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여름 나기
입추라는데 여전히 밖에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더위를 피해 수영장에 갔다가 몇 달간 수영장에서 얼굴을 마주치던 분들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물론 처음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 긴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뿐이지 늘 눈인사를 나누었고 수영 동작이 틀리면 서로 지적해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샴푸나 물안경을 빌려주기도 했고 누군가 오랜만에 수영장에 나오면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우리 네 명은 함께 강습을 받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늘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자유수영 회원이었다. 그런 우리가 지난주 처음으로 ...
입력:2019-08-11 15:10:02
[가리사니-이도경] 남의 자녀 앞길 좌우하는 분들의 자식농사
몇 년 전 영국에서 영국 명문대를 준비하던 한국 십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 실태를 조명하는 시리즈물을 위해 대안학교 시스템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이 유복한 십대들과 하루 반나절을 지낼 수 있었다. 취재 목적과 거리가 있어 기사로 소개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을 잔뜩 인터뷰하고 출장길에 오른 터라 깊이 각인된 기억이다. 은행 중역의 아들, 병원장 손녀, 유명 사립대 교수 자녀 네 명이 살던 숙소였다. 런던 중심부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중산층 거주 지역의 아늑한 이층집이었다. 학생들은 짙은 ...
입력:2019-08-11 15:10:02
[한반도포커스-신범철] 가치 외교가 중요해졌다
국가 이기주의의 시대다. 전통적으로 자국 중심의 공세적 외교를 추구해 온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부르짖던 미국조차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자국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미국에 편승하고 있고, 북한은 이참에 핵 보유를 굳히려는 모습이다. 오직 한 나라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대한민국이다. 문재인정부 외교는 언뜻 보면 ‘평화’라는 가치 지향적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매개로 한반도에서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중·러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미&m...
입력:2019-08-11 15:05:01
[김명호 칼럼] 미·중 환율전쟁은 미래전쟁의 서막
환율전쟁은 안보 문제까지도 포함된 중층적 성격… 미·중이 서로 앞날을 때리는 미래전쟁 일본이 우리의 약점 노린 경제전쟁도 동아시아 미래전쟁 국내용 정치와 선거에만 능한 여야 정치인들이 국가생존 전략 세우고 헤쳐나갈 수 있을까 결국 환율전쟁이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함으로써 방아쇠를 당겼다. 3일 뒤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을 달러당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른바 포치(破七·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현상)를 용인한 것이다. 중국은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이라 ...
입력:2019-08-11 15:05:01
[편의점 풍경화] 그렇게 우리는 살아간다
그 손님은 시시때때 자랑을 많이 한다. 주로 부모님 자랑을 많이 하고, 자신의 알록달록한 소장품을 자랑하기도 하며, 묻지도 않았는데 주말에 어디 갔는지 불쑥 자랑하는가 하면, 한번은 여자친구 자랑을 참기름 볶듯 고소하게 하기에 샘나 어쩔 줄 몰랐다. 순 ‘자랑쟁이’ 총각이다. 올봄 그 손님이 우리 편의점에 찾아와 “아저씨, 저 이제 초등학교 가요!” 하면서 한껏 우렁찬 목소리로 자랑했다. 이거 원, 초등학교 안 나온 사람 서러워 살겠나 싶을 정도로 야무진 자랑이었다. (그래, 나는 ‘국민학교’ 나왔다!) 기억한다. 그 손님이 우...
입력:2019-08-09 15: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더위와 망상
얼음이 가득한 잔을 들고 선풍기 앞에 앉으니 아이고 이제 좀 살겠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 모금 들이켜며, 고질적인 습관인 멍 때리며 엉뚱한 생각에 빠진다. 현실에 치여 복잡한 일들로 머리가 아프면 이 고질병이 더 도진다. 선풍기는 무슨, 얼음 한 조각도 왕이나 접하던 시대에 태어났다면. 전쟁통이라 시원한 물은커녕 당장 죽고 사는 위협에 쫓기고 있다면. 수십 ㎞를 조금이라도 덜 더러운 물을 긷기 위해 걸어야 하는 곳에 살고 있다면. 언제부터 이런 습관이 들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어렸을 때 어디에선가 ‘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느낀다’ 등의 글을 ...
입력:2019-08-08 15:10:01
[혜윰노트-마강래] 대한민국 미래가 궁금한가
우리나라 총인구의 30% 넘게 차지하는 거대인구(1, 2차 베이비부머)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고령자에 편입된다. 신생아가 줄어 온 나라가 큰 시름에 빠졌는데, 앞으로 20년 동안 고령자까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이걸 보며 도대체 이 나라에 미래라는 게 있는 건지 푸념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말은 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궁금하거든 고개를 들어 ‘우리의 중소도시’를 보라고. 지방의 현실을 본 사람들은 다시금 고개를 숙일 것이다. 그만큼 지방의 어려움은 우리나라를 집어삼킬 만큼 위중하고 심각하다. ...
입력:2019-08-08 15:05:02
[샛강에서-정진영] 여름 휴가 단상
하늘은 푸르렀고 공기는 상큼했다. 바다 위 구름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지난 주말 남쪽 끝 섬 진도와의 대면으로 ‘7말8초’의 가족 여름휴가는 절정을 맞았다. 서울 집에서 진도의 목적지까지는 418㎞, 서울~부산과 거의 맞먹는 먼 길이었으나 마음은 가벼웠다. 신축된 지 보름 정도밖에 안 된 숙소는 수백 개의 객실 모두 바다 풍광을 안고 있었다. 침대에 누우면 베란다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장년인 내게 휴가는 ‘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굳이 재충전과 힐링을 생각하지 않는다. 먹고 자고 뒹굴다 어슬렁거리면 그만이다. 오후 늦게 입실...
입력:2019-08-07 15:1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즐겁게 살아가려면
대학생 때, 화장대 거울 맨 위에 ‘즐겁게 살자’라는 글자를 써놓았던 적이 있다. 왜 그런 문구를 쓰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즐겁게 살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지 싶다. 학과 공부, 아르바이트, 학회 활동 등에 쫓기며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어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오히려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에 여행도 가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만약 지금 방에 그때의 거울이 있다면 뭐라고 글을 써놓을까. 삶을 슬로건대로 살아나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의미가 ...
입력:2019-08-06 15:05:01
[돋을새김-남도영] 다시 읽는 해방의 역사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38선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 결정됐다. 충칭의 독립운동가들도, 하와이의 독립운동가들도, 식민지하 지식인들도 38선이 어떻게 그어졌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38선을 그은 미국 군인들도 자신들이 그은 38선이 어떤 비극을 가져올지 몰랐을 것이다. 1945년 8월 10일 일본은 항복을 요구하는 미국 영국 중국의 포츠담 선언을 수용하겠다고 미국에 알렸고, 미국은 곧바로 일본의 항복 조건을 담은 ‘일반명령 제1호’를 작성했다. 미국 전쟁성 작전국 전략정책단 정책과장인 찰스 본스틸 대령과 딘 러스크 대령은 지도를 보며 한반도에 38선...
입력:2019-08-05 15:05:02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폭탑방
지난봄부터였던가. 매일 같은 시간, 내 방 창문 앞에 동네 노인들이 모여들어 담소를 즐기기 시작했다. 쉼터라도 되는지 의자도 대여섯 개 놓여 있었다. 나는 반지하집에 사람이 사는 것을 모르나 싶어서 부러 창문을 여닫아 봤지만 그들의 모임은 계속되었다. 짜증이 났지만 매몰차게 남의 방 앞에서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말하기가 힘들었고 결국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요 며칠간은 날씨가 더워서인지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커다란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남의 방 앞에서 ...
입력:2019-08-04 15:10:01
[가리사니-지호일] 직업 정치인으로서의 조국
‘논쟁적 비서’ 조국 전 민정수석이 웃으며 청와대를 나왔다. 나와서는 더욱 대중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이미 예약해 둔 법무부 장관 자리로 가기 전 임시 민간인 신분일 때 할 말은 다해야겠다는 듯, 더욱 거리낌 없이 글을 쏟아내는 중이다. 역사상 조 전 수석만큼 정치적 이슈에 목청을 돋우며,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기꺼이 뛰어든 대통령 참모는 없었다. “저를 향해 격렬한 비난과 신랄한 야유를 보내온 일부 야당과 언론에 존중의 의사를 표한다”며 가시 넣은 퇴임사를 남길 정도니, 자기 정당화 능력이랄까, ‘미움받을 용기’만은 ...
입력:2019-08-04 15:05:02
[한반도포커스-박원곤] GSOMIA 파기 신중해야
황당하다. 국제 여론이 부정적이고 미국의 개입이 회자되면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전후 자유무역질서에 적극 편입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던 일본이 정치적 이유로 우방국을 향해 비관세 장벽을 세웠다. 일본의 조치가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 징용자 배상 판결과 관련한 보복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각의 결정을 “한국의 수출 관리제도에 불충분한 점이 있기 때문이며, 대항 조치가 아니다”고 강변했으나 논리가 빈약하다. 한국은 전략물자 및 무기 수출을 통제...
입력:2019-08-04 15:05:02
[김진홍 칼럼] 아베, 무엇을 위한 도발인가
1500년 넘은 한·일 관계史에 오점으로 기록될 일본의 만행 아베, 확인된 역사 수용하고 한국 국민에 사죄한 오부치 전 총리 본받았으면 문 대통령은 대일 포용정책 등 한반도 주변 외교에 치밀하게 나섰던 DJ로부터 배워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흡사 전쟁 전야 상황을 연상시킨다. 파국으로 치닫는 현재의 한·일 관계의 끝은 어디일까. 이러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파기와 외교관계 단절까지 가는 건 아닐까. ‘영원한 이웃’일 수밖에 없는 한·일 양국이 서로를 적대시해도 한반도 안보 환경은 괜찮은 것일까.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
입력:2019-08-04 15:05:02
[빛과 소금-윤중식] 재팬 보이콧을 넘자
매일 아침 일본 왕이 있는 도쿄를 향해 절을 하고 ‘황국신민의 맹서’를 소리 높이 외치며 자랐다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자신의 책 ‘생각’(생각의 나무)에서 지금도 소년시절을 생각하면 가위눌릴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이 전 장관은 책에서 “일제에서 해방된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날에도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흑백논리의 덫에 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사지가 묶여 있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지만, 생각이 갇혀 있는 답답함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꼬집었다. 한국인 가운데 충무공 이순...
입력:2019-08-02 15:10: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마음의 장면
몇 해 전 짧은 여행을 갔다. 일정 중 반나절이 비던 차에 요가 무료체험 수업 안내문을 보고 호기심에 혼자 숙소 밖 요가스튜디오를 찾아갔다. 숲 한가운데에 자리한 오두막의 문을 열자, 제각각의 언어로 소곤거리는 투숙객들이 보였다. 그들이나 나나 낯선 수업에 우연히 떨어진 초보 중의 초보들이었다. 그러나 전면의 창으로 숲이 보이는 요가스튜디오에서 우리는 어설픈 동작일지언정 강사의 한 호흡, 한 호흡을 따라가며 자연의 거대함 속에 함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학교와 병원 외에 트라우마 피해자들을 위한 곳에서 일을 한다. 이곳에 오는 이들에게...
입력:2019-08-01 15:10:01
[혜윰노트-전석순] 별거 아닌 질문
K는 잠이 오면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매번 눕는 순간 후다닥 달아나곤 했다. 어느새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닿았다. 전문기관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쉽게 걸음을 떼지 못했다. 어디를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었고 진료기록이 남는 것이나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곤란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도 뚜렷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K의 망설임은 며칠 후 나에게도 이어졌다. 검사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보건소 담당자가 불러 세웠다. “시간 괜찮으면 마음건강상담실 이용해 보시겠어요?” 담당자가 가리키는 쪽으로 시선을 틀...
입력:2019-08-01 15:05:01
[샛강에서-김준동] 청량리의 추억
“오징어, 땅콩 있어요.” “삶은 계란, 김밥 있어요.” 철로의 이음매를 지날 때마다 ‘털커덩 털커덩’ 굉음이 객실 안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레일 바퀴가 빨라지는 만큼 기차는 속력을 더한다. 플랫폼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간 지 한참, 제복을 입은 홍익회 소속 남성의 거친 외침이 들려온다. 손안에 각종 주전부리를 그리 잔뜩 품을 수 있는지 참 신기하다. 망에 넣어 팔았던 삶은 계란의 맛은 잊히지 않는다. 사연을 담은 얘기들이 넘쳐날 즈음 열차는 터널로 기어들어 간다. 차창에 비친 자화상을 바라보며 저마다 회상에 잠긴다. 그것...
입력:2019-07-31 15: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나만의 공간
처음으로 내 방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교 때였다. 새로 이사를 가게 된 주택은 이층집이었다. 아래층에는 안방과 주방이, 이층에는 방이 세 개 있던 구조였다. 이사 가기 전 집을 구경하러 갔는데 이층의 방 중 하나를 내 방으로 쓰라는 말에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이 있다. 나만의 공간이 없어진 건 결혼하고 나서부터였다. 몇 번의 이사를 하고 난 후 서재가 생겼지만, 서재도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쌍둥이를 낳은 후 몇 년 동안 서재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잤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은 그때부터 따로 잠을 자기 시작했다. 2년 전 큰 애가 학교...
입력:2019-07-30 15:10:01
[길 위에서] 이스라엘보다 예수 더 말하기를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이 공식 방한했다. 2010년 시몬 페레스 대통령 방한 이후 9년 만이다. 리블린 대통령은 80세의 고령에도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그의 방한 일정 중 백미는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방문이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기도회’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첫마디는 이랬다. “여러분에게 형제애와 사랑의 축복을 전하기 위해 거룩한 땅 예루살렘에서 왔습니다. 성경의 땅이자 유대인의 고향인 이스라엘의 대통령으로서 가족이 예루살렘에 7세대에 걸쳐 살아온 것을 ...
입력:2019-07-30 11:05:01
[돋을새김-한승주] 김복동은 외롭지 않다
지난 2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굵어지는 빗줄기도 ‘수요집회’를 막을 수 없었다. ‘평화로’라 이름 붙여진 길 위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이 차곡차곡 앉았다. 방학을 맞아 단체로 온 청소년들도 꽤 많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수요집회가 벌써 27년이 됐다. 일본 아베 정부의 참의원 선거 승리 이후 군국주의 부활이 우려되는 요즘, 이날 1397회 수요집회에는 올해 최대 인파가 몰렸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27년간 이 자리에서 투쟁을 이어가면서 할머니들의 빈자리...
입력:2019-07-29 15:05: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영상통화
나는 집 앞 골목에서 매일 저녁 같은 사람과 마주쳤다. 서너 달 전부터 마주쳤지만 가끔 눈인사를 했을 뿐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었다. 그가 외국인이기 때문이었다. 스무 살이 넘었을까 싶게 앳되어 보이는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했다. 통화 상대는 대체로 여성이었다. 어머니로 보이는 중년 여성일 때도 있었고 청년과 비슷한 나이의 어린 여성일 때도 있었다. 이어폰을 꽂지 않고 통화를 하는 것을 보니 그 역시 타인이 자신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가 영어를 사용했더라면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입력:2019-07-28 15:10:01
[가리사니-전슬기] 노인의 유모차와 ‘먹고살 길’
지난해 여름휴가를 부모님과 보냈다. 특별한 일정 없이 부모님을 모시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 짧은 며칠 동안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는 엄마는 새로운 커피숍을 갈 때마다 주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온갖 영어로 뒤덮인 메뉴를 보면서 엄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엄마는 우여곡절 끝에 주문을 했지만 이번에는 각종 포인트 적립, 할인 행사 등을 빠르게 이해하지 못했다. 엄마 뒤에 주문을 기다리는 인파의 ‘눈치’에 결국 최종 주문은 내 몫이 됐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기차를 타고 싶고, 홈쇼핑...
입력:2019-07-28 15:10:01
[한반도포커스-이남주] 전환기 안보전략 준비할 때다
한·일 갈등의 고조, 러시아 공군기의 영공 침범,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사건들이 제기하는 안보 위협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만 막연한 위기론을 키우는 행동도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시간적으로 겹쳐 발생한 탓에 위기의식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이들은 각기 다른 출발점과 전개과정을 가진 문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 한·일 갈등의 고조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압류자산의 현금화 등이 계기로 작용했다. 러시아의 영공 침범은 중·러가 군사협력...
입력:2019-07-28 15:05:01
[김명호 칼럼] ‘한국형 반덴버그 결의’를 하라
준비 없고 친구도 없는데 못난 정치까지 가세해 한국을 외교안보 위기에 밀어넣어… 정파싸움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해 대통령·여야는 붕당정치 그만하고 외교안보정책에서 국가핵심이익에 대한 초당적 합의이끌어 내고 대외전략 세워야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뒤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행정부는 외교안보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다. 냉전 시작으로 소련 팽창을 저지하는 게 최우선 목표인데, 여론은 갈렸다. 소련에 대응할 국방예산 증가나 해외기지 증강에 반대가 많았고, 무엇보다 외교안보정책이 국내 정치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1948년 ...
입력:2019-07-28 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