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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사니-정건희] 부끄러워요
오랜만에 친구와 한잔 하기로 했다. 와이프 퇴근이 늦어서 밥 먹이고 영어교실에 데려다줘야 한다며 여섯 살짜리 아들 손을 잡고 나타났다. 갓난쟁이 때부터 본 녀석이 벌써 커서 제법 우당탕탕 달리기도 하고, 아빠랑 농담 따먹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내 아들도 아닌데 퍽 대견스러웠다. “삼촌 기억나?” “아니요.” “저기 옆 테이블에 아기 보이지? 네가 저만 할 때 우리 자주 봤었어.” “진짜요?” “그럼. 그땐 저 아줌마, 아저씨처럼 엄마, 아빠도 ○○이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그랬어.” “에이, 부끄러워요.&rdquo...
입력:2019-08-25 15:10:02
[한마당-김용백] 북극곰이 전하는 메시지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구온난화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요트로 대서양 횡단을 시작한 지 12일째다. 툰베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해안도시 플리머스에서 미국 뉴욕을 향해 개조한 경주용 요트로 2주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다음 달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참석을 유엔이 요청해서다.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려고 요트의 동력원을 태양광 발전 등으로 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중 한 명인 16세 소녀 툰베리는 자폐증과 유사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보호를 촉구하는 각국 청소년들의 &l...
입력:2019-08-25 15:05:01
[한반도포커스-이남주] 한·일 갈등과 한·미 동맹
문재인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결정이 여러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이 결정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주요 쟁점이 됐다. 미국 정부는 처음에는 한·일이 이견 해소를 위해 신속히 협력하기 바란다는 중립적 반응을 내놓았다. 그런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문재인정부의 결정에 실망했다는,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한·일 갈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한·미 동맹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등장했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가 한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우리가 일본에게서 ...
입력:2019-08-25 15:00:02
[한마당-이흥우] 대한민국 여권 파워
몇 해 전만 해도 서울 세종대로 주한 미국대사관 주변은 사람들로 겹겹이 포위되곤 했다.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인터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다. 이런 광경은 2008년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허용하면서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이 프로그램 시행으로 비자 수수료 등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한국인이라면 웬만한 나라는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나라 위상이 높아진 덕분이다. 영국의 헨리앤드파트너스와 캐나다의 아톤캐피털은 매년 세계 각국의 여권지수를 조사해 발표하는데 올해 대한민국 여권 파워...
입력:2019-08-23 15:10:01
[빛과 소금-노희경] 내 아이를 위한 기도문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내내 잊히지 않는다. 재취업에 성공했고 새 아파트로 이사까지 하며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중학교에 다니는 큰아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 놀라지 마시고 들으세요”라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친구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단다. 아들이 다른 반 친구에게 일방적으로 맞아 다쳤으니 빨리 학교로 오라는 거였다. 한달음에 간 학교에서 마주한 아들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온통 멍투성이였고 팔이며 손엔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역력했다. 몇 대를 맞았는지조차 모른...
입력:2019-08-23 15: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안녕, 여름. 안녕
여름이 끝물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바람이 분다. 지구 온난화 탓일지, 극적인 소식들이 사회를 쓸고 가서인지, 아니면 나도 점점 나이를 들어가고 있어서인지. 어느 계절이나 그 물러감과 다음 계절의 다가옴이 생경하지만, 유독 이번 여름은 그 퇴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대다수 실내에서 일하면서도 병원, 학교와 센터를 오가는 중에 몇 번이나 더위를 먹었던 비루한 체력인 주제에 여름이 가는 것이 아쉽다고 하려니 참 계면쩍다. 그것도 그 이유 중 큰 부분이 음식 때문이라니. 해가 어스름 기울면 시장 골목은 거의 인적이 없다. 오래된 철제 셔터가 내려진 가...
입력:2019-08-22 15:10:01
[한마당-신종수] 분노한 학생들의 촛불집회
촛불집회는 아무나 할 수 있다. 2005년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했다. 그럼에도 촛불집회는 진보의 전유물처럼 국민들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보수세력이 촛불을 들면 어딘지 모르게 안 어울린다. 그래서 태극기집회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봐도 촛불집회는 주로 진보 성향이었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과 새문안교회 등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92년에는 PC통신 유저들이 유료화에 반대하며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소규모 집회에 그쳤던 촛불집회가 처음 전국 규모로 확산된 것은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입력:2019-08-22 15:10:01
[세상만사-김나래] 국민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몰랐을 거다. 사람들이 그가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던 최순실과 자신을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비난할 줄은. 평생 살면서 나쁜 마음 품은 적 없고, 대놓고 법을 어긴 적도 없었는데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법적 문제가 있는 것과 무리한 추측성 의혹 제기가 마구 섞여 있는 게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의 ‘아니면 말고’식 문제 제기에서 조 후보자 일가에 다소 폭력적인 행태도 보인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의 잘못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한 마디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죄’라 말하고 싶다. ‘...
입력:2019-08-22 15:05:01
[혜윰노트-홍인혜] 물의 품에서
운동을 싫어한다. 육체는 고즈넉이 두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한다. 수평적 삶을 추구해서 주로 누워 있곤 한다. 그 탓인지 차곡차곡 나이를 먹으며 건강검진 결과지가 날로 빼곡해지고, 탐정도 아닌데 추적해야 할 이상 징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가 깨닫고 말았다. 더 이상 운동은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무치는 위기감에 여름이 시작될 무렵 수영 강습을 등록했다. 날씨에도 어울리고 물놀이라면 그나마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나의 수영 실력은 20여 년 전에 배운 자유영에 멈춰 있었다. 물에 빠져 죽을 정도는 아니...
입력:2019-08-22 15:05:01
[신종수 칼럼] 문 대통령, 지지율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지지율 유지 자체가 목적 아니라면 써 먹어야… 지금이 노동개혁과 규제혁신 기회 국익 위해 지지층 좋아하는 정책만 시행말고 반대하는 정책도 펴 중도 지지 받아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뭔지 모르지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지율을 조작했다거나 특수한 기법을 동원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야당이 조사하는 대통령 지지율도 비슷한 추세로 나온다. 다만 정권 차원에서 지지율에 노심초사하면서 국정 운영의 초점을 지지율에 맞추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지율은 중요하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국정 동력도 떨어진다. 야당...
입력:2019-08-20 15:05:02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남아 있는 나날을 어떻게 보낼까
얼마 전 친구들과 노후에 어떻게 지낼까 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노후에 대한 꿈도 다양했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공유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을 독립시킨 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한두 달씩 머물고 싶은 게 꿈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조용히 애완견을 키우며 지내고 싶다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지내고 싶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들어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지만 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지내왔다. 영원히 청춘으로 살겠다는 바람이라기보다 노...
입력:2019-08-20 15:05:02
[돋을새김-고세욱] 90대 동호인보다 못한 체육계
18일 폐막한 2019 광주 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는 수영동호인 6000여명이 참여해 기량을 뽐냈다. 지난달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2부 격인데 전문 선수들이 아님에도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졌다. 인상적인 것은 출전 선수들의 연령이다. 동호인이라 해도 경기에 뛰어야 하는 만큼 나이대가 많아야 중년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60대가 564명, 70대가 297명이나 됐다. 90대도 4명이 참가했다. 지난 13일 여자 자유형 100m에 출전한 일본의 아마노 도시코씨는 93세로 대회 최고령 선수다. 휠체어를 타고 입장해 자원봉사자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4분28초06의 ...
입력:2019-08-19 15:05:01
[뉴스룸에서-권기석] 강제동원 해법, 피해자부터 만나야
일제 강제동원 문제의 해법으로 ‘1+1’이니 ‘2+1’이니 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1+1은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이 돈을 내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자는 것이고, 2+1은 여기에 한국 정부를 포함하자는 구상이다. 어떤 구상이 됐든 지금 단계에서는 성급하고 적절하지 않다. 먼저 이 구상들이 강제동원 피해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피해자들과 발표해도 될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뒤 강제동원 피해 소송을 대리해...
입력:2019-08-18 15:10:02
[김진홍 칼럼] 탈북 母子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미래 희망 찾아 북한을 탈출해 중국과 태국 거쳐 한국 왔으나 결국 餓死한 기구한 삶… 떠올리면 가슴이 저민다 文정부, 남북통일 바란다면 탈북민 무시하지 말고 따뜻하게 챙겨주기를 지난주 여야가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한 적이 있었다. 서울시내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된 탈북민 모자(母子)를 향해서였다. 42세 어머니 한씨와 6세 아들 김군의 죽음은 충격적이다. 배가 고파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온 그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나다니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다. 모자의 아파트에 먹을 거라곤 고춧...
입력:2019-08-18 15:10:02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타임머신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갔다가 세 아이의 엄마를 만났다. 아이 엄마는 삼십 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남자아이는 엄마가 이리 오라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저쪽에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설상가상으로 힙시트를 착용해 뒤로 업은 갓난아기도 목청껏 울어댔다. 엄마는 옆에서 보다가 사내아이에게 다가가 어서 너희 엄마에게 가라고 참견을 했다. 아이 엄마는 넋이 빠진 듯 멍하니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도 삼 남매를 키웠다. 오래전 엄마도 저 여자처럼 다섯 살도 되지 않은 세 아이를 데리고 시장통을 ...
입력:2019-08-18 15:10:02
[한반도포커스-진창수] 붕괴하는 동북아 질서
도널드 트럼프 현상은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각국의 국내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각국 정상들은 독자적인 정치적 계산에서 트럼프와의 친밀한 우호 관계를 강조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베 총리이고, 시진핑 주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트럼프와의 개인적 관계야말로 곧 국익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로 시련을 맞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트럼프가 만든 국제환경을 핑계 삼아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을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졌다....
입력:2019-08-18 15:05:01
[가리사니-이경원] 어떤 마이너의 공직생활
2000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고 35세에 검사로 임관할 때, 박광배 검사는 “5년 버티면 잘한 거겠구나” 생각했다 한다. “나이도 많고, ‘스카이’ 출신도 아니고, 누가 봐도 ‘마이너’였죠.” 그는 20년 가까이 버틴 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을 끝으로 최근 사직했다. 마이너를 이만큼 데려와 줬다며 그는 국가에 고마워했다. 이젠 가장 노릇을 하겠다고 했다. 그는 매일같이 혼나는 검사였다. 초임으로 인천지검 형사부에 갔더니 수석·차석검사만 빼고 모두 동료·선배 넷이 동갑이거나 어...
입력:2019-08-18 08:05:03
[빛과 소금-전정희] “가하면 예라고 대답하십시오”
지난 13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한국교회를 향해 ‘위기를 기회로’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한·일 간의 깊은 갈등과 분쟁을 보니 마음이 심히 무겁고 답답함을 감출 길 없다’로 시작되는 성명문은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적 침략과 찬탈, 그리고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며 한·일 무역분쟁을 일으켜 심각한 경제적 위협과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명문은 또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
입력:2019-08-16 15: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공간과 마음
동네에 산책로가 생겼다. 여러 구(區)에 걸친 드넓은 공간으로, 밤낮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 아름다운 곳이다. 나 역시 가끔 늦은 밤에라도 부족한 운동량을 채울 겸, 복잡한 생각들을 자연 속에서 정리할 겸 산책을 나섰었는데, 그날도 그런 밤이었다. 반려동물이나 가족과 산책하는 사람들, 가볍게 운동하는 주민 등 일상의 풍경 사이로 갑자기 이질감이 느껴졌다. 전공이 소아청소년이라 노인분들을 대할 일이 적어 무어라 딱 떠오르진 않았지만, 단정한 차림의 한 할머니가 시선을 끌었다. 미묘하게 흔들리는 걸음걸이, 공기가 서늘한 밤이건만 얼마 동안이나 걸었는지 ...
입력:2019-08-15 15:10:01
[세상만사-김경택] 해녀의 노래
“우리 어멍(어머니) 나를 낳은 날은, 해도 달도 없는 날에 나를 낳았나.” 얼마 전 제주도 해녀박물관에서 해녀들의 이 노래 구절을 듣고는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이 노래가 바로 해녀의 딸이자, 다른 해녀들의 어머니가 불렀을 노래였기 때문인 듯했다. 먼 옛날 이 노래를 처음 읊조렸을 해녀는 바다 깊은 곳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을 것이다. 과거에 해녀들은 출산 후 사흘 만에 물질을 나갔다고 한다.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차가운 바다에서 마치 밤낮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매일 똑같은 고된 일에 몸을 던졌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
입력:2019-08-15 15:05:01
[혜윰노트-김윤관] 사라진 물건들의 세상
물건이 넘쳐난다. 이미 과잉의 증거는 충분하고 비판의 목소리는 상투적일 정도로 일반화되어 있다. 하지만 도로의 택배차량은 반비례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누군가 무소유에 대한 책을 읽는다. 읽는 동안 두세 번의 택배를 받는다. 다음 날 그는 전날 택배로 받은 옷과 신발을 신고 단순한 삶에 대한 강의를 들으러 간다. 귀가하는 길, 그는 편의점에 들른다. 모순, 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다. 인류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도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며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왜 사람들은 맹목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로 더 많은 물건을 사고 모으며, 그것을 ...
입력:2019-08-15 15:05:01
[샛강에서-전석운] 검찰개혁 실패 예감
문재인정부도 어쩌면 검찰개혁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서해맹산’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까지 검찰개혁을 강조했지만 그만큼 감당하기 벅찬 일이라는 걸 고백하는 역설로 들렸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고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검경 수사권조정안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트랙으로 국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첫째, 타이밍을 놓쳤다. 검찰개혁은 집권 초기에 밀어붙였어야...
입력:2019-08-14 15:05: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별일 없는 삶
얼마 전 후배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그녀는 계획했던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친구들은 준비했던 시험에 합격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자신만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괴롭다고 말하였다. 학교를 잠시 쉬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주변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져서 힘들다고 하였다. 비슷한 고민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지금의 결과가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쉬었다가 다시 시작해보라고 말해주었다. 축 처진 어깨를 하며 걸어가는 후배를 보니 마음이 안타까웠다.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일은...
입력:2019-08-13 15:10:01
[길 위에서] 광복절을 잊은 교회
새하얀 태극기가 단상 위 십자가 아래 세워져 있었다. 원로목사님이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고 설교를 했다.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학교에서 쫓겨나자 이제는 징병이 시작됐습니다. 일제의 총알받이가 될 순 없어서 산속에 굴을 파고 숨었습니다. 어쩌면 평생을 숨어 살아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굴속에서 하나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찾아와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일본이 항복했다. 우리가 해방됐다.’ 해방은 도둑처럼 찾아온 벼락같은 축복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통일도 이처럼 도둑같이 이뤄질 줄 믿습니다.” ...
입력:2019-08-13 11:10:01
[돋을새김-고승욱] 최악은 어설픈 봉합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다. 일본 출장을 다녀온 아버지가 학용품을 한 아름 사 왔다. 왕자 크레파스가 전부였던 어린이에게 모양이 날렵하고 색이 선명한 24색 색연필과 36색 사인펜은 신세계였다. 잠자리 모양 상표가 있었으니 톰보 제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 가져가 자랑한 기억은 없다. 아침저녁으로 국산품 애용을 외쳤던 우리 세대에게 일제·미제는 아무리 좋아도 써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가 국산이라는 말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된 건 길어야 15년쯤 전이다. 1980년대에는 코끼리표 전기밥통 여파가 워낙 컸다. 21세기가 오기 전까지 젊은...
입력:2019-08-12 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