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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한국교회 헌금 총액은 얼마인가



성도들의 헌금은 어디에 쓰일까. 최현종 서울신대 교수가 2017년 학술지 ‘신학과 사회’에 발표한 논문 ‘한국교회 재정구조 분석’을 보면 그 답을 대략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논문은 교회 180곳의 연말 보고서에 담긴 예결산 내용을 살핀 것으로, 헌금 상당액의 용처는 교회의 유지운영비(37.9%)나 교역자 인건비(29.8%)였다. 교회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십일조(52.1%)였으며 그다음은 감사헌금(20.2%), 기타 헌금(17.6%), 특별건축헌금(10.1%) 순이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 성도가 1년간 내놓는 헌금의 총액은 얼마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그 액수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대다수 교회는 법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교인들의 공동체, 즉 비법인사단의 성격을 띤다. 교회는 헌금액과 교인 규모 등을 신고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헌금이 천문학적 규모일 거라는 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과거 발표된 한국교회 회계 현황을 다룬 논문을 보니 그 액수가 10조원대로 명시돼 있었는데 이런 추정액이 나온 근거는 다음과 같았다.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개신교인은 967만여명이다. 이들이 매달 각각 10만원씩 헌금한다고 가정하면 총액은 11조원을 웃돈다. 물론 이런 계산법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신앙은 있으나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교계 한 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신교인 1인의 연간 평균 헌금액은 266만4000원에 달한다. 즉 가나안 성도를 감안하더라도 전체 헌금액이 10조원을 웃돌 것이란 주장엔 일리가 있다.

교계의 불투명한 재정 관리는 교회의 신뢰도를 좀먹는 요소로 자주 거론된다.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부설 코디연구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여 지난해 4월 공개한 결과를 보자. 한국교회 신뢰도 회복을 위한 요소로 ‘재정 투명성 제고’를 꼽은 응답자는 28.9%나 됐다. 실제로 교계를 취재하다 보면 일부 목회자가 헌금을 쌈짓돈처럼 펑펑 써댄다는 식의 루머를 접하게 된다. 교회 재정을 담당하는 집사나 장로가 헌금을 횡령해 입길에 오르내릴 때도 많다.

교회의 깜깜이 회계 관리는 교회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을 풀무질할 때도 적지 않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지난달 23일 정기총회를 열면서 배포한 자료엔 이 단체 부설 기관인 교회문제상담소가 지난해 진행한 상담 내역이 담겼는데, 교계의 분쟁 유형으로 첫손에 꼽힌 게 ‘재정 전횡’이었다.

물론 헌금을 제멋대로 유용하는 목회자는 극소수일 것이다. 교회 가운데 투명성을 끌어올리려 교회 정관 등을 활용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한 곳이 수두룩하다. 이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계 기구도 있다. 그간 만난 대형교회 목회자 중엔 대기업 대리급 월급만 받는 이도 있었고, 해외 선교를 갈 때면 일등석을 끊어주려는 교인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일평생 이코노미 좌석만 고집한 목사도 있었다. 나는 대다수 목회자가 청지기의 마음으로 헌금을 관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회 울타리 안에서 오가는 헌금의 흐름은 지금보다 훨씬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만약 온라인상에 한국교회 헌금이 낱낱이 공개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망상처럼 여겨지겠지만 확실한 건 재정 투명성을 둘러싼 이슈를 해결하지 않고선 한국교회를 둘러싼 모든 문제의 해소가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몇 달 전 만난 한 목회자는 이렇게 말했다.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가 많은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명한 헌금 관리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아는가. 교회가 클수록 담임목사도 부자일 거라고, 헌금은 모두 담임목사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교회는 앞으로도 영영 지금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박지훈 종교부 차장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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