작품은 이재근 광신대 역사신학 교수의 ‘20세기, 세계, 기독교’(복있는사람)이다. 조용기 목사를 비롯해 존 스토트, 빌리 그레이엄 등 20세기 기독교를 움직인 21명의 인물을 통해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를 복원해낸 책이다. 상장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이 교수는 “세계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의 위치 파악에 도움이 됐다면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 책의 특징은 가독성이다. 김 교수는 현란한 신학적 논의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맘속으로 한 사람 독자를 상상하며 그에게 친절하고도 사려 깊게 말을 거는 형식으로 서술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지 대표를 비롯한 ‘한국 교회 트렌드 2023’의 저자 10명도 무미건조한 숫자 속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애정을 글로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수천 쪽 건조한 사료 더미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드라마틱한 인물 이야기로 재구성한 이 교수는 소설 읽기와 영화 관람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국민일보 올해 최고의 책 저자와 목회 신학 국내 부문 저자들에겐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의 부상과 기독교한국루터회(총회장 김은섭 목사)의 상금이 수여된다. 서울광염교회는 국민일보 올해의 책이 보도된 다음 날 곧바로 일반 신앙 국내외 부문과 어린이 청소년 부문 등이 포함된 선정작 11권의 리스트를 확보해 이 가운데 100여권을 구입, 교역자들이 읽고 이를 성도들과 나눴다. 코로나 이후 더 위축된 기독출판사를 응원하려는 마음에서 움직인 것이다. 루터란아워와 베델성서연구 등을 통해 교파를 넘어 ‘교회를 돕는 교회’ 사역을 강조하는 루터회 총회도 기독출판 진흥을 위해 애쓴 저자들에게 지속해서 격려를 표하고 있다.

모두 한국교회 독서 생태계를 되살리려는 노력이다. 신학적 담론을 생산하고 깊이를 더하는 전문가와 연구기관, 이를 감각 있게 책으로 담아내는 기독출판사 그리고 이를 읽는 성도들이 모인 교회. 책 읽는 그리스도인 문화를 위한 삼위일체다.

우성규 미션탐사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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