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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부동산 매매 허가제, 강남 겨냥하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 주장은 일단 엄포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개인 의견으로 일축해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부동산 문제를 담당하는 경제수석도 아니고 정치를 담당하는 정무수석이 이런 말을 했다는 점에서 전문성도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한 다음 날 청와대 핵심 참모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추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문제는 이미 정치의 영역이 된 지 오래다. 총선을 앞두...
입력:2020-01-16 15:10:01
[살며 사랑하며] ‘기생충’의 아이들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적으로 눈부신 선전을 보이고 있다. 같은 분야에서 그간 열심히 토대를 쌓아 온 영화인들 못지않게 국민 역시 국제 경기를 보듯 응원하는 축제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풍부한 비평과 의견들이 온오프라인에 쏟아지다 보니 다양한 관점들을 찾아보는 것도 영화 자체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데 전공이 전공(소아정신과)이다 보니, 영화 속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기존의 비평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었다. 스포일러를 피해 간단히 언급하자면, 영화의 중심인 두 가정 모두에서 겉으로 보이는 것 이면의 현실을 정확하게 깨달...
입력:2020-01-16 15:05:02
[한마당] 세계경제포럼 50돌
스위스 동부의 산악 휴양지 다보스는 19세기 중엽 폐 질환 요양지로 개발됐다.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대표작 ‘마(魔)의 산’의 무대가 이곳이다. 다보스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WEF) 덕분이다. 매년 1월 말 이곳에서 열리는 WEF 연차 총회는 ‘지구촌 엘리트의 장(場)’이다. 전 세계 정치·경제·학술계, 시민사회의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정치와 경제가 직면한 문제들을 토론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WEF와 한 몸 같은 사람이 클라우스 슈바프(82) 창립자 겸 회장이다. 독...
입력:2020-01-15 15:05:02
[살며 사랑하며] 미래를 알게 된다면
최근 바라는 일들이 잘 풀리지 않아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평소에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실제 결과가 그보다 나쁘지 않게 되면 낙담을 덜 하는 편이었다. 몇 달 동안은 이와 반대로 가장 희망적인 상황을 예상하였다. 그러다 보니 번번이 심리적인 기대가 무너지면서 힘들어졌다. 비과학적인 것들을 믿지 않는 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니 자꾸 무언가에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문득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게 된다면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며칠 전 길을 걷다가 아이의 생각이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
입력:2020-01-14 15:10:01
[한마당] 탄핵의 강
루비콘 강은 이탈리아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강이다. 아펜니노 산맥에서 발원해 아드리아해까지 80㎞를 흐른다. 루비콘은 붉다는 뜻의 라틴어 루베우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진흙이 쌓여 강이 붉게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량이 줄고 오염마저 심해 초라한 모습이라고 한다. 역사가들은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BC 49년 1월 10일 건넜던 루비콘 강이 바로 이곳이라고 보지만,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당시 루비콘 강은 로마 본토와 갈리아인들이 거주하는 로마의 속주를 가르는 경계였다. BC 58년 갈리아 총독으로 임명된 카이사르는 7년 간 전쟁을 벌여 갈리아 전역...
입력:2020-01-14 15:10:02
[청사초롱] 망상에서 바다를 보고
망상해수욕장에서 동해를 보았다. 망상(望祥)은 상서로운 기운을 본다는 뜻이니 새해를 맞아 상서로운 일출을 보기에 알맞다. 날이 흐려 일출을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탁 트인다. 바다는 금도(襟度)를 넓힌다. ‘맹자’에 “공자가 동산(東山)에 올라가 보고 노(魯)나라를 작게 여기고 태산(泰山)에 올라가 보고 천하를 작게 여겼다. 그러므로 바다를 본 사람에게는 웬만한 물은 물이라 하기 어렵고 성인의 문하에서 유학한 사람에게는 웬만한 말은 말이라 하기 어렵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본 것이 커야 생각이 커지는 법이다. 16세기 후반...
입력:2020-01-14 15:05:01
[신종수 칼럼] 검찰 개혁이 남긴 상처
우리사회 갈등과 분열 커지고 사사건건 정쟁화 경향 진영 내 다른 목소리 용인하지 않는 민주주의 퇴행 현상도 특정 가치 앞세워 다른 가치 희생하는 일 반복돼선 안돼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홀가분해 보였다. 전날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 통과됨으로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포함해 검찰 개혁 입법이 모두 마무리돼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하고 싶어했지만 못한 개혁,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1호인 검찰 개혁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어서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검찰 개혁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
입력:2020-01-14 15:05:01
[길 위에서] 기도하고 도울 때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산불은 없었다. 지난 5일까지 호주 산불로 서울 면적의 166배가 불에 탔고 코알라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8억~9억 마리 사망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이 발표한 사망 동물 수는 더 많다. 12억 5000만 마리. 인간은 무력했다. 산불로 소방관 1명을 포함해 최소 27명이 숨졌다. 건물 5900여채가 불에 탔고 10만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2000㎞나 떨어진 뉴질랜드는 호주 산불로 발생한 미세먼지로 신음하고 있다. 인공위성에서 본 호주는 대륙 전체가 산불로 타들어 가는 모양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위성사진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3차원 ...
입력:2020-01-14 11:10:01
[한마당] 중국의 소프트 파워
소프트 파워(soft power·연성 권력)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였던 조지프 나이가 군사력과 경제력 등의 하드 파워(hard power·경성 권력)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1990년 처음 사용했다. 강제나 강압이 아니라 매력과 설득을 통해 상대가 자발적으로 순응하게 하는 힘을 말한다. 조지워싱턴대의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샴보 교수는 소프트 파워를 다른 나라가 그 나라를 본받으려 하고, 그 정치 시스템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자석 같은 것이라고 했다. 나이 교수는 냉전에서 미국이 승리한 것은 주로 하드 파워 덕분이었지만, 탈(脫)냉전시대에 미국은 ...
입력:2020-01-13 15:05:02
[돋을새김] 마에다 계약, 오지환 계약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투수 마에다 겐타는 국내 야구팬들이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일본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해까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동료였던 마에다는 서글서글한 인상에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로 호감을 샀다. 무엇보다 한국 팬들이 마에다를 좋게 보는 데에는 낮은 몸값을 감수하면서 펼치는 그의 도전정신 때문이다. 마에다는 2016년 다저스와 8년 2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류현진이 지난해 말 토론토와 맺은 4년 8000만 달러에 비하면 헐값 수준이다.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 2회 수상자로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저렴...
입력:2020-01-13 15:05:02
[최현주의 알뜻 말뜻] 직설과 적선
지하철 3호선 환승 통로에 웬 남자가 중얼거리며 서 있다. 사람들을 향해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바로 옆을 지날 때야 무슨 말인지 들을 수 있었다. “배고파요. 추워요.” 구걸하는 이다. 행색이 남루하다. 사실 나는 이런 이들에게 그다지 동정심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어서 웬만해서 지갑을 여는 일이 없다. 정해진 후원금을 제외하고는 길거리에서 적선을 하는 것은 매년 12월 처음 눈에 띄는 구세군 냄비에 1만~2만원을 넣는 연말의 작은 통과의례 정도다. 퇴근길 사람들로 붐비는 환승역에서 그를 스쳐 몇 발짝 나아가던 발길을 돌려, 그에게 만원짜리 1장...
입력:2020-01-10 15:05:02
[살며 사랑하며] 협상 가능한 맛
어머니와 함께 비건 카페를 방문했다. 집에서 가깝진 않았지만 친구가 추천한 식당이었으므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소풍 가는 마음으로 가벼운 운동화를 신고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예쁜 간판을 단 비건 카페에 도착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이미 외국인 손님들이 한쪽 테이블을 메우고 있었다. 나는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메뉴는 커피, 케이크, 아이스크림과 같은 디저트류부터 햄버거, 피자, 파스타, 볶음밥과 같은 식사류까지 다양했다. 모든 음식은 육류, 어패류는 물론이고 달걀, 버터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만든...
입력:2020-01-12 15:10:01
[가리사니] 화성에서 온 북한, 금성에서 온 미국
비핵화 개념 놓고 30년 넘게 동상이몽… 기회 다시 주어지면 주춧돌 마련에 총력을 비핵화(denuclearization) 개념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동상이몽은 북핵 문제가 산생한 때부터 30년이 넘도록 깨이지 않았다. 북·미 양측이 그동안 도출했던 수많은 비핵화 합의들이 하나도 이행에 이르지 못하고 휴지조각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 제목에 비유하자면 ‘화성에서 온 북한, 금성에서 온 미국’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 국가들이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법적이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핵무기 개발 ...
입력:2020-01-12 15:10:01
[한마당] 부수적 피해?
지난주 이란이 이라크의 미군기지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자 온라인 공간에는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가 쏟아졌다. 전쟁이 TV로 중계되는 세상이지만 이번엔 민간인 접근이 통제된 군사시설을 심야에 타격한 터라 정보가 제한됐고, 이는 가짜뉴스에 최적의 조건을 조성했다. 이 사태와 관련된 가짜뉴스만 수집해 제공하는 온라인 매체가 등장할 정도였다. 미군 피해 규모부터 이란 미사일 사진과 영상, 미군 전투기가 반격을 위해 출동했다는 글까지 가짜뉴스는 공포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가장 뻔뻔한 가짜뉴스는 이란 국영 TV를 통해 유포됐다. 혁명수비대 간부의 말...
입력:2020-01-12 15:10:01
[한반도포커스] 비핵화, 새로운 시작의 전제
2020년 새해에도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복잡하다. 지난 2년간 희망 속에 추진된 ‘한반도 비핵화’ 여정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현격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결렬됐고, 장기 공전에 빠지면서 거의 체념 상태다. 북한은 비핵화 첫 단계 조치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내세워 미국에 제재 해제나 완화를 요구하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비핵화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비핵화 방식에 대한 논의 진전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것도 사실이다.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기대를 걸었던 한국 정부는 곤혹스럽다....
입력:2020-01-12 15:05:02
[한마당] 미스터리 폐렴
2002년 겨울 홍콩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 탓이다. 발열, 두통, 근육통, 기침, 설사, 무력감, 호흡곤란, 폐렴 등을 일으키는 무서운 병. 질병의 진원지는 홍콩이 아니었다. 홍콩과 인접한 중국 남부의 광둥성이었다. 광둥성에서 시작한 괴질은 중국 수도 베이징을 급습해 사망자가 속출했다. 당초 중국 당국은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괴질은 2003년 아시아를 넘어 캐나다 미국 독일 등으로 퍼지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수개월간 30여개국에서 8000여명이 감염돼 7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바로 사스(SARS&midd...
입력:2020-01-10 15:10:01
[한마당] 키사스
탈리오의 법칙(lex talionis)은 피해를 본 대로 돌려준다는 응보 원리의 원초적 형태다. lex는 법을 의미하고 talionis는 보복을 뜻하는 라틴어 talio의 소유격이다. 최초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 이 원리가 나타나 있다. 탈리오 법칙은 이슬람에서는 ‘키사스(Qisas)’에 해당한다.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에서는 이 원칙이 곧이곧대로 적용되기도 한다. 이란 형법에는 살인과 상해 두 종류의 키사스 범죄가 있다. 생명을 잃은 피해자의 유족은 법원 허가를 받아 살인자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 상해를 입은 경우에...
입력:2020-01-09 15:10:01
[살며 사랑하며] 기념일, 반응
이상하리만치 모든 게 안 풀리는 날이었다. 출근길부터 잘못 들어 한참 돌고, 소소한 일정들마다 어긋나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저녁쯤 되니 진이 다 빠져, 예전 같으면 그냥 웃고 넘길 일에도 씩씩대다 부루퉁해졌다. 애초 이렇게까지 힘들 일정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꼬였나 생각하다 잠들기 직전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다. 이 즈음 은사님이 비명에 돌아가셨다. 우연히 시선을 돌린 TV 화면. 뉴스 속보 타이틀을 보는 순간 나는 내가 울부짖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악을 썼다. 1년간 공식적인 어느 자리에서도 나는 그 일을 입에 담지 못했다. 범죄 피해 유가...
입력:2020-01-09 15:10:01
[한마당] 스웨덴의 목요 클럽
스웨덴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선진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에 육박하는 부자 나라인 데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수식이 어울리듯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복지제도가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세계가 부러워할 복지국가를 이룬 밑바탕에는 높은 사회적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 스웨덴이 원래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좌우 정치세력이 사사건건 대립하고 파업이 잦을 정도로 사회 갈등이 심한 나라였지만 지속적인 소통 노력을 통해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1946년 총리에 올라 23년을 재임한 타게 엘란데르(1901~1985)가 주도한 ‘목요 클럽’...
입력:2020-01-08 15:10:01
[살며 사랑하며] 운동의 이유
몇 해 전 이렇게 운동을 안 해도 괜찮은 걸까 걱정스러워 뭐라도 해보자며 고민했던 적이 있다. 후보에 올랐던 대부분의 운동을 각각의 이유로 탈락시키고 나니 남은 것은 줄넘기밖에 없었다. 줄넘기쯤이야 하고 시작한 첫날, 천 번은 거뜬히 할 거라는 기대와 달리 백 번도 하기 전에 숨이 차서 주저앉고 말았다. 살면서 운동을 열심히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매해 ‘올해는 운동을 해야지’라는 굳은 결심을 하고 스포츠센터를 몇 개월씩 등록하고 나서도 며칠 다니다 나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줄넘기에서도 좌절을 경험한 그날 이후, 이제...
입력:2020-01-07 15:10:01
[한마당] 광인이론의 실제화
1980년 4월 24일, 세계 최강 미군으로서는 참혹한 날이었다. 이란 테헤란 미 대사관 등에 억류된 52명 인질 구출 작전을 제대로 실행해보지도 못하고 실패했다. 당시 대통령 지미 카터는 재선을 앞두고 있었고, 재임 중 인질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독수리 발톱’으로 명명된 이틀 동안의 작전 계획은 복잡하고 담대했다. 첫째날은 특수전 수송기를 타고 온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테헤란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에 1집결지를 구축하고, 공해에 대기 중인 항공모함으로부터 날아온 침투 헬기로 갈아타 테헤란 근처 사막 2집결지에서 대기한다. 둘째날, 델타포스가 ...
입력:2020-01-07 15:10:01
[청사초롱] 나의 버킷리스트
“해 넘긴 달력을 떼자 파스 붙인 흔적 같다./ 네모반듯하니, 방금 대패질한/ 송판 냄새처럼 깨끗하다./ 새까만 날짜들이 딱정벌레처럼 번진 것인지/ 사방 벽이 거짓말같이 더럽다./ 그러니 아쉽다. 하루가, 한 주일이, 한 달이/ 헐어놓기만 하면 금세/ 쌀 떨어진 것 같았다. 그렇게, 또 한 해가 갔다./ 공백만 뚜렷하다./ 이 하얗게 바닥난 데가 결국,/ 무슨 문이거나 뚜껑일까./ 여길 열고 나가? 쾅, 닫고 드러눕는 거?/ 올해도 역시 한국투자증권,/ 새 달력을 걸어 쓰윽 덮어버리는 것이다.”(문인수, 시 ‘공백이 뚜렷하다’ 전문) 새해는 “매양 추위 ...
입력:2020-01-07 15:10:01
[이흥우 칼럼] 이제 유권자의 시간
90여일 앞둔 4월 총선, 중앙·지방정부에 이어 의회권력 탄핵 민심에 따라 재편하는 의미있는 선거 ‘동물적’ 20대 국회와 확연히 다른 21대 국회 원하면 유권자도 달라져야 총선이 목전에 다다랐다. 그 룰을 다루는 공직선거법은 동물국회를 거친 끝에 겨우 지난 연말에서야 확정됐다. 예비후보 등록이 진작 시작됐지만 내 선거구가 인구 분포 변화에 따라 조정되는 건지, 아닌 건지 아는 이가 없다. 선거법에 국회의원 선거구는 중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정해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지...
입력:2020-01-07 15:05:01
[한마당] 골든글로브 거머쥔 ‘기생충’
“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일명 ‘제시카 송’이다. 극중 기정(박소담)이 학력을 속이고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간 부잣집의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 오빠 기우(최우식)와 함께 6초간 흥얼거린 노래다. 말을 맞추기 위해 자신(제시카)의 허위 프로필을 읊조린 것이다. 관객이라면 이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박힐 수밖에 없다. ‘독도는 우리땅’을 개사해 불러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개봉 이후 제시카 송은 현지에서...
입력:2020-01-06 15:10:01
[아재 기자 성기철의 수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이수성 총리의 반말 호명 기억… 김춘수의 ‘꽃’이 묘사하는 의미 이름 불러줘야 들꽃이 장미 돼… 호감 사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 20년도 훨씬 더 된 얘기다. 정치부 기자로 국무총리실을 담당하게 돼 ‘신고’를 했다. 정부 광화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몇몇 신규 출입 기자들과 함께 이수성 당시 총리와 면담하는 상견례. 그날 점심식사 후 청사로 들어오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간부 서너명과 함께 식사하고 들어오던 이 총리를 딱 마주치게 됐다. 짧은 대화 한 토막. “어어 기철이 점심 뭐 먹었나?” “아 예. ...
입력:2020-01-06 1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