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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친절에 대하여
낯선 도시에서 경험한 친절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20대 후반에 유럽의 작은 도시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1층은 작은 술집이었고, 2층은 기숙사형 숙소인 곳에 묵게 되었다. 그날 밤 일행 중 한 명이 우연히 아는 선배를 만나게 되어서 1층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자정쯤 끝내고 숙소로 올라가서 자려는데 문이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적은 종이를 방에 두고 나와서 누를 수가 없었다. 가게 바깥으로 나가서 창문 밑에서 일행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리 불러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난감해졌다. 남은 두 명과 함께 ...
입력:2019-10-01 15:10:02
[뉴스룸에서-장지영] 도밍고와 오페라의 위기
최근 세계 공연예술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오페라계 슈퍼스타 플라시도 도밍고(78)를 둘러싼 ‘미투 고발’ 파문이다. AP통신이 지난 8월 12일 피해자 9명에 대한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도밍고의 콘서트를 바로 취소했다. 그리고 도밍고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 LA오페라는 “외부 인력을 고용해 도밍고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오히려 유럽의 주요 오페라극장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도밍고의 공연을 그대로 ...
입력:2019-10-01 15:05:01
[가리사니-정건희] 경우의 수
말 그대로 ‘역대급’ 우승경쟁이다. 5월 30일부터 121일간 KBO리그 프로야구 단독 1위를 달리던 SK와이번스는 28일 삼성라이온스에 7대 9로 덜미를 잡혔다. 반면 2위 두산베어스는 같은 날 한화이글스에 7대 6 승리를 거뒀다. 양 팀은 86승 1무 55패로 승률까지 똑같은 공동 1위. 하지만 동률 시 상대전적, 득실차 우위를 따르는 규정상 9승 7패로 맞대결 전적에서 앞서는 두산이 SK가 가지고 있던 매직넘버 ‘2’를 넘겨받아 자력우승이 가능한 실질적 1위에 올랐다. 재밌는 건 84승 1무 57패로 3위에 자리한 키움히어로스도 ‘산술적’으로 아직 ...
입력:2019-09-29 15:10:01
[빛과 소금-전정희] ‘야매’ 설교
“이 사람들아 ‘야미’ 설교라도 해야지 않는가.” 1940년대 초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발악하고 있었다. 각 교회는 일본의 감시가 무서워 ‘천황의 충량한 신민’으로서 예를 다했다. 교회는 신사참배, 동방요배, 황국신민 서사 제창을 하면서 교화기관으로 전락했다. 무력 앞에 훼절하는 목회자가 속출했고 적극적으로 친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의 무디’로 불리는 부흥사 이성봉(1900~1965) 목사는 당시 반일 설교 내용이 문제가 되어 기소된 상태에서도 만주, 황해도, 평안도 등 각 처소를 돌며 말씀을 전했다. 갈...
입력:2019-09-27 15:05:01
[혜윰노트-전석순] 경로 의존 법칙
버스는 짐작과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좌회전해야 할 지점을 지나쳤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일순 풍경이 달라졌다. 서너 정거장쯤 지나쳤을 때 9번을 타야 하는데 8번을 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정류장에서 바로 내렸지만 익숙한 건물은 남아 있지 않았다. 약속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걷기로 했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니 소극장이 보였다. 큰길로만 다녔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공간이었다. 매번 가던 길은 안정감을 준다.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걷는 거리는 다르다. 불안한 마음에 사방을 두리번거리느라 걸음...
입력:2019-09-26 15:05:01
[길 위에서] ‘배 선교사’의 순교를 기리며…
지난 15일은 배윤재 선교사의 10주기였다. 배 선교사는 2009년 9월 15일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산악지대의 한 저수지 근처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미혼 선교사로서 파리의 무슬림 빈민 여성을 도우며 복음을 전하던 그였다. 배 선교사는 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7년부터 프랑스에서 사역하다 99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프랑스 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경기도 용인 이룸교회에서도 사역했다. 이룸교회 담임 배성식 목사가 오빠다. 최근 배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교회가 9월 15일을 기해 추모예배를 드리는 이유를 이렇...
입력:2019-09-24 11:05:01
[김명호 칼럼] 중도층을 너무 우습게 봤다
조국 임명과 여당의 전략은 정의·공정을 배반 당한 중도층 분노를 가벼이 본 것 중도층 진화하고 정치 분별력 높아져 진영 논리로는 안 통해 문제해결 능력도 부족한 여권 돌아선 이들 붙잡을 동력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하면서 결정적인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 중도층을 주머니 속 공기돌처럼 다루기 쉬운 상대로 생각한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중도층을 우습게 봤다. 대통령이 막판에 상당히 고민을 했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밀리면 총선이고 뭐고 없다는 식의 강력한 압박을 했으며, 임명하지 않을 경우 여권 ...
입력:2019-09-22 15:05:01
[편의점 풍경화] 작명소 편의점… 당신의 이름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씩 부업(?)이 있다. 맞이하는 손님만 하루 수백명. 때로 1000명에 이르는 손님이 찾기도 한다. 다짜고짜 “이름이 뭐예요” 물을 수 없고, 안다고 하여도 고스란히 기억할 리 만무하다. 하여 우리에게 절실한 능력은 작명가 기질. 오늘도 당신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중이다. 물론 당신은 까마득히 모르겠지만. 가장 흔한 방식은 외모를 특징으로 삼은 별명. 키다리, 최홍만, 1초 전지현, 노랑머리, 금테안경, 초록 눈동자…. 이름만 들어도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그려진다. 물론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부정적 의미의 ...
입력:2019-09-20 15:05:02
[혜윰노트-홍인혜] 바다는 나로 하여금
얼마 전 제주도에서 바다 수영을 했다. 제주에 살며 프리다이빙을 하는 친구와 함께였다. 우리는 스노클 장비를 착용하고 해변에서 꽤 먼바다까지 헤엄쳐 들어갔다. 바다는 육지보다 한 계절이 더디다더니 9월의 바다는 온화했다. 해수의 뭉근한 온기가 나의 몸을 감싸 근육마다 깃든 긴장을 풀어지게 했다. 그제야 바닷속이 제대로 보였다. 물고기들이 현무암 틈바구니에서 우르르 헤엄쳐 나오고 있었다. 친구는 새로운 물고기가 지나갈 때마다 저것은 학꽁치, 저것은 전갱이, 저것은 줄돔 하고 친절히 일러줬다. 횟집 메뉴판에서나 보던 이름들을 줄줄 읊는 그는 마치 떠다...
입력:2019-09-19 15:05:01
[신종수 칼럼] 기회는 한 번 더 있다
조국 장관 부인 사법처리 경우 사태 매듭 짓는 계기될 수 있어 대통령으로서 야당 아닌 국민 바라보고 대승적 결단해야 민주당 의견 듣고 임명 강행… 그에 따른 국민 상처 너무 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한 데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지난 8일 오후 4시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이 회의에서 민주당은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적격 의견을 결정했다. 이어 오후 6시30분부터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낙연 총리, 민주당 이해찬 대표, 청와대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여권 핵심 인사들이 참석한 고위 당...
입력:2019-09-17 15:05:01
[한마당-염성덕] 문 대통령의 블랙홀
‘조국 블랙코미디’가 일단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낙마에 방점을 찍은 여론을 무시하고 결국 그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이 정권의 독기이자 오기로 비쳐질 뿐이다. 개혁의 ‘개’자를 거론하기 민망할 만큼 의혹에 휩싸인 조국이 권력기관 개혁의 적임자인지도 의문이다. 그의 가족과 친인척, 주변 인사들은 엄정한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처벌 수위는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조국 딸의 최종 학력은 유무죄 여부에 따라 고졸·대졸·대학원 재학인지 판가름 난다. ‘후보자’ 옹호...
입력:2019-09-10 15: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기억 저 너머의 일
얼마 전 큰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있었던 일이다. 아이는 십 년 전 자신이 초등학생 때 일을 들려주었다. 어느 날 밤,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농구를 하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아이는 내게 “이런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농구를 하다니 대단해요”라고 말을 건넸다. 나는 그 말에 “저렇게 해도 농구선수는 될 수 없을 거야”라고 답했다고 했다. 아이는 내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때 일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과...
입력:2019-09-10 15:05:01
[길 위에서] 악마는 어디에…
캐나다 그것도 서부 밴쿠버 인근의 소도시에서 겨우 1년을 지내다 왔다고 이렇니 저렇니 떠드는 건 민망한 일이다. 그래도 회사와 함께 공적 기금으로 운영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다녀왔으니 1년간 공부하고 정리한 바를 간단하게라도 독자들과 나눠야 할 것 같다. 내가 적을 둔 곳은 트리니티웨스턴대학교의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이었다. 연수 주제는 종교와 과학의 대화, 구체적으로는 창조론과 진화론이 공존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창조론을 신봉하느냐, 진화론을 믿느냐 두 입장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게 상...
입력:2019-09-10 11:05:02
[한마당-태원준] 유시민과 금태섭… 그리고 대통령
“위조가 아닌 위임이다.” 딸의 동양대 표창에 대한 조국 법무부 장관 측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게 아니라 산하기관이 총장에게서 위임받아 전결로 수여했다는 것이다. 그 기관에는 조 장관 부인, 그러니까 수상자의 엄마가 있었다. 표창장에 2010년 12월부터라고 적힌 봉사기간이 위조의 근거로 제시되자 조 장관은 청문회에서 “명백한 오기”라고 말했다. 부인이 교수로 부임한(2011년 9월) 이후에 딸이 봉사활동을 한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치자. 그럼 괜찮은 것인가? 엄마가 교수로 있는 대...
입력:2019-09-09 15:10:01
[살며 사랑하며-김의경] 분식점 아줌마의 고충
자주 가는 분식점이 있다. 작은 체구의 아줌마는 혼자서 메뉴판에 있는 십여 가지의 음식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낸다. 맛도 좋지만 음식을 많이 담아주기 때문에 남는 것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눈에 띄지 않는 가게인데도 단골이 많은 것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9월 초, 그곳에 가서 식사를 했다. 나는 아줌마에게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내려가시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갈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줌마는 3년 전 추석날에 가게 문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아서 놀랐다고 한다. 취업준비생, 외국인 노동자, 독거노인…. 그녀의 고객은 저마다의 사정으...
입력:2019-09-08 15:05:02
[한마당-김의구] ‘구찌’ 그레이스
6일 싱가포르에서 95세로 사망한 로버트 무가베는 짐바브웨의 독립투사 출신이다. 영국 식민지였던 로디지아를 1980년 흑인들의 독립국가 짐바브웨로 재건한 ‘국부’였다. 집권 초기 그는 인종 화합을 선언하고 빈곤층이던 흑인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체제를 개혁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무가베 통치의 끝은 경제 실정과 독재정치였다. 엄격한 환율과 물가 통제 정책을 펴다 기네스북 기록감인 초인플레이션을 자초해 경제를 파탄 냈다. 2008년엔 7개월간 물가상승률이 2억3000만%나 됐고, 100조짜리 짐바브웨달러 지폐를 발행해야 했다. 집권 연장을 위해 부정...
입력:2019-09-08 15:05:02
[김명호 칼럼] 조국 사태, 그래도 배운 건 있다
목적과 수단이 바뀐 조국 사태는 개혁의 본질과 386 정치권력의 개혁작업 수행 능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든다 진보 내에도 기득권 유지 위해 이익동맹이 작동하고 있어… 진보 기득권도 깨는 게 진정한 진보의 목표 아닌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한 달째 이 나라를 정서적 내전 상태로 몰아넣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국 사태를 대응하는 청와대와 여당의 방식과 전략이 정서적 내전을 강요한다고 할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조국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데 찬성이냐 반대냐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난다. 무슨 주제로 시작하든 결국 조국과 부인과 딸의 ...
입력:2019-09-08 15:05:02
[한마당-태원준] 행복은 다시 성적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의 고교 2학년 은주는 전교 1등을 도맡아 했다. 부모의 기대 속에서 성적에 집착하다 우연히 꼴등 봉구와 가까워졌고, 풋풋한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했더니 7등으로 떨어졌다. 냉랭해진 부모의 시선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견디지 못해 아파트에서 몸을 던진다. 영화는 실제 있었던 전교 1등 중3 여학생의 투신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제목도 그의 유서에서 가져왔다. “난 1등 같은 건 싫은데, 공부만 하는 학생이 되기 싫은데… 엄마, 성적 때문에 친구를 미워해야 하는데도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 왜 ...
입력:2019-09-06 15:10:01
[빛과 소금-윤중식] 다산 정약용과 조국
동백꽃으로 유명한 전북 고창 선운사에 ‘신비한 책’이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이 책은 사찰 뒤편 깎아지른 절벽에 조형된 마애불 배꼽 안에 들어 있다고 했다. 책을 얻는 사람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는 등의 얘기가 돌았다. 1789년 어느 날 전라감사 이서구가 이 책을 가지려고 했다. 그래서 배꼽에 손을 대자 갑자기 하늘에서 날벼락이 치는 바람에 책을 꺼내지도 못하고 도로 넣었다는 얘기가 퍼진 뒤로는 그 책을 빼내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책 사건으로부터 1세기가 흐른 1890년대 조선의 운명은 풍전등화였다. 온갖 상소문이 범람하는 등 정...
입력:2019-09-06 15:05:01
[살며 사랑하며-배승민] 저마다의 애도
빼꼼 열린 문틈 사이로 늦저녁의 온기가 따스하다. 낯설지만 평온한, 옹기종기 작은 마을. 할아버지는 두런두런 무슨 말을 하시다 발치의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슬쩍 웃으시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목이 메었다. 어린 시절 상당 기간 조부모의 손에서 성장한 나에게 집안의 제일 큰 어른은 언제나 할아버지였지만, 어느 새벽 예고 없이 걸려온 부고 전화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나서 나는 내가 일상으로 돌아온 줄 알았다. 그러나 몇 년 지나 꾼 꿈 뒤에야, 나는 나의 애도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꿈의 분석은 이론마다 다양...
입력:2019-09-05 15:10:02
[혜윰노트-마강래] 여성 베이비부머가 귀향을 꺼리는 이유
김찬호의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에 소개된 어느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고백이다. “시간은 많은데 놀 사람이 없어서 그냥 자기 또래의 사람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놀더라고요. 대학 동창, 입사 동기, 퇴사 동기, 초등학교 동창… 서로 밥 한 끼 합시다, 골프 칩시다 하다가도 6개월 지나면 시들해집니다. 사회적 관계망은 급격히 소멸하니까.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떨어져 나가는 순간 급격히 사람들과 멀어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은퇴자의 상황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 일부 내용을 그대로 옮겨봤다. 나도 퇴임한 교수님들에...
입력:2019-09-05 15:10:02
[한마당-김의구] 기레기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이다. 기자들에게 매우 모욕적인 단어다. 2010년쯤 인터넷 댓글에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는 기자보다 기사에 대한 비판에 사용됐다. 한번 올린 기사의 제목만 살짝 바꿔 새 기사인 양 포장해 내보내는 어뷰징, 내용과 동떨어진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낚시성 기사’ 등을 꾸짖던 용어다. 신문이나 방송사들이 포털사이트 조회 수 경쟁을 벌이던 때의 일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기레기란 조어의 쓰임이 폭증했다. ‘학생 전원 구조’ 같은 오보나 탑승인원 수가 계속...
입력:2019-09-05 15:10:02
[한마당-배병우] 하토야마의 입아(入亞) vs 아베의 친미
일본과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일본인이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광복 70주년이던 2015년 8월 서울 옛 서대문형무소의 독립투사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고 일제의 강압 통치를 사죄해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그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도 “일본의 경제 제재는 분명히 잘못된 조치”라며 아베 신조 총리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2009년부터 이듬해까지 민주당 정부를 이끌었던 하토야마 전 총리는 54년간 일본을 통치해 온 자민당 독주 체제를 무너뜨린 주역이다. 그는 ...
입력:2019-09-04 15:10:01
[한마당-김명호] 1인극 청문회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함께 나누다, 공유하다 뜻의 라틴어 ‘communis’라고 한다. 의사소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체(community),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생각이라는 뜻의 상식(common sense),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는 기독교 의식인 성찬식(communion)등이 같은 어원에서 유래했다. 커뮤니케이션은 어원에서 짐작하듯 단순한 전달 행위가 아니라 공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경험을 함께한다는 뜻이 배어 있다. 커뮤니케이션학 개론에서는 ‘우리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 혹은 세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받고, 해석하는...
입력:2019-09-03 15:10:01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줄임말 문화
몇 해 전 친정 식구들이 휴일 오후에 다 같이 모였을 때의 일이다.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은 오빠가 급히 나갈 준비를 하며 말을 했다. “갑자기 문상할 일이 생겼어.” 그 말을 들은 고등학생 조카가 물었다. “문상? 문화상품권 말이야?” 지금은 이런 대화를 들어도 전혀 당황하지 않지만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 상황이 굉장히 낯설었다. 며칠 전 옆에서 책을 읽던 아이가 내게 “엄마, 이제 영숙하러 갈게요”라고 말을 했다. “뭐? 영숙이가 뭐야?”라고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숙’이라는 단어로 떠오르는 의미...
입력:2019-09-03 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