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메디컬타운으로 만들려는 도전에도 나섰다. 지금은 부산의 도심지가 된 서면에 2008년 종합병원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진구도 서면 일대를 의료관광특구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와 의사가 뜻을 합하면 의료계 신성장동력을 육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의료관광 선도국가인 싱가포르를 학습했다. 그리고 서면은 의료시설의 집적도가 높지만, 의료 관광의 중심지가 되려면 허브가 될 종합병원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종합병원 건축을 발표한 이유다.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건축자금을 빌리려고 은행 문을 두드리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여신업계에서 병원은 모텔과 동급이니 그럴 만했다.
힘겨운 순간에도 멈추지 않았고 2010년 3월 종합병원을 탄생시켰다. 지하 3층, 지상 12층 전체 면적 1만6470㎡(약 5000평)에 400병상 규모였다. 이름은 온종합병원이었다.
온종합병원의 ‘온’에는 여러 의미를 담았다. 따뜻함을 뜻하는 한자 ‘온(溫)’은 아파서 병원을 찾는 환자와 그 보호자를 따뜻하게 안겠다는 뜻이다. 온전함과 완벽함을 뜻하는 ‘온(穩)’도 있다. 완벽한 의술로 온전히 치유한다는 뜻이다. 영문 ‘온(ON)’도 있다. 꺼져가는 생명의 불을 다시 켠다는 의미다.
이름처럼 병원은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201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부의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지정된 건 회진하다 목격한 장면 때문에 도입한 제도 덕이다.
뇌혈관 질환으로 입원한 칠순 노모 간병을 두고 4남매가 옥신각신하는 걸 봤다. 가족의 오랜 투병은 가정에 정신적·육체적 어려움은 물론 경제적 고통까지 준다. 이를 병원이 해결해 주기로 했다. 포괄 간호시스템을 도입해 간호사들이 입원환자를 돌보도록 했다. 이를 위해 간호 인력을 크게 늘렸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원무과 직원 등으로 구성된 ‘보호자 없는 병원 관리위원회’도 만들었다. 병원 곳곳에 고객의 소리함을 설치해 쓴소리에도 귀 기울였다.
60여명의 대학교수 출신 의사 등 의료진은 오늘도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2017년 12월엔 병상도 1300병상으로 늘렸다. 100억원대 암 치료 방사선기기도 도입했다.
정근안과의원도 최첨단 라식 기계를 들이고 망막질환 권위자인 엄부섭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부산대병원 안과)를 초빙하면서 ‘정근안과병원’이 됐다.
덕분에 부암동 방향에서 서면교차로까지 가야대로, 서면교차로에서 범일동 방향으로 중앙대로 약 1㎞ 구간은 성형 피부 치과 안과 등 200여개 의료기관들이 밀집한 서면메디컬스트리트가 됐다. 지자체는 서면메디컬스트리트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감사한 건 부산 지역 주민들은 서면을 대한민국 의료관광의 중심지로 만든 중심에 온종합병원과 정근안과병원이 있다고 얘기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배운 건 시련이 더 큰 성공을 거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성장할 기회를 놓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