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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뜨고… ‘미션’ 성공하고… ‘퀸’이 화려한 피날레 장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일으킨 신드롬은 올해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들은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올랐고 팝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에서 대형 콘서트를 열었으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 왼쪽부터 BTS 멤버인 RM 제이홉 진 정국 지민 뷔 슈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안방극장 최고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tvN 제공


극장가를 뒤흔든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세계 음악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다.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은 전작인 ‘신과함께-죄와 벌’에 이어 연거푸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념비적인 성과를 올렸고, 영국 밴드 퀸의 음악 여정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스코어를 올리며 올겨울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다.

해마다 대중문화 시장에서는 다이내믹한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는데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문화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고 사람들은 TV를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관람하면서 위로를 얻고 격려를 받았다. 국민일보 문화부 기자 4명은 23일 올해 가요계와 방송가, 영화계를 돌아보는 방담을 가졌다. 대화는 ‘올해의 아이콘’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는 BTS 얘기로 시작됐다.

“BTS,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열다”

박지훈 기자(훈)=2018년은 그야말로 BTS의 해였다. 가요 기자들은 1년 내내 BTS가 해외에서 거둔 성과와 갖가지 진기록을 기사로 옮기느라 바빴다. BTS의 인기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올해엔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두 차례나 1위를 차지하고 월드투어를 통해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하는 등 K팝의 역사에 남을 업적을 계속 쌓아나갔다.

강주화 기자(화)=솔직히 BTS가 왜 이렇게 인기인지 모르겠다. 음악을 들어봐도 그렇게 좋은지, 매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초딩’들이 따라부르는 아이돌 아이콘(iKON)의 ‘사랑을 했다~’는 그 중독성이 단박에 느껴지는데…. 내가 ‘아지매’ 감성이라 그런가. 하하.

권남영 기자(영)=BTS의 글로벌한 인기 이유로 자주 언급되는 건 음악성과 SNS를 통한 소통이다. BTS는 가사나 SNS를 통해 팬들과 ‘정서적 공감’을 나누려 했다. 지난 14일 홍콩에서 열린 ‘2018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을 보며 이 그룹에 새삼 놀랐던 포인트가 있다. 멤버들이 대상인 올해의 앨범상과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한 뒤 눈물을 쏟더라. 지금 정도의 위치라면 인기에 취할 만도 한데 BTS는 그렇지 않았다. 팬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해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국내 언론에서 BTS의 인기 비결로 자주 언급했던 게 SNS의 힘이다. 하지만 이건 얼마간 잘못된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른 K팝 그룹이 SNS 마케팅을 허투루 여기는 건 아니니까. 실제로 지난 8월 BTS가 월드투어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는데, 멤버인 슈가가 이런 말을 하더라. “SNS가 BTS의 주요 인기 요인이라는 건 확실히 틀렸다”고. 당시 리더인 RM이 자평한 인기 비결은 “진심”이었다. “대중은 진심과 진심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눈을 가졌다”는 것이다. 당시엔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는데 BTS의 일관된 모습을 보니 그 말에 수긍이 가더라.

강경루 기자(루)=‘진정성’과 ‘소통’을 BTS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 분석은 일견 일리가 있다. 그런데 어려운 데뷔 과정을 겪는 K팝 그룹 상당수도 팬들을 대하는 진정성은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어떻게 세계적 그룹으로 발돋움했는지는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1세대 아이돌들의 귀환이 반가웠다. 특히 H.O.T.의 ‘완전체’ 재결합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2014년 다시 뭉친 god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신곡을 발표했고, 리얼리티 예능 ‘같이 걸을까’(JTBC)에도 함께 출연했으며, 20주년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열었다. 1세대 그룹 콘서트에 갔을 때 가장 찡한 건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팬들의 표정이었다. 30, 40대에 접어든 팬들에게 ‘오빠들’과의 재회는 가장 순수했던 시절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지상파의 끝 모를 추락…예능은 그 나물에 그 밥”

=이제 TV를 틀면 자연스럽게 케이블로 채널을 돌리게 된다. 드라마만 놓고 보면 지상파가 1년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청률이 1~2%에 머문 작품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지상파에서도 ‘최고의 이혼’(KBS2)을 비롯한 수작이 제법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큰 인기를 얻진 못했다. 케이블의 파워에는 자본의 힘도 작용하는 것 같다. 최근 만난 지상파 관계자는 “돈(제작비)이 너무 부족하다”고 푸념하더라. 실제로 많은 톱스타가 이제는 케이블 드라마를 택하고 있다. 이병헌 김태리 박보검 송혜교 현빈이 대표적인데, 과거엔 지상파에서나 볼 수 있던 스타들이었다.

=지상파 드라마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상파가 믿을 건 이제 고정 시청층을 보유한 주말 드라마밖에 없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좋았던 드라마 역시 ‘나의 아저씨’ ‘마더’(이상 tvN) 같은 케이블 드라마였다. 올해 대중적으로 가장 큰 화제가 됐던 미스터 션샤인 역시 케이블채널인 tvN에서 방영한 작품이었고.

=미스터 션샤인은 극본 연출 연기 3박자가 맞아떨어진 수작이었다고 생각한다. 극본을 맡은 김은숙 작가는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무게감 있는 시대극에 도전해 이런 작품도 잘 쓰는 작가라는 걸 보여줬다. 이응복 PD의 연출력도 인상적이었다. 24부작짜리 영화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울러 이 작품은 방송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드러낸 작품이기도 했다. 원래는 지상파에서 미스터 션샤인을 만들려고 했는데, 400억원 넘는 제작비가 부담돼 무산됐었다. 미스터 션샤인은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가 약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올해 드라마 중에는 브라운관에서 자주 보기 힘든 영화배우들의 출연으로 주목을 끈 작품이 많았는데, 거의 다 tvN과 JTBC 작품이었다. 유명 배우들이 케이블이나 종합편성채널로 향하는 이유로는 소재의 다양성, 연출의 유연함 등이 꼽힌다. 지상파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도 해보자.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올해 역시 참신한 콘텐츠가 거의 없었던 거 같다. 과거엔 ‘오디션’ ‘먹방’ ‘음악 예능’ 같은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해 유행을 선도하곤 했는데 올해는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담는 ‘관찰 예능’만 봇물을 이뤘다. 시청률 20%를 웃돌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미운우리새끼’(SBS) 영향이 큰 것 같다.

=내용은 비슷하고 형식만 조금 변화를 준 예능 콘텐츠가 쏟아진 한 해이긴 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랜선라이프’(JTBC) ‘가로채널’(SBS)처럼 ‘1인 방송’을 소재로 한 방송이 잇달아 등장했고 이영자 박나래 김숙 같은 여성 예능인의 활약도 두드려졌다.

“신과함께 보헤미안 랩소디를~”

=올해 개봉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은 신과함께였는데, 이 작품은 사실 도박에 가까운 영화였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400억원을 쏟아 부어 1, 2편을 동시에 찍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도전이 성공하면서 신과함께는 지난해엔 1편이, 올해엔 2편이 각각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2편 개봉 전 만난 김용화 감독은 “새로운 장르에 호의적인 관심을 보내주신 관객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1, 2편의 성공으로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보여준 셈인데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할리우드 영화 ‘서치’가 기억에 남는다. 저예산으로 몰입감이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극 중 아버지 역할을 맡은 존 조의 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라는 게 놀라웠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일반관에서 보고 싱어롱(singalong) 버전 상영관을 찾아 다시 관람했다. 시간만 있다면 더 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자기 본성에 좌절하는 인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에 열광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데, 사실 이 작품은 개봉 전 국내외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완성도만 따지면 적잖은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성공 요인은 결국 퀸의 음악일 것이다. 퀸의 음악은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젊은층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이 영화의 ‘팬덤’을 주도한 게 2030세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리=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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