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의 행보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22년 5월 우리는 폴란드로 향했다. 폴란드는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어 가장 많이 모인 곳이었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16명의 의료지원단은 8박 9일 동안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 난민캠프에서 의료지원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피란길에 올라 평소 복용하던 약을 미처 챙기지 못한 당뇨나 고혈압 환자에게 약도 전달했다. 의약품, 피부연고 파스 비타민 감기약 등을 챙겨 줬다.
그곳에서 유독 마음을 울린 글귀가 있다. 바르샤바한인교회 초석에 있던 글이다.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이 누가 이 전당을 지었느냐 묻거든 하나님을 사랑하는 너희 조상들이 믿음을 물려주기 위해 고달픈 나그넷길 가면서 즐겁게 건축했노라 전해다오.”
돌아오는 길엔 바람도 생겼다. 전쟁 후에도 병원 건축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다.
지난달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도 그린닥터스는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2월 17일부터 24일까지 7박 8일간 튀르키예에서도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안타키아, 메르신 등에서 이재민 500여명을 진료했다.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주 이스켄데룬에 마련된 난민캠프에선 내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성형 안과의사가 치료에 나섰다. 차량으로 세 시간 떨어진 안타키아로 가 무너진 한인교회 앞에서 예배하고 현장진료도 했다. 현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할 때 6.4 여진도 경험했다.
그동안 스리랑카, 파키스탄, 미얀마, 네팔 등 지진 등 자연재난 현장에서 긴급 의료봉사활동을 펼쳐왔지만 튀르키예에 갈 때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1950년 6·25전쟁 때 튀르키예를 비롯한 참전국 젊은 병사들이 이 땅의 자유를 지켜주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튀르키예에 대해선 감사의 마음을 안고 1주일간의 일정을 보냈다.
이렇게 의료봉사에 나설 때마다 감사한 분들이 있다. 2004년 해일이 덮친 스리랑카 때부터 지금까지 현장에 갈 때면 함께 해 주신 한국인 선교사님과 한인교회 성도들이다. 기업과 대형병원, 제약회사 등은 물량과 인원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의료지원을 마치고 귀국길 공항에서 쓴 글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동유럽이 러시아 침공이란 혼란의 큰 소용돌이에 빠졌고 코로나로 어느 누구도 출입이 자유스럽지 못해 전쟁지역에 봉사하러 나갈 엄두를 못내는 시기에 그린닥터스는 설립이념에 따라 이 세상 어디든지 인류가 재난으로 고통 받는 곳은 우리가 간다.”
바르샤바한인교회 초석에서 본 글귀를 통해 앞으로 그린닥터스 일원으로 의료봉사현장에 갈 때면 마음에 새기고 싶은 글도 생겼다.
“먼 훗날 우리의 아이들이 누가 이 우크라이나 전쟁지역, 튀르키예 지진지역을 다녀왔느냐 묻거든 하나님을 사랑하는 너희 조상들이 평화를 물려주기 위해 고달픈 나그넷길 가면서 즐겁게 의료봉사했노라 전해다오”라고 말이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